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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대선, 오르테가 4연임…국제사회 비판|아침& 세계

입력 2021-11-10 08:14 수정 2021-11-1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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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인구 670만 명의 중미 국가 니카라과에서 지난 주말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다니엘 오르테가 현 대통령이 압도적인 득표로 4연임을 확정 지었습니다. 그런데 국제 사회는 가짜 선거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니카라과의 수도 마나과에서 오르테가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하는 집회가 성대하게 펼쳐졌습니다. 개표 작업이 97% 넘게 진행된 가운데 오르테가 대통령은 75%를 웃도는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사실상 당선을 확정 지었습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지난 1979년 당시 친미 성향을 보이던 소모사 정권을 무너뜨리는 산디니스타 혁명을 주도했고 임시 정부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1984년 대선에서 승리해 1990년까지 11년 동안 집권했습니다. 이후 2006년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뒤 지금까지 세 차례 연속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당선으로 4연임이자 통산 5선 고지에 올랐습니다. 2027년까지 30년이 넘는 장기 집권의 토대도 마련했습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는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도 부통령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세계 최초 부부 대통령 부통령이라는 기록도 남겼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부인 무리요 역시 부통령 연임을 확정 지었습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위해 야권 인사들을 탄압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1990년 대선에서 오르테가에게 패배를 안긴 비올레타 차모로 전 대통령의 딸인 크리스티아나 차모로 등 야권의 유력 후보 7명은 국가 보안이나 테러 방지 등의 명목으로 체포되거나 추방됐습니다. 이들 외에도 야당 정치인과 운동가 언론인 등 30여 명이 투옥됐습니다. 결국 야권에서는 인지도가 매우 낮은 후보 5명이 출마했습니다. 사실상 오르테가 대통령 단독 출마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미국과 유럽 의회 등 국제사회는 사기 선거이며 가짜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그러자 오르테가 대통령은 승리 확정 연설에서 유럽 의회를 비난하면서 맞대응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다니엘 오르테가/니카라과 대통령 : 유럽의회 대부분은 파시스트이자 나치입니다. 우리는 주권을 지키고자 싸우고 있는데, 그들은 이렇게 독립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 대해 증오가 많습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국민 대부분이 참여한 이번 선거가 테러에 맞선 승리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다수의 국민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선거 당국은 투표율이 65%라고 밝혔지만, 현지 매체는 중남미 정치 감시 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유권자의 81% 이상이 선거에 불참했다고 전했습니다. 주변국인 코스타리카와 과테말라 등에서는 독재와 야권 탄압, 경제난 등을 이유로 고국을 등진 니카라과 이민자들이 모여 반정부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이번 대선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반정부 시위 참가자 : 니카라과에는 진정한 선거가 없습니다. 오직 오르테가가 선택한 정치적 서커스와 이 서커스에 동행할 사람들만 있습니다.]

니카라과 대통령 선거 결과와 후폭풍, 전문가와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 교수 전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 혁명 영웅에서 독재자로…오르테가 장기집권, 평가는?

    2007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는 온건한 실용주의자로 돌아와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대 교역국인 미국 또 국제금융기구나 기업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었고요. 그러다 2018년에 사회보장제도 축소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기업도 정부에 돌아섰고요. 석유연대를 구성해서 지원을 해주던 베네수엘라의 자금 지원도 이때 중단됩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정책 추진이 어려워지니까 입법부와 사법부 등 국가권력을 통제해서 가족 간의 권력 승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고요. 인권이나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크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니카라과뿐만 아니라 중남미 진보진영에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미, 제재 강화 등 강력 대응…국제사회 후폭풍?

    EU는 2019년 10월부터 시작한 경제 제재를 어제 다시 연장했습니다. 미국도 중미자유무역협정 회원국 지위 박탈과 국제금융기구의 지원 중단을 검토하고 있고요. 또 오늘부터는 미주기구 총회를 통해서 오르테가 정부를 압박할 예정인데요. 이런 국제사회 제재가 정권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그러니까 베네수엘라나 쿠바 사례에서도 경험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이웃국가인 코스타리카나 미국으로 불법 이민자들이 밀려들 수도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나 러시아 등이 니카라과를 지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개입했을 때 얻는 이익이 적거나 개입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미국, 러시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니카라과 앞날 '먹구름'…고립 속 경제난 심화?

    오르테가는 지금의 정치적, 경제적 위기 또 국제적인 고립을 해결할 수단이 없어서 상황이 더 악화되면 무력 동원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시각입니다. 현재 니카라과 가구 중에 26%가 끼니를 걱정한다고 하고요. 코로나로 빈곤층 비율이 인구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렇게 공포의 힘으로 집권을 하고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 경제 상황이나 사회 혼란이 심해져서 나라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는데요. 중미지역의 불법 이민자 문제를 대중남미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보는 미국으로서는 경제 제재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서 외교전략 수정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니카라과는 오르테가 정권 연장 준비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대통령 취임식은 내년 1월 10일에 열릴 예정이고, 새 의회는 하루 전인 1월 9일부터 임기를 시작합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오르테가 정권의 독재 연장으로 니카라과는 억압과 테러의 새 시대를 맞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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