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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강감찬함에서 집단 괴롭힘 당한 일병 극단 선택"

입력 2021-09-07 14:38 수정 2021-09-0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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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발표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서울=연합뉴스)기자회견문 발표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서울=연합뉴스)

군인권센터가 해군 강감찬함에서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하던 정 모 일병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센터는 사망 전 피해자가 함장에게 가혹 행위를 신고했으나 '2차 가해'가 이뤄졌으며, 지금까지도 가해자들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해군에 입대한 정일병은 올해 2월 강감찬함에 배치됐습니다. 인권센터에 따르면 정일병에 대한 괴롭힘은 올해 3월 무렵 시작됐습니다. 정일병이 전입 열흘 만에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2주간의 휴가를 다녀왔는데, 이후 '꿀 빨고 있다'며 선임들의 따돌림과 폭행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이에 정일병은 함장에게 가혹 행위를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군 인권센터는 "보직이 변경됐을 뿐 가해자들과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일병은 이후 자해 시도를 하는 등 정신 건강이 악화됐고 재차 함장에 피해 구제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함장은 사과를 받는다며 가해자들을 불러 대화를 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행위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출항해 선원들끼리 계속 붙어있어야 하는 해군의 특징상, 분리하지 않고 한자리에 불러 사과시킨 것은 2차 가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일병은 3월 말부터 과호흡과 기절을 하는 등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인권센터는 "중도 하선을 위해선 복잡한 절차가 필요해 함장이 정일병을 하선시키지 않고 방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4월이 되어서야 정일병은 민간 병원에서 입원했고 6월 중순 병원에서 퇴원한 후 열흘 만에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아직도 가해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괴롭힘에 가담한 가해 선임들은 징계위원회가 아닌 군기 훈련 등을 하는 '군기지도위원회'에 회부됐습니다. 해군 3함대 관계자들은 정일병 사망 열흘 후 인사조치 없이 청해부대로 보내졌습니다. 인권센터는 "가해자들이 혐의를 부인한다는 이유로 변사사건 참고인으로만 불렀을 뿐 제대로 된 수사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7월 26일 정일병의 유족에게 군사경찰대가 수사상황을 알려주며 "정일병의 정신병력을 언급하고 가해자들의 변명을 전달했다"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의지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강감찬함은 임무를 위해 6개월 일정으로 출항을 나간 상황입니다. 이 배에는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지목된 함장과 부장 등이 타고 있습니다. 인권센터는 "진술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군사경찰은 배가 돌아오면 조사하겠다고 태평한 소리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일병 사망에 해군 본부는 "현재 사망원인 및 유가족이 제기한 병영부조리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고, 선임병들의 폭언 등이 확인됐으며 가혹 행위는 추가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임무를 나갔던 함장과 부장의 경우 현재 복귀 중이며 이번 주 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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