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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인 부둥켜안은 외교관…"다시 데리러 올게" 약속 지켰다

입력 2021-08-28 07:02 수정 2021-08-31 11:14

'미라클 작전' 진두지휘 김일응 참사관
"되든 안 되든 해야만 한다는 생각뿐
우리도 선진국 됐다는 걸 보여줘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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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작전' 진두지휘 김일응 참사관
"되든 안 되든 해야만 한다는 생각뿐
우리도 선진국 됐다는 걸 보여줘 기뻐"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 공사참사관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카불공항에서 다시 만난 대사관 현지인 직원을 부둥켜안고 있다. 〈사진=외교부〉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 공사참사관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카불공항에서 다시 만난 대사관 현지인 직원을 부둥켜안고 있다. 〈사진=외교부〉

우리 정부를 도운 아프가니스탄 협력자들이 한국에 오는 과정에서 찍힌 사진들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김일응 주아프간 공사참사관이 카불공항에서 뭉클한 표정으로 대사관 현지인 직원을 부둥켜안은 모습인데요.

아프간 협력자들이 카불공항까지 무사히 도착하기까지 마음고생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피 작전을 진두지휘한 김 참사관은 27일 외교부 출입기자단과 화상 인터뷰에서 당시를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는 “사실 어떻게 찍힌 사진인지도 모르겠다”며 “사람들이 사색이 돼 (버스에서) 내려오는데 이 친구가 특히 얼굴이 상했더라.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협력자 이송을 지원한 김일응 주아프간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 27일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이송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외교부〉아프가니스탄 협력자 이송을 지원한 김일응 주아프간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 27일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이송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 탈레반에 버스 억류…피말리던 15시간

김 참사관은 지난 17일 주아프간 대사관의 긴급철수와 함께 카불을 떠났습니다. 그러면서 대사관 현지인 직원들에게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그는 그때의 안도감과 미안함이 생각났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이들은 24일 오후 3시30분에 카불공항에 도착했어야 했습니다. 집결지 2곳에 50인승 버스 4대씩을 동원한 버스 작전도 탑승까지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과거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을 태운 버스가 27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로 들어서며 차장 밖으로 손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과거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을 태운 버스가 27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로 들어서며 차장 밖으로 손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검문 과정에서 마주친 탈레반이 이들이 들고 있는 여행증명서를 문제 삼았습니다. 조력자들은 여행증명서 사본을 갖고 있었는데 탈레반이 원본을 갖고 오라고 한 겁니다. 이 때문에 이들을 태운 버스는 공항을 앞에 두고도 오도가도 못하기도 했습니다.

미성년자가 60%에 달하는 이들 일행은 무려 14~15시간을 에어컨 없는 버스에서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버스에서 탈레반에게 구타도 당한 모양이었다”고 김 참사관은 전했습니다.

■ 사흘 뒤 공항선 폭탄테러…조금만 늦었어도 '아찔'


지난 26일 밤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카불 공항의 출입구인 애비게이트에서 이들 협력자도 피해를 입을 뻔했습니다.

23일 1차로 카불공항에 도착한 협력자 26명이 바로 이곳을 통과했습니다. 우리 정부 인원이 'KOREA'라는 종이를 들고 협력자들을 찾아나선 장소도 애비게이트입니다.

당시만 해도 동쪽과 남쪽 게이트 사이에 애비게이트가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출팀은 공항 진입 게이트에 IS의 테러 가능성이 있다는 꽤 구체적인 첩보를 입수한 뒤에는 버스 작전을 더 적극적으로 펼쳤습니다. 2~3일만 늦었더라면 아찔한 일이 벌어질 뻔했습니다.
 
카불공항 애비케이트 인근에서 'KOREA'라는 종이를 들고 한국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을 찾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 〈사진=외교부〉카불공항 애비케이트 인근에서 'KOREA'라는 종이를 들고 한국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을 찾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 〈사진=외교부〉
■ "걱정할까봐…딸에게도 카불행 안 알려"
김 참사관은 미라클 작전을 명 받고 카불로 다시 들어갈 때 딸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4년 전 사별한 아내 사이에 두 딸을 둔 그는 “딸들이 걱정할까봐 그랬다”고 했습니다.

김 참사관은 “우리도 선진국이 됐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 가장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실 된다 안 된다 이런 생각은 안 했고, 되든 안 되든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우리가 아메리칸 드림을 갖고 미국에 이주했듯 이들도 한국에 적응하고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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