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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세 보태서 공공병원 짓자"…예산 마련 어떻게

입력 2021-10-12 16:32 수정 2021-10-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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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합의 한 달여만에 열린 토론회. JTBC.노정합의 한 달여만에 열린 토론회. JTBC.

"역사적이고 의미 있는 합의지만,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자로 나선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의 마무리 발언입니다. 오늘(12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열린 토론회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주제는 〈노정 합의 의미와 후속 과제〉였습니다. 지난달 2일, 노정 교섭이 극적 타결된 지 한 달여만입니다.


■ "담뱃세로 공공병원 재원 확보를"

핵심 주제는 '재원 마련', 그중에서도 공공병원 확충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노정은 2025년까지 70여개 중진료권마다 300~500병상 규모 공공병원을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를 위해 노조는 '담배 개별소비세'를 활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현재 4500원인 담배 한 갑에 붙는 개별소비세는 594원입니다. 1년 동안 2조 원 정도가 걷힙니다. 30%만 떼어내도 6396원이고, 이걸 공공의료 확충에 쓰자는 주장입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현재 담배 개소세 45%는 화재 대비 명목의 소방안전교부금으로 쓰인다"며 "같은 방식으로 나머지 55% 중 일부를 국민 건강을 위해 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담뱃세 활용안을 제시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JTBC 촬영.담뱃세 활용안을 제시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JTBC 촬영.
'담뱃세 활용 안'에 토론자들은 대체로 공감했습니다. 세금을 늘리지 않아도 되고, 중·장기적 재원 조달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는 겁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도 "새로운 세목을 만드는 것보다는, 담배에 붙는 건강증진부담금을 높여 지방 공공병원에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건강증진기금의 건강보험 재정 지원 비율을 현행 65%에서 80%로 높여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이 밖에도 ▲공공보건의료사업 특별회계를 만들거나 ▲지방교부세에 공공보건의료 교부세를 설치하는 등 대안이 제시됐습니다.


■ "재정 확충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 자리에서 정부도 입장을 내놨습니다. 지난 5월부터 노조와 13차례 교섭을 벌여온 당사자인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참석했습니다. 이 정책관은 "정부 내에서도 공공의료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부각됐다"며 "(정량적) 평가에 좌우될 게 아니라, 공공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재정 확충에 대해서는 "복지부도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정부 안에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정부 예산을 중심으로 하되 다른 재원 투입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구체적 진전은 노정 실무협의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나왔습니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재정 확보 노력을 제대로 하느냐를 보고, 정부의 협의 이행 의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윤 서울대 교수도 "그동안 재원 이야기를 많이 못 한 게 사실"이라며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만드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 "최일선 간호사, 걸맞은 보상을"

의료인력 보상 문제도 토론 주제였습니다. 조문숙 대한간호협회 부회장은 "시혜적·한시적, 주먹구구식 보상을 넘어 체계적·지속적이며 형평성 있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환자 접촉 시간과 빈도에 따라 '차등 보상'해야 한다는 겁니다.

나아가 노조는 현재 인력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자고 주장했습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은 "간호사 면허 소지자 절반만 병원에 근무하고, 1년이 안 돼 그만두는 비율이 42.7%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1인당 환자 수를 정하고, 교대근무제를 예측할 수 있게 손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 JTBC 촬영.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 JTBC 촬영.
조승연 인천의료원장도 "보건의료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는 분야"라며, '인력 중심'으로의 구조 전환을 주장했습니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 조 원장은 "감염병 대응인력 확충뿐 아니라 전체 의료인력의 기준을 정하고, 수급계획을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 "민간병원 기대" vs "충분한 지원 있어야"

이와 관련, 정부는 민간병원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습니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공공뿐 아니라 민간병원도 지역 거점 병원 형태로 역할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인력 투자 등은) 병원계에서도 기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정책관은 이어 "일선 의료기관 20개 직종에 대한 '인력 기준'을 만들도록 내년 예산에 이미 협의가 이뤄져 있다"며 "차근차근 실행되면 5년 뒤 보건의료계 현실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병원계는 이런 상황을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부회장은 "어떤 지원이 있어야 일선 병원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지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간호사들이 요구해온 '교육전담 간호사' 제도의 경우, 민간 병원까지 수가 지원을 하는 건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송 부회장은 "현장에 도움이 되는 제도임은 분명하지만, 간호대에서 배우고 나와야 하는 부분까지 감당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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