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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간실격' 전도연, 남편 바람·유산 아픔…류준열 절절한 눈물

입력 2021-10-03 09:12 수정 2021-10-0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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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간실격' 전도연, 남편 바람·유산 아픔…류준열 절절한 눈물

위태로운 삶에는 이유가 있고, 버텨낸 삶은 그 자체만으로 위로를 부른다.

2일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인간실격' 9회에서는 여전히 위태로운 전도연(부정)의 일상과 끊어낼 수 없는 과거의 상처, 그리고 이어지는 류준열(강재)과의 인연과 위로가 그려졌다.

이날 전도연은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1년 전 유산 후 딱 1년만에 다시 찾은 것. 의사의 입을 빌려 전해진 전도연의 상태는 꽤 심각했다. 20주 차 계류 유산으로, 노산에 심정지 후 태아가 자궁에 남아있던 시간이 길어 염증도 심했고 응급수술에 오랜 입원 생활까지 해야 했다.

의사는 "솔직히 아주 잔인하게 말하면 5주 넘게 죽은 아이와 함께 지낸 것이다. 아무도 없는 작은 방에 단 둘이서. 그럼 몸도 마음도 나빠진다. (유산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아픈 곳이 있으면 죄책감 갖지 말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다독였다.

하지만 이미 땅굴을 파고 드는 자신만의 암흑 세계를 구축한 전도연이 이제와서 갑자기 입을 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전도연은 회사 앞에 찾아 온 남편 박병은(정수)에게도 퇴사 사실을 숨기며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박병은은 전도연이 해고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역시 알고도 모른척 하는 모습으로 전도연을 지키려 했다.

비밀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감정의 골도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보이지만,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나를 방어하고 상대를 배려한다는 나름의 속셈으로 '이것이 최선이다'는 정신 승리를 하는 모양새다. 박병은은 신혼 초 전도연의 회사로 찾아갔던 일에 대해 "3년 밖에 안됐는데 전생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시종일관 냉랭한 전도연에게 박병은이 홀로 노력하며 애쓰려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이유는 있었다. "엄마 구두사며 아버지 것도 하나 샀다"는 박병은의 말에 함께 박인환(창숙)을 찾아 간 전도연은 "1년 만에 같이 간다. 너 바람피운 것 알고 같이 안 왔잖아. 쪽팔려서"라고 대꾸했다. 전도연은 1년 전, 남편의 바람과 유산을 한꺼번에 겪는 지옥 속에 살았다.

스스로에게 '실패한 인생'이라 낙인찍은 전도연은 견뎌내기 힘든 큰 상처를 여전히 치료, 아니 방치 중이었다. 시모 신신애(민자), 남편 박병은과의 연을 끊어내지도 못할 뿐더러 자신의 상황에 대해 쉽게 털어놓지도 못한 채 앓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자기연민 속 이유를 제공한 남편의 움직임이 쉽게 눈에 들어올리 없다.

또한 복잡하고 힘겨운 과정에서 전도연은 죽은 아이 민수를 떠올렸다. 앞서 류준열은 나현우(정우)가 사용하던 'cafe-Hallelujah(할렐루야)'라는 메신저 아이디로 나현우를 대신해 전도연에게 "아이는 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라는 내용을 보냈다. 그 시각 류준열은 죽은 나현우가 갖고 있던 민수의 통장에 부정이 매달 5만원 씩 여러차례 입금한 사실을 파악하고 놀라워했다.

전도연은 "어쩌면 좋겠냐. 어떤 말로 시작하면 좋겠냐. 지금 이런 말을 건네는 게 옳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해 미안하다. 겪은 일이 내 일은 아니어서, 그게 어떤 모양의 슬픔일지, 어떤 크기의 아픔일지, 어떤 이름의 고통일지 알 수 없겠지만 비교할 수도 없이 작은 일로 저도 내내 지옥 같은 시간 속에 있었다면 조금은 이해받을 수 있겠냐. 조금은 용서받을 수 있겠냐"는 답장을 보냈다.

류준열은 "슬픔에 모양이 있을까요? 아픔에 크기가 있을까요? 고통에 이름 같은 건 있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내 것만큼 아픈 건 없을 겁니다. 내 것만큼 힘든 것도 없을 겁니다. 혹시 오늘도 죽을 만큼 괴로운 하루를 보내셨나요? 저는 오늘 죽음처럼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라는 절절한 고백과 위로를 차마 전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묵직하게 흘러나온 내레이션은 시청자들의 뭉클함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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