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 빙가FC의 위대한 여정...돈 없어도 간절한 도전
허름한 지프를 개조한 버스, 그 안에 사람들이 쪼그려 앉은 채 탔습니다. 몇 개의 물통, 자그마한 배낭이 전부입니다. 믿기 어렵지만 원정경기를 떠나는 축구 선수들입니다. 좁은 공간에서 왕복 2700km 거리를 버텨야 했습니다. 오로지 축구 한 경기를 치르기 위해.
아프리카 클럽 대항전에 첫 출전한 말리 빙가FC 선수들. 다른 나라로 떠나는 원정경기는 비행기 대신 미니 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프리카의 말리의 작은 축구팀, 빙가FC 이야기입니다. 빙가FC는 말리 컵 준우승팀으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클럽 대항전 컨페더레이션컵에 참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처음으로 말리를 벗어나 아프리카 곳곳의 축구팀과 맞붙을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그러나 구단을 둘러싼 환경은 너무 열악했습니다. 초록빛 잔디 대신 흙바닥 구장에서 공을 차던 선수들, 멀리 원정경기를 떠날 때 비행기를 타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원정경기를 위해 작은 버스 안에서 쪼그려 앉은채 이동하는 빙가FC 축구 선수들. 그렇다고 대회 참가를 포기할 순 없는 일. 결국 최초의 아프리카 원정은 열정 하나만 믿고 시작했습니다. 선수들은 미니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9월 예선 1라운드는 라이베리아로, 10월 예선 2라운드는 코트디부아르로.
한 달 사이 두 번의 원정 경기에 나서면서 아프리카 대륙을 달린 거리만 5400km.
서울에서 부산을 7번 왕복한 것과 비슷합니다. 힘겨운 원정길, 선수들에겐 고된 여정이었지만 그래도 이겼습니다.
한 달 사이 두번의 원정경기를 위해 버스로 달린 거리. [시세/빙가FC 구단주]
“구단 창립의 목적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었습니다”
한 경기를 뛰기 위한 간절한 도전이 통해서일까. 두 팀을 차례로 꺾어 이번엔 본선(16개팀) 티켓을 놓고 겨루는 32강 플레이오프에 나서게 됐습니다. 이번엔 잠비아 축구팀 자나코와 만납니다. 한 달 뒤 원정경기가 있는데 또 얼마나 달려야 할까요. 이번엔 더 멀리 가야 합니다. 왕복 1만5000km의 대장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버스로 이동하는 게 가능할지, 벌써 걱정이 앞섭니다.
아프리카 말리의 빙가FC 선수들. 아프리카를 유랑하듯, 한 경기를 치르기 위해 버스를 타고 대륙을 가로지르는 빙가FC. 동화 같은 이야기 같지만 세상엔 이런 축구팀도 있습니다.
인턴기자 조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