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음료 마시고 빈 병을 가져다주면 한 병당 100원 좀 넘는 돈을 보증금으로 돌려줍니다. 수거율 높인다고, 세금 들여 보증금도 올렸었는데요. 그런데 정작 빈 병을 반납하러 편의점 같은 곳에 가면 받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왜 그런 건지 발품뉴스 윤정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산산조각 난 터미네이터.
하지만 뜨거운 용광로와 만나니 곧바로 재생합니다.
유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깨진 유리는 분리수거 후 용광로 과정을 거쳐 재활용됩니다.
물론 멀쩡한 유리병은 잘 세척해 다시 씁니다.
그러면 유리병 재활용을 하려면 수거가 먼저겠죠.
이 수거 작업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제가 음식점에서 빈 병을 가져다 빈 병 회수가 잘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장님 빈 병 제가 수거해다 드릴게요.
빈 병을 가장 쉽게 반납 할 수 있는 곳.
동네 곳곳에 있는 편의점입니다.
[편의점 직원 : (공병 받나요?) 저희가 취급하는 것만 받습니다. (판매하신 건지 모르잖아요.) 이것도 아니고요 이것도, 이것도 아니에요.]
어떻게든 회수를 거부하는 이유를 만들어내는데 다른 곳들도 비슷합니다
[편의점 직원 : (공병 받나요?) 공병은 아침에 가져오셔야 하는데요.]
[편의점 직원 : 안 돼요. (어떤 병이든 안 돼요?) 사장님이 받지 말라고 해서요.]
[편의점 직원 : 아마 안 될 것 같아요.]
병을 다시 들고 나가는 취재진.
그리고 그 뒤로 점원이 던진 한마디입니다.
[편의점 직원 : 공병 모아오는 게 제일 짜증 나. 공병.]
오래 돌아다닌 끝에 빈 병을 받아준 편의점을 만났습니다.
취재진임을 밝히고 편의점들이 병을 안 받아주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편의점주 : 창고가 이게 전부에요. 공간이 없어요.다른 것도 못 놓는데 마냥 받을 수가 없죠.]
편의점이나 마트가 빈 병.
이다음 작업은 분류입니다.
[이준석/빈 병 수거업체 직원 : (사장님 지금 어디가세요?) 공병 회수하러 가고 있습니다. 바빠요 비켜주세요]
트럭이 도착한 곳은 한 대형마트.
빈 병을 한가득 싣습니다.
또 달려간 곳은 인근 고물상입니다.
[김송열/고물수거업체 대표 : 지금 이건 아파트에서 우리가 수거해와서 이렇게 담아놓으면 저분이 (분류하러) 가져가세요.]
이렇게 반나절 내내 곳곳에서 수거한 병을 이제 종류별로 나눕니다.
분류를 도우며 찬찬히 보니 잘 모르던 병들도 보입니다.
[이준석/빈 병 수거업체 직원 : (병이 엄청 다양하네요.) 이거 좀 보세요. 2년 전만 해도 맥주병 소주병 두 가지만 구분했었는데, 지금은 소주병도 녹색병, 투명병, 하얀병, 이야 이건 제주도에서 올라온거네. 이러다 빨간병, 노란병 종류가 엄청 많아지겠어요. (그러면 그것도 다 분류해야 하잖아요) 네 저희가 손으로 분류해야 해요.]
지금껏 주류업계는 병을 통일해 사용했는데 최근 이를 깨고 일부 업체가 다른 병을 쓰면서 재활용 분류가 번거로워진 겁니다.
정부는 빈 병 회수율을 올리려 빈 병 보증금을 두 배 넘게 올린 바 있습니다.
병이 많이 회수되면 새 병을 안 만들어도 됩니다.
환경에도 좋지만, 경제적 이익은 주류회사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번거로운 수거 과정을 도맡아 하는 건 소비자, 소매점, 수거업자입니다.
이들의 고충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빈 병 재활용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정회 / 영상그래픽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