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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 찬스' 출전, 라커룸 돈잔치까지…수리남 부통령, 축구연맹서 징계

입력 2021-10-02 08:02

소유 구단 선수로 국제경기 최고령 출전
경기 후엔 상대팀 선수들에 돈다발 뿌려
북중미축구연맹, 3년간 행사 참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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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구단 선수로 국제경기 최고령 출전
경기 후엔 상대팀 선수들에 돈다발 뿌려
북중미축구연맹, 3년간 행사 참여 금지

축구 이야기 같지만 한 정치인의 이야기입니다. 또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본인 만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권력자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수리남 부통령. 이름은 브런스베이크입니다. 예순살의 나이지만, 놀랍게도 정식 축구선수로 국제무대에 데뷔했습니다. 더구나 그 무대 역시 북중미축구연맹이 주최하는 클럽 대항전이었습니다.

'구단주 찬스' 경기장 나선 수리남 부통령. 〈사진=현지 중계 캡처〉'구단주 찬스' 경기장 나선 수리남 부통령. 〈사진=현지 중계 캡처〉

수리남 부통령은 자국 축구팀 뭉고타푸 소속으로 온두라스의 올림피아와 경기에 선발 출전했습니다. 선수로 뛰기엔 너무 늦은 나이, 열심히 노력해서 공정하게 경쟁을 이겨낸 것이었다면 누구나 환호했겠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부통령이기 앞서 성공한 사업가였던 브런스베이크는 뭉고타푸의 구단주였고, 이번에 '구단주 찬스'를 썼습니다. 감독에게 요청해 15분 정도를 뛰고 나오겠다 했지만 실제로 55분간 그라운드에 섰습니다. 배가 불룩하게 나온 몸으로 뒤뚱뒤뚱, 선수들과 함께하기엔 민망한 경기력이었습니다. 60세의 나이에 선수로 나서며 '최고령 출전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런 기록과 맞바꾼 것은 수리남 축구팀 뭉고타푸의 0대6 패배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경기가 끝나고 터져 나왔습니다. 선수로 뛴 사실에 감격해서일까. 수리남 부통령은 온두라스 클럽의 라커룸을 찾아갔고, 돈 가방을 풀어 선수들에게 돈을 뿌렸습니다. 적게는 100달러부터, 많게는 3300달러까지. 돈을 주는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 널리 퍼졌습니다. 수리남 부통령은 상대 팀을 향한 감사 인사였다고 했지만, 돈을 주고 산 경기 출전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라커룸에서 상대팀 선수들에게 돈 나눠주는 수리남 부통령. 〈사진=소셜미디어 캡처〉라커룸에서 상대팀 선수들에게 돈 나눠주는 수리남 부통령. 〈사진=소셜미디어 캡처〉

논란이 되자 북중미축구연맹이 나섰습니다. 징계위원회를 열어 수리남 부통령은 앞으로 3년간 북중미 축구의 어떤 행사에도 참여할 수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부통령을 출전시킨 뭉고타푸, 또 돈을 받은 올림피아는 올 시즌 북중미 축구리그에 더는 참가할 수 없게 했습니다.

수리남은 지리상 남미에 속해 있지만, 수리남 축구는 북중미연맹 산하에 있습니다. 사실 축구의 세계에선 변방입니다. 네덜란드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굴리트, 레이카르트, 다비즈, 셰도르프, 클루이베르트가 수리남 출신이라는 것 정도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죠. 이번 일로 수리남 축구는 원치 않는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돈과 권력에 휘둘렸다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게 됐습니다.

동시에 이번 사건은 수리남 부통령의 인생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스포츠 전문 '어라운드더링스'는 '브런스베이크는 부통령이기 앞서, 수리남의 섬을 소유하고 6개의 금광을 보유한 사업가'라고 보도했습니다. 1980년대 수리남 내전 때 게릴라 부대를 이끌기도 했고, 마약 불법거래로 네덜란드와 프랑스 법원에서 8년형, 10년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리남에서 범죄인 인도를 거부해 부통령까지 오른, 영화에서나 나올만한 논란의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본인 만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권력자가 됐습니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즐기는 축구를 권력으로 한번, 돈으로 한번 모욕했다는 비판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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