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람을 매달고 아프간 카불 하늘을 날고 있는 이 헬기. '무적의 전투기'라 불리는 미군의 블랙호크입니다. 미군은 지난달 말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수했지만, 미군의 무기는 이렇게 그대로 남아, 탈레반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그 덕에 탈레반은 '공군을 보유한 최초의 극단세력이 됐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는데요. 미국은 왜 이런 무기를 두고 온 걸까요?
특파원을 마치고 돌아온 윤설영 기자의 새 코너 '월드뉴스W'에서 그 내막을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금 보시는 이 영상의 주인공.
미군 군복을 입고 소총을 들고 치누크 헬기를 향해 걸어가는 이 남자는 탈레반입니다.
[나비 블로스/LA타임스 기자 : 탈레반이 방금 전 미군 관리하에 있던 공군기지로 들어왔습니다.]
미군은 장비를 모두 무력화했다고 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탈레반은 미군 무장차량을 몰고 승전보를 울렸습니다.
"생큐, 아메리카"미국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03년부터 16년까지 미 행정부는 아프간 정부군에 어마어마한 양의 무기를 넘겼습니다.
전술차량인 험비 2만2천여 대 A-29 전투기 23대 러시아제 Mi-17 헬기 32대 블랙호크 UH-60 헬기 33대 이뿐만이 아닙니다.
소총, 기관총, 권총 등 무기는 무려 56만정이나 됩니다.
이 장비들은 고스란히 탈레반 손에 들어갔습니다.
1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장비들을 해외로 팔아넘길 수도 있는 상황.
"세계 유일의 공군력을 가진 극단세력이 됐다." 미국 언론은 현재 탈레반의 위상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탈레반을 키운 건 미국?[영화 '찰리 윌슨의 전쟁' (화면출처 : 유튜브 '무비클립') : 밀란 대전차미사일입니다. 300대입니다. 소련을 박살 냅시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 아프간을 비밀리에 지원한 미국.
미국은 반소 전선을 만들며 무자헤딘을 조직했고 이는 곧 탈레반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탈레반을 키운 건 미국이었던 셈입니다.
[인남식/국립외교원 교수 : 미국이 사실 그런 면에서 책임질 여지가 있죠. 자기들이 처음에 (극단세력을) 키웠고, 이상한 행태가 있을 때 다스리지 못했고…9·11을 당하니까 들어가서 없앴는데, 그 후로도 스텝이 꼬이면서…]
이번에도 수많은 무기를 탈레반에 넘긴 미국.
탈레반이 예상보다 빨리 아프간을 접수하긴 했지만 이런 상황, 미국이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습니다.
딜레마에 빠진 미국
"탈레반을 돕는다고?"어쨌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
미국이 바라는 건 탈레반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안정을 찾아 제대로 된 국가의 모습을 갖추는 것입니다.
IS세력의 테러를 다스리기 위해선 탈레반과 손잡는 것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
[인남식/국립외교원 교수 : 중국이라는 주적을 견제하기 위해선 심지어는 탈레반과도 전술적으로 공조가 가능하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제 진짜 게임을 시작한 것 같아요.]
(화면출처 : 트위터 'nabihbulos')
(영상디자인 : 조성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