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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길 안내에…선두에서 뛰고도 실격당한 케냐 마라토너들

입력 2021-09-29 16:12 수정 2021-09-29 16:34

미국 선수 '어부지리' 우승
주최 측은 보상 방안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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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수 '어부지리' 우승
주최 측은 보상 방안 논의

미국 쿼드 시티스 마라톤. 〈사진=연합뉴스〉미국 쿼드 시티스 마라톤. 〈사진=연합뉴스〉

마라톤을 하다 '길 안내' 자원봉사자가 이리로 가면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케냐 유명 마라토너들은 이 말을 따르다 완주를 하고도 실격됐습니다. 미국에서 열린 '2021 쿼스 시티스 마라톤(Quad Cities Marathon)'에 참가한 루크 키벳(38)과 엘리자 사올로(25) 이야기입니다.

두 선수는 이 대회에서 중반까지 선두에서 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방향 전환 지점에서 코스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를 만났습니다. 이 자원봉사자는 두 선수를 보자 자전거를 타고 직진을 했고, 아무 의심 없이 따라간 두 선수는 결승선에 도착해보니 실격이란 말을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때 왼쪽으로 가야 했던 겁니다.

주최 측은 처음엔 단호했습니다. 경기 감독관은 “자원봉사자 때문에 길을 잃었다는 건 핑계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사거리에는 마라톤 코스 방향 표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전날 주최 측이 대회 참가자들을 상대로 코스를 설명해줬고, 두 마라토너도 여기에 참석했다는 겁니다.

황당한 실격 이후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습니다. 실격한 사올로가 미국 내 거주 비용을 모으기 위해 모금을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대회가 줄줄이 취소돼 지난 1년간 상금 수입을 거둘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얘기가 전해지자 주최 측은 “우리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입장을 바꿔, 두 선수에게 어떻게 보상할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두 선수의 실격으로 20년 만의 미국인 우승자가 나왔습니다. 일리노이대학(UIS)의 육상부 코치인 펜스는 본인 최고 기록인 2시간 15분 6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상금 3000달러(약 360만 원)를 손에 쥐었습니다. 올해 24회를 맞은 이 대회에서 미국인이 1위를 차지한 건 2001년 이후 처음입니다.

펜스는 “주자들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는 명백했다”며 두 선수가 무슨 생각으로 그 길로 갔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뒤늦게 봤지만 소리치지 않았다”며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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