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42년만에 '무죄' 해직기자 이부영 "언론중재법 강행 땐 저항 우려"

입력 2021-08-27 16:56 수정 2021-08-27 17:1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서울중앙지법서 열린 재심 사건 재판에 참석한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사진=JTBC〉서울중앙지법서 열린 재심 사건 재판에 참석한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사진=JTBC〉

해직 기자 출신 원로 언론인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여야 논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군사정권 시절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건의 재심을 위해 법정을 찾은 자리에서입니다.

이 이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일방적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한 여당을 향해 쓴소리를 했습니다. "집권세력의 논리대로 (세세하게 갖춰야 할 조항들을) 건너뛰어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언론 자유를 가장 위한다고 했던 세력들이 정권을 잡고 난 뒤 자기들 위주로 모든 걸 판단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등 야당도 꼬집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유신 헌법을 배포하고, 광주를 피로 물들였던 세력의 후손들이 마치 언론의 자유를 가장 위한다는 듯이 떠든다"고 평했습니다. 또 "과거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언론인들을 대량 해직시킨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한마디 사죄도 하지 않은 채 언론의 자유를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이 "언론의 자유 자체를 시답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여야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숙려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이대로 강행 처리할 경우 직전 정권이 당한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 여당의 신중한 처신을 부탁드린다"고도 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오늘(27일) 중앙지법 형사24부(조용래 부장판사)가 심리한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자유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지난 1979년 긴급조치 해제 등을 요구하며 40여분간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유로 계엄법에 따라 징역 3년을 선고받아 수형 생활을 했습니다.

피고인석에 다시 선 이 이사장은 최후 진술 기회를 얻어 과거 억울한 옥살이를 회고했습니다. 그는 교도소에서 옆 사람이 공개적으로 잔인한 고문을 당하던 때에 적극적으로 항의해주지 못한 것이 아직도 치욕으로 남아있다고 했습니다. 또 교도소에서 나오던 날, 전두환 씨가 취임사로 '폭력으로부터 해방'을 이야기하는 것이 라디오에 흘러나왔다면서 "말과 현실이 동떨어져 둥둥 떠다니는 환각에 사로잡혔다"고도 되돌아봤습니다.

오늘 모든 심리절차를 마친 재판부는 이 이사장이 고령인 것 등을 고려해 선고 기일을 추가로 잡지 않은 채 바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지긋이 눈을 감은 채 재판장의 주문을 들은 이 이사장은 "우리 역사가 느릿느릿하지만 많이 진보하고 있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또 과오를 바로잡은 오늘의 판결이 미래 세대에게는 '독재적 헌법은 잘못된 것이라는 경고'가 될 것이라고도 평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