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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징어 게임' 정호연 "전 세계의 공감, 예상 못했어요"

입력 2021-10-05 18:08 수정 2021-10-0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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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호연. 사진=넷플릭스 배우 정호연. 사진=넷플릭스



전 세계를 사로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글로벌 대세가 탄생했다. 모델에서 배우로 이제 막 첫발을 디딘 정호연(27)이다.

2011년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의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시즌 2'에 도전자로 참가하며 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정호연. 이후 세계적인 모델로 성장해 파리와 뉴욕의 캣워크를 걷던 그는 '오징어 게임'에 출연하며 배우로 데뷔했다. 모델로서의 한계, 그리고 배우로서의 새로운 시작에 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운명처럼 '오징어 게임'과 만났다. 극 중 새벽 역을 맡으며 이정재·박해수 등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그는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에 오른 '오징어 게임'의 최대 수혜자로 불린다. 농도 짙은 서사를 지닌 새벽이를 연기하면서 국가를 막론하고 전 세계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인 덕분이다.

작품이 인기를 끌자 40여만 명이었던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는 1360만 명(5일 기준)을 넘어섰다. 다양한 언어를 쓰는 시청자들이 정호연과 새벽을 응원하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기세를 몰아 정호연은 6일(현지 시간) 방송되는 미국 NBC 인기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출연하며 미국 시청자들과 인사를 나눈다. 불과 한 달 전까지 배우를 꿈꾸는 모델이었지만, 이젠 글로벌 스타다.

"너무 단시간에, 너무 큰일이 일어났다"며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겠다는 그는 차분히 자신을 가다듬으며 '배우' 정호연의 '넥스트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 스틸. 사진=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스틸. 사진=넷플릭스

-인기를 실감하나.
"소속사의 많은 직원이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행복하게 (정호연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말을 해줬다. 많은 기자와 인터뷰를 하니, 나도 이제야 실감이 조금씩 난다.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많다 보니 이전에는 몸으로 체감하기엔 힘들었다. 이렇게 ('오징어 게임' 관련) 스케줄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실감을 하고 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다."

-새벽이 역할에 캐스팅됐을 때, 이처럼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나.
"개인적으로 새벽이를 정말 사랑한다. 새벽이라는 친구에게 큰 애정이 있지만, 많은 분이 이렇게 큰 사랑을 주실 거라고 예상은 못 했다. 정말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에) 캐스팅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지 않아서 굉장히 놀랐다. 모든 것들을 경험해가면서, 부담도 더 많이 가고 긴장도 됐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의 생각과 촬영하면서의 느낌이 달랐나.
"세트장에 가서 훨씬 많이 놀랐다. 시나리오에 적혀있던 것보다 훌륭한 세트장이 만들어져 있더라. 시나리오를 읽고 현장에 가는 매 순간이 감동이었다. 시나리오에서 제일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것은 인물들의 변화였다. 인간의 본성이 나오고 누군가는 인간성을 잃어가고. 그런 삶을 게임이라는 소재로 극대화하는 것이 소름이 끼쳤다."

-'오징어 게임'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해외에서 (모델) 일을 하고 있었고, 지금 소속사에 들어온 지 한 달도 채 안 된 기간에 (오디션을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굉장히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오디션을 보고 싶었다. 누군가의 앞에서 연기를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것은 소중한 일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오디션 비디오를 만들어 보냈는데, (직접) 만나고 싶다는 피드백을 받은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느꼈다. 대충 짐을 싸서 한국으로 달려와서 실물 오디션을 봤다. 이후 캐스팅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란스러웠다. 사실 기대를 하지는 않아서 내 연기에 대한 신뢰도 없었다. 순식간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배우 정호연. 사진=넷플릭스 배우 정호연. 사진=넷플릭스

-오디션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줬던 건가.
"오디션을 보며 새벽이 동생과의 신과 새벽이 후반부 신을 연기했다. 긴장감을 내려놓지 못하고 갔다. 그래서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긴장되고 손이 떨리고 목소리도 떨렸다. 그런데 감독님이 기억하는 나는 달랐더라. 긴장돼서 대답을 못 한 건데, 감독님은 내가 대답을 안 하는 건 줄 알았더라. 연기하기 전에 인터뷰를 잠깐 했는데, 눈도 잘 못 봤다. 이 모습도 감독님이 오해했더라. '쟤는 진짜 새벽이처럼 리액션이 없는 아이'라고 생각했다더라. 아니라고 '긴장해서 그랬다'고 하며 오해를 풀었던 기억이 있다."

-시리즈 내내 감정 표현이 별로 없다가, 어느 순간 한번에 폭발하는 연기를 소화했다.
"내가 지영이 캐릭터에게 같이 (팀을) 하자고 말하고, 이후 지영이가 나에게 (팀을) 하자고 말하는 신이 있다. 두 번째에 지영이가 새벽이에게 물어봤을 때 (지영을 연기한 배우 이)유미랑 나 둘 다 그 대사를 듣고 컷 소리가 들리자마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혔다. 그리고선 서로 '나 왜 슬프냐'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유미와 과거 이야기를 할 때도 눈물이 너무 나서 잠깐 쉬어가야 했다. (감정을) 다스리는 것도 너무 중요했다. 새벽이가 리액션이 없다고 해서 그냥 서 있는 건 아니다. 내면의 여러 감정이 있다. 그래서 그 에너지를 응축하기 위해 일기도 쓰고, 내면적인 부분을 더 집중해서 공부했다. 새벽이로서 리액션이 없는 리액션을 찾는 데에 굉장히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지영과 새벽의 관계성에 전 세계 시청자가 열광한다.
"이렇게 전 세계 분들이 다 공감해 주실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나도 시나리오 읽었을 때, 가장 많이 운 신이 그 (지영과 새벽의 마지막) 장면인 것은 맞다. 둘 중 한명이 살 수밖에 없는 순간이 다가오면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멋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슬펐다."

