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사람에게 투자하라"…고대의료원 간호사들, 8일째 파업 중

입력 2021-09-09 16:54 수정 2021-09-09 17:0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고대 안암병원에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모였습니다. 고대 안암병원에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모였습니다.
"하루 4200원 위험수당을 받고, 누가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겠습니까"

고대의료원 간호사 A씨가 던진 물음입니다. A씨는 응급실에서 근무합니다. 오늘(9일)은 병원 밖으로 나왔습니다. 방호복을 입고 단상에 올랐습니다. 낮 최고기온은 28도.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A씨의 동료 1200명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이들은 오늘로 8일째 파업 중입니다. 지난 2일, 전국보건의료노조와 정부의 교섭이 막판 타결되면서 전국 단위 파업은 피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병원에선 파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응급실 간호사 47명, 10년차 이상은 단 2명뿐"
'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공개 발언에 나섰습니다.'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공개 발언에 나섰습니다.
보건의료노조 고대의료원 지부는 오전 11시부터 2시간가량 '증언대회'를 열었습니다.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공개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인력 충원입니다. 현장에 숙련된 간호사가 모자란다는 겁니다. 간호사 A씨는 "응급실 간호사 47명 중 10년 차 이상은 단 2명뿐"이라며 "신규 간호사가 23명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환자를 분류하고, 간호하면서 틈틈이 후배를 가르치고 있다고 했습니다.

간호사들은 처우 개선도 요구했습니다. 이들이 받는 위험수당은 하루 4200원꼴입니다. 마스크와 장갑, 고글, 비닐 가운까지 4종 보호구를 갖추고, 온종일 환자를 본 뒤 손에 쥐는 돈입니다. 그야말로 5000원도 되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사직률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A씨는 "환자들에게 죄인 아닌 죄인이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자세를 자주 바꿔줘야 하는데, 간호사가 모자라 이런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겁니다.

A씨는 "환자들에게 '살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가슴을 쓸어내리며 근무한다"며 "간호사들의 희생으로 사고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 "무보수 6개월 참아가며 10년 청춘 바쳤다"
현장 의료인력, 특히 '정규직'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현장 의료인력, 특히 '정규직'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는 비정규직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고대의료원의 비정규직 비율은 20%가 넘고, 이는 다른 대학병원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합니다.

방사선사 B씨는 6개월의 '무보수 트레이닝' 경험을 털어놨습니다. 2012년 야간 계약직으로 입사한 뒤, 2년이 지나 계약 만료로 퇴사했습니다. 이후 6개월 동안 급여를 받지 않고 일했습니다. B씨는 "고대병원의 일원이 되기 위해 그렇게 한 결과, 6개월이 지난 뒤 재입사를 다시 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바랐지만, 재입사 2년 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습니다. 꿈에 그리던 정규직이 된 건 그로부터 4년이 지나서입니다.

B씨는 "정규직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서러움과 비애를 참고 일했다"면서 "저와 같은 설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호 요원 C씨도 나섰습니다. 병원이 부족한 인력을 계약직으로만 채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구로병원 보호 요원실 21명 중 정규직은 11명뿐"이라며 "새 건물을 짓고, 병원이 커졌지만, 이 숫자는 2003년부터 그대로"라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인력이 모자라 이송 업무를 간호사들이 돕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 "매출 1조 3000억원…인건비 줄여 만든 것"

노조는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고대의료원이 1조 3000억의 매출과 1000억 넘는 의료이익을 낸 건 인건비 지출을 줄여가며 낸 성과라고 주장했습니다. 비정규직 비율을 높게 유지하면서, 직원들을 '착취해왔다'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아직 파업 중인 건 고대의료원을 비롯해 조선대병원 등 3곳입니다. 노조는 우선 주말까지 추가 교섭은 시도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노재옥 고대의료원 지부장은 "압박 수위를 높여 파업 사태를 빠르게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