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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송해1927' 송해 "자격없는 父 후회 많아…희망의 끈 잡고 살았다"

입력 2021-11-09 18:24 수정 2021-11-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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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송해 1927' 스틸〉〈사진=영화 '송해 1927' 스틸〉
95년의 인생사를 82분의 러닝타임에 모두 담아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영원한 오빠' 송해의 진솔한 웃음과 눈물은 많은 이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선사할 전망이다.

영화 '송해 1927(윤재호 감독)'은 한 평생 전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최고령 현역 연예인 송해의 무대 아래 숨겨진 라이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송해는 약 33년간 KBS 1TV '전국노래자랑' MC로 활약, 재치 넘치는 입담과 푸근한 인상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국민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또한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MC, 살아있는 전설, 일요일의 남자 등 수식어를 얻으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송해 1927'은 이러한 송해의 95년 인생을 되돌아보며, 스타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또 남편이었던 사람 송해의 진솔한 이야기도 전한다. 일찍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3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18회 EBS국제다큐영화제, 9회 무주산골영화제, 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송해는 "제가 경험이 없어서 '완성된 영화가 과연 나에게 무엇을 줄까' 심사숙고하면서 봤다, 근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한없이 눈물이 나더라"며 "제작진에게 무한한 감사함을 느낀다. 솔직히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장면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고 자신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첫 감상평을 남겼다.

 
〈사진=영화 '송해 1927' 포스터〉〈사진=영화 '송해 1927' 포스터〉
'송해 1927' 메가폰은 '마담 B' '뷰티풀 데이즈' '파이터' 등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오가며 인물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 본 윤재호 감독이 잡았다.

윤재호 감독은 "제작사 대표님께서 '송해 선생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은데 같이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나도 마침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찾고 있었던 상황이라 한치의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송해 선생님은 분단 이전에 태어난 분으로 100년 가까이 산 역사적 인물이지 않나. 제 인생에 있어 큰 가치이자 영광이라 '무조건 한다'고 했다"며 고민없이 결정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촬영하면서 제작진도 눈물을 많이 흘렸다. 선생님은 정말 철저하고 꼼꼼하고 노력이 대단한 분이다"라며 "또 선생님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중요한 아버지 역할도 하고 계신다. 선생님과 함께 하면서 실제로 삶에 대한 가치와 인생의 교훈을 많이 깨닫게 됐다. 나도 아버지가 되어보니까 그런 모습이 더 잘 보이더라. 많은 분들에게 따뜻한 영화가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영화 '송해 1927' 스틸〉〈사진= 영화 '송해 1927' 스틸〉
 〈사진= 영화 '송해 1927' 스틸〉 〈사진= 영화 '송해 1927' 스틸〉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뜬 대목은 송해의 아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송해의 아들은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세상을 떠난 아들이 남긴 자작곡을 30년이 흐른 뒤에야 듣고 오열한다. 이 녹음은 송해의 딸이 갖고 있었던 것으로, 윤재호 감독은 취재 과정에서 녹음본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송해는 "내가 자식들의 의중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 '과연 아들의 아버지 노릇을 잘 했는가' 그런 생각이 내 머리를 때렸다. 사실 아들이 이렇게 노래를 만들어 놓은 줄 몰랐다. 파악도 못하고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더 원망을 한다면 '저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라도 하지 싶더라. 자격없는 아버지로서 후회가 컸다"고 토로했다.

1927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송해는 월남 후 1955년 방송에 데뷔했다. "제가 이산가족이기 때문에. 한국전쟁은 다시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강조한 송해는 "혈혈단신 월남을 해서 어렵게 내 소질과 희망을 찾아다닌 시절은 마음이 아프다. 사실 내가 성장한 기간, 여기 와서 고생한 날들은 모두 어려웠다. 그러다 건강을 해치게 돼 병원에 6개월간 입원하고 다시 마음을 추스려 했던 시간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사진= 영화 '송해 1927' 스틸〉 〈사진= 영화 '송해 1927' 스틸〉

또 "'이제는 극단적인 생각을 해서는 안 되는데' 싶기도 했다. 남산 팔각정에 올라가 마음으로 빌고 빌면서, 가족들에게도 미안해 하면서 눈 꼭 감고 내리뛴 게 '오늘 이 자리를 만나려고 왔나 보다' 싶다. 소나무 가지에 걸려서 가정으로 돌아온 그 순간이 기억난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도 희망의 끈을 절대 놓지 않길 바란다"고 진심을 표했다.

이와 함께 송해는 현존하는 최고령 방송인으로 "대중문화예술계에서 내가 제일 고령이 됐다. 확실한 책임감을 느낀다. 침체돼 있는 분야가 있으면 제가 다시 한번 뛰어 들어가 헌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전국노래자랑'을 하면서 세대를 넘어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영원한 오빠'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송해에 의한, 송해를 위한, 더 나아가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하고 기억해야 할 이야기 '송해 1927'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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