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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BIFF' 6년만 부산行 레오스 카락스 감독 "신뢰할 영화 드물어…관람 시간낭비"

입력 2021-10-11 09:20 수정 2021-10-1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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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아네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아네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레오스 카락스(Leos Carax·61) 감독이 우여곡절 끝 부산에 무사히 당도했다.

예기치 못한 항공 문제로 당초 예정된 계획보다 늦게 부산에 발을 들인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10일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부국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아네트(Annette)'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바로 이어진 마스터 클래스 등 빼곡한 일정을 극강의 정신력으로 소화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비행기를 놓친 것도 아닌, 서류상 문제로 발이 묶였던 터라 "도저히 못 가겠다" 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끝까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국제를 찾았다. 자신을 다룬 다큐 '미스터 레오스 카락스'(2015) 이후 6년만이다.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 기자들과 만난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부산에 도착한지 아직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어떤 감상을 말하는데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오게 돼 기쁘다"며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에 대한 설렘을 내비쳤다.


74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감독상 수상에 빛나는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9년만 신작 '아네트'는 오페라 가수 안(마리옹 꼬띠아르)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에게 특별한 딸 아네트가 생긴 후 무대 그 자체가 된 그들의 삶을 노래한 시네마틱 뮤지컬 영화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아네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아네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미국 록밴드 스파크스(Sparks)의 제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에서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음악에 대한 애정과 가족, 특히 딸을 가진 아버지로서 느끼는 의구심 속 해답을 찾기 위한 마음을 담아냈다. 프랑스를 벗어나 처음 미국 LA에서 영어로 만든 영화라는 점도 주목도를 높인다.

스파크스는 자신들의 음악이 삽입된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전작 '홀리 모터스'(2012)를 관람한 후, 이미 만들어진 15곡의 노래를 들고 레오스 카락스 감독에게 연출을 요청했다는 후문. 레오스 카락스 감독과 스파크스는 공동 각본가로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스파크스의 음악을 들었다"고 밝힌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인생에서 음악은 굉장히 중요하고, 나는 항상 음악과 작업을 해 왔다. 어린시절 음악을 한 적도 있지만 좋아해도 잘하지는 못해 지금 영화를 하고 있다"고 읊조려 웃음을 자아냈다.


스파크스로부터 시작됐기에 영감도 스파크스에게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처음 제의를 받고 자연스럽게 걱정했던 것은, '어떻게 협업할 것인가. 만들어진 음악에 안주하면 어쩌나'였다. 하지만 스파크스 음악이 익숙했기에 운 좋게 풀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스파크스는 이미 돈도 많고 유명한 셀럽이다"며 웃더니 "그래서 더 쉽지 않았던 점도 있다. 모든 것을 약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라는 장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왜 성공을 원하고, 어떻게 성공하고, 성공하면 또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흥미가 있었다"고 전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 '아네트(ANNETTE)' | 사진=공식 스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 '아네트(ANNETTE)' | 사진=공식 스틸

'아네트'는 기존 뮤지컬 영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모든 대사를 노래로 소화한다. 화장실에 가도, 오토바이를 타도 캐릭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건 노래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전부 노래로 만들기를 바랐지만, 분명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애초부터 '노래를 부르는 세계'라고 가정을 한다면 누구든 노래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며 '아네트' 세계관 설정의 시발점을 알린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여기 세계에서 보면 당연히 이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세계관 안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또 "노래하는 환경을 만들어 놓는 것이 1순위였다. 비현실적인 상황에 가면 오히려 자유롭게 뭔가를 할 수 잇는 것들이 많아진다. 나 또한 LA에 있다가 갑자기 독일로 날아가곤 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지만 또 그렇게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아네트'를 정의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 '아네트(ANNETTE)' | 사진=공식 스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 '아네트(ANNETTE)' | 사진=공식 스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 '아네트(ANNETTE)' | 사진=공식 스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 '아네트(ANNETTE)' | 사진=공식 스틸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이러한 '아네트'에 대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한 도전을 비롯해 캐릭터와 맞는 이미지에 노래, 연기까지 잘하는 배우 캐스팅에도 애를 먹었다. 꼭두각시를 세워둔 이유가 있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아담 드라이버는 '걸스' 시리즈에서 처음 봤는데 아주 이상하고 흥미로운 분이더라. 이젠 아빠 역할을 하기에 적당한 나이가 됐다고 생각해 제안했다"며 "여주인공은 원래 미국 여배우를 섭외하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마리옹 꼬티아르가 잘 어울려 다행이다"고 고마워했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전작 '홀라 모터스'에 이어 '아네트'에서도 딸과 함께 출연해 눈길을 끈다. 러시아 배우 예카테리나 골루베바와 사이에서 16살 딸 나스탸를 얻은 레오스 카락스는 손등에 딸 이름을 러시아어로 크게 새겨놨을 만큼 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홀리 모터스'와 '아네트'는 내가 제가 아버지가 된 후 만든 영화다. 아버지에 관한 것, 뭔가 해답이 없는 의문점에 대해 답을 찾고 싶었다. '내가 딸에게 나쁜 아빠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고 밝혔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 '아네트(ANNETTE)' | 사진=공식 스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 '아네트(ANNETTE)' | 사진=공식 스틸

그는 "내가 다작을 하는 편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어떤 가족 영화도 만든다는 것,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네트'는 아주 나쁜 아빠에 관한 이야기지만, 언제든 그런 일들을 일어나기 마련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요즘 영화를 아예 보지 않는다"고도 여러 번 언급한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어렸을 땐 별로 좋지 않은 영화도 많이 봤고 어떤 면에선 영감도 받았지만, 요즘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신뢰할만한 영화가 있으면 본다. 문제는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친숙한 한국영화, 감독으로는 홍상수 감독의 이름이 나왔다. 그는 "최근 불면증이 심해져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많이 봤다.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홍상수 감독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상당히 좋았다"고 평했다.

16살 시골에서 파리로 이사를 가며 영화에 빠져 들었던 소년은 어느 덧 전세계 영화계에서 추앙받는 거장이 됐다.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는걸 인지하지도 못하던 시절 무성영화를 보며 강렬함을 느꼈다. 코로나 등으로 인해 플랫폼이 변화하는 시기를 맞아 씁쓸한 면도 있지만, 또 발맞춰 나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뚝심있는 여유로움을 보였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 '아네트(ANNETTE)' | 사진=공식 포스터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 '아네트(ANNETTE)' | 사진=공식 포스터
부산=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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