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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아래엔 비정규직이 산다"…잠들지 않는 '철야노동' 지하철을 다큐로

입력 2021-08-30 17:50 수정 2021-08-30 18:00

영화 '언더그라운드' 김정근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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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더그라운드' 김정근 감독 인터뷰


지하 속 '군무' 같은 노동의 모습 담은 다큐 〈언더그라운드〉지하 속 '군무' 같은 노동의 모습 담은 다큐 〈언더그라운드〉

새벽 텅 빈 지하철을 모는 기관사, 헤드라이트 하나에 의지해 침목을 교체하는 정비사, 일사불란하게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닦아내는 청소노동자….

지금 극장에 걸려 있는 영화 '언더그라운드'는 쾌적한 지하철 속 우리가 모르는 노동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배경 음악도, 내레이션도 없이 한 시간 넘게 흘러가는 영화는 마치 내가 일을 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자신을 '철도 덕후'라고 소개한 김정근 감독은 이 노동 속에서 일종의 아름다움과 처연함이 공존하는 모습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김 감독의 말입니다.

김정근 감독김정근 감독

“지하철이라는 건 대중교통이잖아요. 최종적으로 사람들은 매끈하게 지하철과 기관사라는 사람과 만나게 돼요. 그런데 사실은 이걸 만들기 위해 매우 많은 사람들이 시스템을 위해 일해야 하죠.”

영화는 부산의 지하철에서 촬영했습니다. 가장 먼저 매표소의 무인화가 진행된 곳이기도 합니다. 노동이 사라져가는 곳에서, 노동자들이 고용 승계로 투쟁하며 진통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더더욱 지하철이라는 공간을 영화화하겠다는 욕심이 들었다고 합니다. 지난 영화 '그림자들의 섬'에 조선소의 노동을 담은 김 감독은 이처럼 거대한 배와 철도 같은 근대의 기계들과 인간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합니다.

지하철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여러 모습, 영화 〈언더그라운드〉지하철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여러 모습, 영화 〈언더그라운드〉

그러나 지하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비정규직입니다. CCTV를 보고 지하철 내에 토사물을 치우라고 지시하는 사람들과 방 한 칸 남짓한 공간에서 새우잠을 자며 쉬는 사람들의 모습은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관찰자로 등장하는 고등학생들이 지하철 안 노동자의 모습을 보고 누가 정규직이고 누가 비정규직인지 곧바로 구분해 내는 장면은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지하철 노동자들이 힘들게 일하는군요” 정도의 대답을 기대했던 감독은 노동 속의 위계를 잡아내는 걸 보고 무척 놀랐다고 말합니다.

“아주 어린 노동자들, 이제 막 대한민국 노동자가 되려는 친구들에게도 이렇게 보인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영화 속에서 사실은 위계가 있고, 다양한 직군이 다양한 처우를 받고 있구나, 알아차리면 좋겠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며 “저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했고 나는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까”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요즘의 공정, 시험 우선주의 등을 돌아보게 합니다. 영화는 정규직 자리가 부모로부터 얻은 부, 시험을 볼 수 있는 여건 같은 자본 없이 능력만으로 얻은 것인지 지적합니다. 정규직마저 '무인화'로 인한 구조조정에서 안전하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면서 이같은 정규직ㆍ비정규직 논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함께 고민해보자 합니다.

“기관사라는 직렬이, 지하철에서 일하는 분들의 세계 안에선 가장 높은 대우를 받는 직렬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입장에선 설마 기관사가 무인화되겠냔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사실 당도했잖아요. 차례가. 그럼 어느 공정이든 무인화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고민을 관객분들이 보시고 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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