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인터뷰] 박희순 "섹시하다고? 꼭 맞는 '마이네임' 입은 덕분"

입력 2021-10-29 15:46 수정 2021-10-29 15:4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배우 박희순. 사진=넷플릭스배우 박희순. 사진=넷플릭스



지천명의 섹시한 빌런, 배우 박희순(51)이 1020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박희순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에서 악마 같지만, 정이 가고, 피 칠갑을 해도 섹시한 보스 최무진을 연기했다. '마이 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드라마. 국내 최대 마약 조직 동천파의 보스 최무진으로 분한 박희순은 서늘한 표정으로 냉철한 보스를 연기하며, 동시에 지우의 조력자 역할로 다양한 감정선을 그려냈다.

그간 주로 스크린에서만 활동해온 박희순은 오랜만에 '마이 네임'을 통해 긴 호흡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덕분에 그간 박희순을 멀게만 느꼈던 젊은 시청자들에게 섹시한 빌런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전성기를 만끽하고 있다.
 
'마이 네임' 스틸. '마이 네임' 스틸.

-넷플릭스 전 세계 순위 3위에 오르는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숫자는 잘 다가오지 않는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이라서, 세계 3위라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세계로 가는 통로가 되는 통로를 활짝 열어줬다. 덕분에 후속작들이 주목을 더 받는 것 같다. K-팝이 세계로 나가듯 K-드라마의 인기도 시작되지 않을까. 그런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이 든다."

-반전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최무진은) 악마 같은 사이코다. 연기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최무진에게 동화될 수밖에 없다. 서사와 감정을 내 입장에서, 최무진 입장에서 연기할 수밖에 없다. 남들이 봤을 땐 악마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정당화시킬 수밖에 없다. 관객들이 최대한 많이 상상할 수 있게끔 많은 표현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복합적인 감정을 연기하려고 했다. 그 인물을 이해하려 했고, 그 인물에 동화되려 했다."

-동훈을 향한 무진의마음음 무엇이었을까.
"첫 촬영이 동훈을 죽이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찍고 사무실에 들어와 세트장에 앉았는데, 섬뜩하더라. 무진에겐 두 가지 감정이 다 있을 수 있다. 죄책감도 있고, 복수를 다짐한 마음도 있다. 무진은 어떤 신에서도 한 가지의 감정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 복합적인 감정이 있었다."

-이렇게 직접 대화를 나눠보면 유머러스한 사람인데, 유독 살벌한 캐릭터를 맡았을 때 흥행한다.
"하하하. 아쉽다. 크고 상업적인 영화에서 행복한 역할로 나를 불러줬으면 좋겠다."

 
배우 박희순. 사진=넷플릭스배우 박희순. 사진=넷플릭스
-'마이 네임'이 전 세계를 휩쓴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실 그간 자가격리 중이어서 방 안에서 인터넷만 했다. 주변에 나가보질 못했다. 오늘 처음으로 나와서 인터뷰를 한다. 사람이 이렇게 그리울 줄 몰랐다.(웃음) 언더커버 소재에서 클리셰가 없을 수 없다. 언더커버라는 단어 자체가 클리셰인 것 같다. 그걸 어떻게 새롭게 풀어내는지가 관건이다.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 자체가 신선함으로 다가온 것 같다.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를 보면 냉철하고 피도 눈물도 없이 직진하는 사이코가 나온다. 그들(해외 관객들)이 봤던 사이코는 그런 거다. 근데 코리안 사이코는 많이 흔들린다. 극악무도한 나쁜 놈이지만, 상황마다 번민과 고뇌가 있다. 어떤 감정인지 왔다 갔다 한다. 그런 흔들리는 모습을 새롭게 봐주시지 않나 생각한다."

-여성 원톱 '마이 네임'에 선뜻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세븐 데이즈'도 그렇고 '마녀'도 그렇고, '마이 네임'까지 원톱 여자 주인공 작품의 서브 전문 배우다.(웃음) 여성을 돋보이게 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다. (그런 작품과 배역을) 좋아한다."

-'마녀' 때와 달라진 점이 있나.
"지금까지 해온 작품 가운데, 액션이 조금이라도 없었던 작품이 없었던 것 같다. 액션을 꾸준히 해왔는데, 영화가 아닌 드라마에서 이렇게 액션을 선보인 것은 처음이다. 분량도 영화보다 많았다. 평상시에는 2주 정도 액션 스쿨에가서 훈련을 하고 촬영에 임하는데, 이번엔 분량이 많아서 두 달 정도 연습했다. 액션 스쿨에서 훈련했던 과정, 배우들과 같이 움직였던 과정이 작품에 담겼다. 작품에 들어갔을 때는 액션도 합이 충분히 맞춰진 상태에서 들어가서 큰 부상이 없었다. 작은 부상은 많이 있었지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부상들이라 잘 극복했다."