-새벽 캐릭터 연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탈북자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마담 비'를 봤다. 그들의 삶이 어떤지, 무슨 고민이 있는지 찾아봤다. 연기도 액션도 처음이라서, 사투리 수업과 함께 무술 수업도 들었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우리 드라마는 막싸움인데, 왜 그렇게 열심히 무술을 배우냐'고 하더라."

-해외에서 패션위크를 준비하다가 갑자기 짐을 싸고 한국에 올 정도로 연기에 욕심이 있는 듯하다.
"사실 모델들은 우리의 수명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점에서 부담감을 느낀다. 우리가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있다. 모델들 사이에서 (그 고민의 답으로) 많이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연기다. 사실 이전에는 그렇게까지 연기에 대한 깊은 열망은 없었다. 오히려 '연기는 너무 어려울 것 같아'라는 생각을 항상 했다. 그런데, 해외에서 활동하다가 커리어가 처음에 나가자마자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순간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기다 보니, 영화를 많이 보게 됐다.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모델은 외적인 것을 많이 표현하는 직업이지 않나. 그러다 보니 연기라는 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와다. 사람의 감정과 사람의 삶을 표현하는 연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배우 정호연과 김주령. 사진=김주령 인스타그램. 배우 정호연과 김주령. 사진=김주령 인스타그램.

-다른 배우들과는 호흡이 어땠나.
"(한미녀 역의) 김주령 선배와 (촬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박해수 선배, 김주령 선배와 산책도 많이 했다. 촬영장 근처에 큰 공원이 있어서, 오늘 찍을 신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눈 기억이 난다. 초반에 김주령 언니에게 격려를 많이 받았는데, 후에는 내가 격려를 해줄 정도로 친해졌다. '한마음 한뜻으로 이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들과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정재 선배와 함께하는 신에서 NG를 냈는데, NG 신이 본편에 들어갔다. (이정재가 연기하는) 기훈에게 소매치기하는 신에서 웃음이 터졌다. 선배가 커피를 쥐여준다기보다 어떻게든 빨대까지 꽂아서 주려는 모습이 기훈 그 자체였다. 그래서 정신을 못 차리고 웃었다. 다행히 잘 안 보여서 감독님이 그 컷을 쓴 것 같다.(웃음)"

-이정재는 어떤 선배였나.
"이정재 선배는 진짜 든든했다. 방향성을 잘 못 잡고 있을 때도, 내가 서툴렀을 때도 선배는 흔들리지 않고 기다려줬다. 그게 얼마나 큰일인지 촬영을 하며 더 느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 선배에 대한 존경심이 더 커졌다. 언제든 내가 아쉬워하면 나보다 먼저 '한 번 더 (연기)하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든든한 버팀목, 큰 오빠였다. 그리고 박해수 선배는 둘째 오빠였다. 농담도 치고 내가 불평을 해도 다 받아줬다."

-'오징어 게임'이 배우 데뷔작인데, 연기를 하며 힘들었던 때가 있었나.
"초반에 가장 힘들었다. 불안감이 많이 있었다. 모델 일을 하면서도 모든 게 다 트라우마가 된 순간이 아직 남아있는데, 그게 더 극대화됐다. 내 목소리도 너무 이상한 것 같고 얼굴도 이상한 것 것 같았다. 연기도 틀린 것 같고. 초반 촬영 때에 모든 트라우마가 남아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할 수 있었던 일도 하지 못하도록 자신을 가둔 것 같다. 좋은 감독님과 선배를 만나서 떨쳐냈다. 부족하더라도 할 수 있는 최선을 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가두고 제한한 것이 초반에 가장 힘들었다."

-글로벌 스타로 거듭났는데,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너무 큰 일이 한 번에 일어났다. 정리가 되지 않고, 그냥 (반응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기간이다. 정신이 없다. 지금 이 상황을 잘 정리해나가고 싶다. 최대한 지금 할 수 있는 것, 주어진 것들을 잘 정리하고 잘 해나가면서 겸손하게 발전해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이 큰 현상을 일으킨다고 해서 나 자체가 엄청 다른 사람이 된 것도 아니다. 나는 나다. 이런 여러 가지 일들에 관해서는 최선을 다해서 책임감 있게 정리해 나가도록 하겠다."
 
배우 정호연. 사진=넷플릭스 배우 정호연. 사진=넷플릭스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나.
"다 해보고 싶다. 영화 '킬 빌'에 나오는 우마 서먼 역할 같은 캐릭터도 맡아 보고 싶다. 정말 다 해보고 싶다. 열정이 '뿜뿜'하고 있다. 더 많이 경험하고 쌓고 싶다. 더 나은 배우가 될 수 있게 항상 열심히 할 것이다."

-시즌 2엔 나올 수 없는 건가.
"(시즌 2에 대해서는) 들은 게 없다. 감독님이나 넷플릭스 관계자에게 물어봐도 말을 안 해준다. 전혀 모르겠다. (시즌 2에 나오지 않아도) 아쉽지는 않다. 새벽이는 충분히 열심히 가치 있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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