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림 같은 골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습니다. 메시에겐 늘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란 칭찬과 함께 '국가대표팀에선 그렇지 않다'는 비판이 따라다녔는데, 오늘(10일) 메시는 3골을 넣고 펠레를 넘어, 남미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로 올라섰습니다.
문상혁 기자입니다.
[기자]
< 아르헨티나 3:0 볼리비아|카타르 월드컵 남미 예선 >
어떻게 알고 제쳤을까 싶은 메시의 움직임입니다.
뒤에서 태클이 들어왔는데도 수비수 다리 사이로 공을 빼냅니다.
왼발로 감아찬 슛은 그대로 골 망을 흔듭니다.
메시의 대표팀 통산 77번째 골, 후반엔 브라질 축구 전설, 펠레를 넘어섰습니다.
메시를 향해 왼발밖에 쓰지 못한다고 했던 펠레의 말을 기억하듯, 상대 수비를 헤집고 오른 발로 펠레의 남미 선수 A매치 최다 골 기록을 깼습니다.
경기 막판엔 한 골을 더해 해트트릭까지 완성했습니다.
지난 브라질과의 경기는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킥오프 5분 만에 취소돼 뛰지도 못하고 항의만 했던 메시, 오늘은 마치 못 넣었던 골들을 하나씩 풀어내는듯 했습니다.
사실 메시는 아르헨티나 유니폼만 입으면 무뎌진단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대표팀에서 17년간 153경기 79골, 2경기당 한 골 씩을 넣은 셈이지만 번번이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현지 중계 : 어떤 기분일까요…메시 오늘 밤에도 메이저 트로피는 아르헨티나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두 달 전 코파 아메리카는 서른넷, 메시에게 간절한 기회였는데 부상도 참아가며 뛰어 7경기 4골, 도움 5개 결국엔 축구 인생 첫 대표팀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미뤄뒀던 우승 뒤풀이는 오늘 경기가 끝난 뒤 이어졌는데 다시 모인 아르헨티나 팬들 앞에서 메시는 힘겨웠던 시간을 돌이키며 북받친 감정을 털어놨습니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 너무 오래 기다린 끝에 우승이 찾아왔어요.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결국 우린 이 우승을 즐기고 있죠.]
이제 메시에게 남은 마지막 꿈은 4번의 기회를 놓친 월드컵 우승입니다.
(영상그래픽 : 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