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 보시는 건 무인단말기 화면입니다. 높기도 하고 빛에 반사돼서 흐릿하게 보이는데요. 누군가에겐 편하게만 느껴졌던 무인 시스템이 휠체어에 앉으면 어떻게 변하는지 오늘(27일) 밀착카메라는 그 시선을 따라 전해드리겠습니다.
어환희 기자입니다.
[기자]
[전선미/척수 지체장애인 : 전에는 열 군데 가면 하나 정도 볼 수 있었는데, 코로나 터지고 나서 새롭게 생긴 상가들은 가면 싹 다 무인인 거예요. 아 세상이 이렇게도 바뀔 수가 있구나…]
평소 제가 자주 찾는 동네입니다.
오늘 이 휠체어를 타고 한번 돌아다녀 보겠습니다.
익숙했던 거리가 낯설어집니다.
눈높이에 있던 무인단말기는 높아졌습니다.
메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언어 선택 버튼까지 손이 안 닿아 영어 설명을 봐야 합니다.
먹을 수 있는 메뉴도 제한됩니다.
[아메리카노…아메리카노는 안 돼. 모카랑 이런 것밖에 못 먹어. 뒤로, 아…]
쉽게 들락날락하던 생활용품 가게를 어렵게 들어가도.
[죄송한데 밀어주셔야 할 것 같아요.]
결제엔 한참 걸립니다.
[(빛이 반사돼) 화면이 안 보여서…]
어렵게 무인 가게에 들어왔는데요.
한번 직접 물건을 사보겠습니다.
[여기 엄청 좁다.]
폭이 너무 좁아서 휠체어가 들어갈 수가 없고요.
이 쪽도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손에 잡히는 라면을 일단 바구니에 담고 계산대로 갑니다.
[바코드 스캔을…아…]
휠체어에 앉아서는 화면이 손에 닿지 않아서 물건을 살 수가 없습니다.
이런 무인단말기를 사용하는 개인 가게는 2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었습니다.
[박혜정/척수 지체장애인 : 커피 한잔을 못 마시고 들어간다 생각하니까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카드를 일단 찍고 경사를 올라가서 문을 열어야 하는데, 휠체어로는 도저히 그 시간 안에는…]
휠체어에 좀 익숙해지면 괜찮을까요?
20년 동안 휠체어를 탄 김강민 씨가 점심 한 끼 할 곳을 찾는데, 따라다녀 보겠습니다.
[김강민/뇌병변 장애인 : 밥 먹을 장소가…좋아하는 메뉴보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냐 없냐, 그것만 보는 것 같아요.]
자동차, 자전거 등을 무사히 지나 먹자골목길에 들어섭니다.
[김강민/뇌병변 장애인 : (이 정도는 괜찮나요?) 급경사고 미닫이문이기 때문에 심지어 '당기시오'잖아요. (빈대떡?) 안 돼요. 턱이 있어. 들어갈 수 있는 데가 없어요. 아유 진짜.]
아쉬운 대로 경사로 있는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지만, 높고 먼 무인단말기가 또 기다립니다.
[너무 높은데요? 하하하. 안 닿아요.]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김강민/뇌병변 장애인 : 높아서 안 될 것 같아요. 아예 멀어요. (기자님) 지금 서신 상태에서는 키가 맞아요? 화나진 않고 '아 그런가 보다' 하고 나와야 하는…모든 사람은 할 수 있는데 (나만) 못 한다는 생각 때문에 겁도 살짝 나기도 해요.]
3cm의 턱, 휠체어에 앉는 순간 넘지 못할 장벽이 됩니다.
어렵게 벽을 넘어도 비대면 시대가 만들어낸 무인 시스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이라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VJ : 김대현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오세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