-마지막 액션신이 인상적이었다.
"그 신을 찍을 때 진짜 지우가 지치듯이 한소희도 엄청 지쳐있는 상태였다. 이 친구가 다칠까 봐 조마조마했다. 계속 훈련을 해와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전력을 다한다 하더라도 크게 다치지 않게끔 노력했다. 그럼에도 쉽지는 않았다. 그냥 액션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감정 연기도 해야 했다. 서로 정말 힘들었다."

 
배우 박희순. 사진=넷플릭스배우 박희순. 사진=넷플릭스
-지우를 향한 무진의 마음은 무엇일까.
"수많은 감정이 다 쌓여있기 때문에 최무진도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를 거다. 왜 이 친구에게 이렇게 흔들리는지. 배신당한 후 복수를 위해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계속 흔들린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자꾸 넘으려 한다. 그런 것들이 그냥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진실된 거짓, 거짓된 진실, 이 두 가지가 항상 남아있다. 그래서 지우도 헷갈리고, 관객도 헷갈리고, 최무진 자신도 헷갈린다."

-최무진을 향한 반응들을 살펴봤나.
"관객들이 각자 생각하는 지점이 다 달라서 놀랐다. 내 마음을 들켜버린 듯한 글들도 있었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내용도 있었다. 나는 최무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내 표정과 연기만으로도 많은 서사를 만들어내더라. 그런 희열이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이 인기를 얻는 데에 그런 점이 작용한 것 같다."

-최무진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나.
"최무진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근데, 처음으로 자기 마음의 문을 연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다. 그간의 시간이 지워지는 느낌을 받았을 거다. 자기 정체성에 관한 혼돈도 왔을 거다. 내가 좋아했던 그 친구는 무엇이고, 나는 또 무엇인가. 그 외로움으로 더 폐쇄적이 됐다. 최무진을 다 알진 못하겠지만, 그런 인물인 것 같았다."

-섹시하다는 호평이 이어진다.
"평소에 섹시하다는 이야길 많이 들었으면 떳떳하게 이야기를 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웃음) 이번 작품에서만 그런 이야기를 듣는 데에는, 작가님이 써준 최무진 캐릭터가 큰 몫을 했다. 감독님의 프로젝트가 있었다. '이 작품에서는 무조건 최무진이 섹시해야 한다'였다. 의상도 분장도 영화 스태프들이고, 나와 많이 작업을 해봤던 친구들이다. 나에 대해 잘 알고, 나의 장단점을 잘 안다. 슈트를 맞췄는데, 전부 수제로 만들었다. 내 몸에 안 맞을 수가 없었다. 시키는 데로 입었다. 나는 전혀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마이 네임' 스틸. '마이 네임' 스틸.
'마이 네임' 스틸. '마이 네임' 스틸.

-한소희와의 호흡은 어땠나.
"TV에서 봤던 여리여리하고 광고에서 튀어나온, 그런 인물일 것이라 생각하고 처음 만났는데 깜짝 놀랐다. 액션 스쿨을 열흘 다녔다는데 벌써 복싱 폼이 나오더라. 운동을 한 번도 안 해봤다는 아이가 남자도 하기 힘든 것들을 소화하더라. 그 얼굴에서 정말 행복하고 재미있어하는 게 느껴졌다. 땀을 흘리면서 운동을 하는 모습이 정말 예뻐 보였다. 그 이후에도 한소희가 얼굴이 예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는 짓이, 연기가, 마음 씀씀이가 예뻤다."

-김상호와의 대립도 인상적이었다.
"김상호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다. 생활 연기의 달인이면서 장르물에서 묵직함을 가지고 갈 수 있는 배우다. 김상호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한 축을 담당해 준다 하니 힘이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무엇인가.
"지우와의 마지막 신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 또한, 강재와의 신은 굉장히 위험했다. 평지에서 액션을 맞춰 놓았는데, 계단도 있고 경사도 있는 곳에서 연기해야 했다. 그날은 또 너무 추웠다. 칼을 쥐다가 손가락이 꺾였다. 공교롭게도 땅이 진창이어서 동료 배우도 첫 컷에서 발목을 접질렸다. 손을 다치고 발이 다쳐도 그 상태에서 끝까지 간 거다. 촬영이 중단될 만큼의 큰 부상은 없었지만, 이런 작은 부상들을 안고 살았다."
 
배우 박희순. 사진=넷플릭스배우 박희순. 사진=넷플릭스

-아내 박예진도 드라마를 봤나.
"보면서 어느 순간 동천파가 돼 나를 응원하고 있더라.(웃음)"

-'마이 네임'으로 이루고픈 것이 있다면.
"'마이 네임'을 하면서 희망이 하나 있다면 내 이름을 좀 찾았으면 한다.(웃음) 나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나를 박휘순으로 알고 있다. 박희순인데 박휘순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아직 많다. 하나의 소망이 있다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리며, 내 이름을 찾고 싶다. 하하하."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