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리뷰] '장르만로맨스' 웃음 뒤 깊은 메시지…관계와 상처에 대해

입력 2021-11-06 09:52 수정 2021-11-06 10:03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리뷰] '장르만로맨스' 웃음 뒤 깊은 메시지…관계와 상처에 대해

| 류승룡 연결고리 '장르만 로맨스' 리뷰
| 배우 조은지의 첫 상업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
| 능청 연기 달인들이 벌이는 대환장 파티와 메시지

출연: 류승룡·오나라·김희원·이유영·성유빈·무진성
감독: 조은지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3분
한줄평: 조은지의 재발견…배우에서 감독, 감독에서 작가로
팝콘지수: ●●●●○
개봉: 11월 17일
줄거리: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

 
[리뷰] '장르만로맨스' 웃음 뒤 깊은 메시지…관계와 상처에 대해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영화를 기다렸다. '이터널스'도 '듄'도 '베놈2'도 좋지만 화려한 것에만 너무 취해 있으면 일상의 소중함을 까먹는 법이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는 류승룡의 1600만 흥행 '극한직업' 이후 스크린 첫 복귀작이자, 조은지 감독의 첫 상업 장편영화라는 점에서도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공개된 영화는 결과적으로 합격점을 가뿐히 넘겼다. 조은지 감독은 한 편의 수작을 만들었다. 명작은 이제 막 첫 작품을 만든 감독에게는 거창할 것이고, 힘을 준 역작이라고 하기에는 영화 자체에 여유가 한껏 깃들어 있다. 이 영화는 조은지 감독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히, 그리고 충실히 한컷 한컷 꾹꾹 눌러낸 작품이다. 먼 훗날 작가주의 성향이 짙은 작품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게 할 만큼 감독은 첫작에서부터 자신의 목소리를 충분히 냈다.

조은지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영화는 "관계와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이혼한 전 부인과 바람을 피우는 베스트셀러 작가 김현(류승룡)을 중심으로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얽히고설켜 끝내는 '대환장 파티'를 벌인다.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하면 우리 사회가 금기시하는 여러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형화된 삶의 공식에 이견을 제기하고,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듯 늘상 고민하는 우리네 인생을 상업 영화라는 포장지 아래에서 코믹스럽고 따뜻하게 풀어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처럼 대놓고 웃음만을 겨냥한 몇몇 작품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리뷰] '장르만로맨스' 웃음 뒤 깊은 메시지…관계와 상처에 대해

"관계와 상처에 대한 이야기"

이혼한 전 부인과의 사랑, 미성년자의 사랑, 오랜 친구의 전 연인에 대한 사랑 그리고 동성을 향한 사랑까지. 일상에서 만나면 함께 욕하면서 손가락질하거나 '그러면 안 된다'고 마땅히 훈육해야 하는 대상들이지만 '장르만 로맨스'는 그들을 욕하기보단 공감하고 위로한다. 아픔을 겪어보고,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고, 관계에 대해 늘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영화 초반 동성애자인 유진(무진성)이 이성애자인 김현(류승룡)에게 일방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대목에서는 걱정이 앞선다. 동성애라는 코드를 웃음 소재로 삼아 지나치게 가볍게 다루려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반부로 다다를수록 그러한 걱정은 기우가 되고, 끝내 '이 감독이야말로 아픔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하는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그만큼 조은지 감독이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만듦새가 치밀하다거나, 전에 보지 못했던 내러티브를 구상했다거나, 소름 끼치는 반전이 있다거나 하진 않다. '장르만 로맨스'는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했을 뿐이다. 수백억, 수천억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외화들이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장르만 로맨스'는 일상의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리뷰] '장르만로맨스' 웃음 뒤 깊은 메시지…관계와 상처에 대해

물론 배우들의 덕도 톡톡히 봤다. 류승룡, 김희원, 이유영 등이 힘을 빼고 한 연기는 '저게 연기인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곧바로 웃음과 직결된다. 만약 이런 능청 연기 대가들이 없었다면 '장르만 로맨스'의 심도 깊은 주제는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했을 것이다. 무진성 역시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배우답게 매력적인 눈빛과 치기 어린 귀여운 말투로 잔뼈 굵은 류승룡과 새로운 시너지를 냈다.


때문에 '장르만 로맨스'의 스코어도 내심 기대를 모은다. 만약 이 작품이 흥행한다면 그만큼 우리 사회에 저마다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며, 또 그 아픔을 조롱하기보단 따뜻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리뷰] '장르만로맨스' 웃음 뒤 깊은 메시지…관계와 상처에 대해

박상우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woo1@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