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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인간실격' 전도연이 전도연 했다

입력 2021-09-07 10:56 수정 2021-09-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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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전도연'인간실격' 전도연
'칸의 여왕' 전도연이 이름값을 다시금 입증했다.


지난 4일 첫 방송된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은 최선을 다해 걸어왔지만 인생의 중턱에서 문득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극 중 전도연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은 여자 부정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전도연은 첫 방송부터 부정 그 자체였다. 생기 없는 표정과 눈빛, 어쩔 수 없이 삶을 살아가는 듯한 의욕 저하의 모습에서 저 여자를 짓누르고 있는 삶의 무게가 무엇인가를 숨죽여 지켜보게 만들었다.

좋은 작가가 되고 싶었던 대필 작가의 현실은 가혹했다. 자신이 쓴 글은 보기 좋게 책으로 실렸으나 박지영(아란)의 이름으로 포장됐다. 그 어디에도 전도연의 흔적은 없었다. 박지영의 가혹 행위로 오래 다니던 직장을 잃었고, 아이까지 잃었다. 지금은 그냥 하루하루 버티는 삶에 가까웠다. 일용직 가사 도우미로 일을 하는데 혹시라도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 전전긍긍하며 홀로 견뎠다. 박지영에 복수를 꿈꿨지만 정작 힘이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악성 댓글을 다는 것이었다. 악성 댓글로 고소까지 당하면서 인생은 그야말로 내리막길을 걷는 듯 보였다.

여기에 시어머니는 끊임없는 의심으로 전도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남편 박병은(정수)은 우울증을 겪고 있는 아내와 기 센 엄마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는 사이 전도연의 마음의 병은 더 심해졌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만 기댈 사람이 없었다. 혹시라도 아빠가 자신 때문에 마음 아파할까 봐 그 앞에선 가면을 쓰고 씩씩한 척 연기해야 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모습으로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면서 박지영을 향해 '실드해제'를 선언했던 2부 말미는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초점 없는 눈빛 속 오열하는 모습에서 전도연의 열연은 더욱 빛을 발했다.

마냥 무겁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못될 것 같은 자신이 두려워진 청춘 끝자락의 남자 류준열(강재)과 만남에 있어서는 웃픈 상황들이 연출돼 잠시나마 일상을 잊게 만들었다. 과거 부정이 어떤 사람이었을지를 암시하는 듯한 투샷이 그려지며 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무겁고 어두운 작품을 피하고 싶었지만 '인간실격'은 어두운 환경 속 빛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 끌려 5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를 결심했다고 밝힌 전도연. 처음 대본을 받고 눈물을 펑펑 흘릴 정도로 부정의 감정에 이입됐다. 부정과 하나가 된 전도연 덕분에 상처들로 마음의 문을 닫은 부정의 서사에 더욱 빠른 몰입이 가능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진지한 드라마가 최근엔 많지 않았는데 '인간실격'은 인간의 자격에 대해 물으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그리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허진호 감독이 감정선을 굉장히 잘 잡아낸다는 게 특징인 것 같다. 여타 드라마들은 스토리나 인물들의 행동, 말에 얽히는 게 많은데 여기선 똑같은 행위를 해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행동이나 말로 충분한 감정선을 담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울림이 큰 것 같다"면서 "전도연 배우의 연기야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첫 방송을 보고 느낀 것인데 별 사건이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다가 (전도연 배우가) 눈물을 흘리니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공감이 잘 됐다. 장면이 주는 느낌이 아니라 연기 안에서 보여줬던 표정이나 작은 동작들이 뭉쳐져서 터지는 것처럼 보여 몰입하게 되더라"라고 평했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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