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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죄수 신세" 아프간 여학생의 호소…'남녀 분리' 현실로

입력 2021-09-13 16:04 수정 2021-09-1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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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카불 한 학교의 여학생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아프가니스탄 카불 한 학교의 여학생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론 오빠 없이 혼자 밖에 나가본 적이 없어요. 지금 여자들은 죄수처럼 살아야 해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살고 있는 15살 여학생 A씨의 말입니다.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뒤 JTBC는 어렵게 이 중학생과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JTBC는 두 주에 걸쳐 A씨와 메신저·음성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요. A씨는 “미래가 막막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동안 남녀공학인 학교에 다녔지만, 이제는 남학생들과 같은 학교에 갈 수도 없게 됐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15일 카불을 점령할 당시 탈레반은 기자회견에서 “개방적인 이슬람국가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여성 인권'과 '언론 자유'를 보장하겠다면서 말이죠. 그런데 아프간에 있는 A씨는 정작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탈레반이 점령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아프간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요.

■ “남녀 분리 교육…여성 히잡 착용 의무” 공식화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카불대학교에서 남학생과 여학생 사이 커튼을 설치해 남녀가 따로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카불대학교에서 남학생과 여학생 사이 커튼을 설치해 남녀가 따로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지시간 12일 탈레반은 아프간의 새 교육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압둘 바키 하카니 신임 교육부 장관은 “남성과 여성이 함께 공부하는 걸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아프간에서 '남녀공학'은 볼 수 없게 된 셈입니다.

그는 “여성들의 고등교육을 보장한다”면서도 “여성들은 모두 '종교적 베일'인 히잡을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여성이라면 학교에서도 꼭 히잡을 써야 한다는 얘기인데요. 이게 탈레반이 집권하기 전엔 의무가 아니었습니다.

탈레반이 1996~2001년 집권했을 때 여성 교육을 원천적으로 금지했던 것에 비하면, 어느 정도 진일보한 정책이긴 합니다. 하카니 장관 본인도 “20년 전처럼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집권 전후로 아프간 여성들의 자유가 줄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 탈레반 지지 여성도…“외모지상주의보다 부르카”
 
현지시간 11일 아프간 카불 거리에서 탈레반 대원 뒤에서 탈레반을 지지하는 집회를 연 아프간 여성들. 〈사진=연합뉴스〉  현지시간 11일 아프간 카불 거리에서 탈레반 대원 뒤에서 탈레반을 지지하는 집회를 연 아프간 여성들.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해 여성 인권을 보장하라며 거리로 나온 여성들도 있지만, 그 반대편에 선 여성들도 있습니다. 지난 11일엔 여대생 수백 명이 카불 거리에서 '탈레반 지지 시위'를 열었는데요. “남녀 분리 교육을 환영한다”는 푯말도 보였습니다. 시위대는 “미군이 있을 때는 오히려 외모지상주의로 여성 인권이 후퇴했다”며 “얼굴을 뒤덮는 부르카를 쓰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고 현지 매체인 하아마 통신 등이 전했습니다.

아프간 최초의 여성 시장인 가리파 자리파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트위터에 부르카를 쓴 여성들의 사진을 올리고 “이건 우리의 문화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일부 아프간 여성들의 '탈레반 지지 시위'를 두고 “아프간 여성들이 무장세력의 손에 넘어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탈레반이 권력을 잡은 지 한 달째, 아프간 민심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A씨는 “가능하다면 한국이든 어디든 (아프간이 아닌) 다른 나라로 가고 싶다”고 애끓는 호소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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