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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바람보다 더빨리 눕는다'…中빅테크의 생존 베팅

입력 2021-08-26 07:02 수정 2021-08-26 10:00

온라인쇼핑기업 '핀둬둬' 1조3000억원 기부 천명
2분기 수익 4300억 넘어선 '배 보다 배꼽 큰 기부'
수익성 악화로 매출 하락세…시장 전망은 부정적
'돈나무 언니'는 주식 다시 사들여 상승에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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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쇼핑기업 '핀둬둬' 1조3000억원 기부 천명
2분기 수익 4300억 넘어선 '배 보다 배꼽 큰 기부'
수익성 악화로 매출 하락세…시장 전망은 부정적
'돈나무 언니'는 주식 다시 사들여 상승에 승부수

〈사진=바이두 사진 캡처〉〈사진=바이두 사진 캡처〉
“다 함께 잘 살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구호가 나오자 빅테크들이 릴레이 기부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가100억위안(약 1조803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지난 17일 텐센트가 500억위안(약 9조80억원)을 약속하며 기부액을 배로 늘린 데 이은 릴레이 동참입니다. 핀둬둬는 24일(미국시간) 2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100억위안 규모 농업과학기술 전담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합니다.
 
〈사진=바이두 사진 캡처〉〈사진=바이두 사진 캡처〉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권위주의 통치 체제인 중국에선 당에서 방향을 정해 노선을 발표하면 스테레오 타입으로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정책 흐름이 나옵니다.

우선 지방 정부가 새 노선에 걸맞는 프로젝트를 발표합니다. 그러면 지방정부 산하의 국영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나 생산 계획을 밝힙니다. 민영기업도 눈치 빠르게 투자를 늘리거나 인력을 확충해 이 흐름에 올라탑니다.

기러기처럼 맨 앞에 당이 날고 그다음차순에 지방정부, 국영기업 등 국영 사이드, 마지막으로 민간 영역이 떼를 지어 따라갑니다. 대표적인 게 철강·시멘트 등의 과잉 생산을 해결하기 위한 공급측 개혁이었습니다.

당이 공급 개혁을 추진하자 지방정부-국영 사이드-민영기업 순으로 회사를 합병하고 퇴출시켜 새로운 공급 라인업을 조성하는 식입니다.

다만 눈물을 쥐어짜는 이른바 '자발적 기부'에선 다릅니다. 언제나 민영기업이 앞장서고 국영기업은 체면치레하는 식입니다. 이번에도 전형적인 모양새입니다.

■ 시장 분배-세금·복지-기부'공동부유 3종 세트'

중국 공산당은 지난 17일 시 주석 등 핵심 지도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연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분배의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공동 부유' 목표를 공식 천명했습니다. 공동 부유= 다 함께 잘 살자는 얘긴데 '다 함께 잘살자' 노선은 3단계로 진행됩니다.

제도적으로 룰을 조정해 시장에서 분배를 조정하는 게 1단계입니다. 각종 보유세와 소득세를 강화해 더 많이 걷어낸 뒤 사회보장에 쓰자는 2단계. 마지막 3단계는 부유층이 알아서 기부하라는 겁니다.

이 3단계의 모델 케이스로 빅테크가 기부 행렬에 뛰어들고 있는 양상입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빅테크를 필두로 다른 제조업계의 다른 민영기업들, 중소 기업들에 이어 부유한 개인들까지 눈치를 보다가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과연 얼마나 내야 할지 가이드 라인이 없다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분수에 안 맞게 액수를 적어내는 '웃픈' 일들이 생기는 겁니다.

■ 2분기 수익 24억 위안, 100억 위안 기부 언제?


100억 위안이 핀둬둬에게 어떤 무게의 부담인 지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핀둬둬는 연간 사용자가 8억5000만명에 달해 사용자 기준 1위 업체입니다. 2015년 창업해 업력이 얼마 안 됩니다. 게다가 지방 소도시와 농촌 등 소득이 낮은 지역에서 저가 공세로 회원수를 늘리는 영업 스타일 때문에 수익 구조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매출액 규모도 징둥닷컴의 10%에 그친다고 합니다. 이른바 슈퍼베이비인 셈이지요.

 
〈사진=바이두 사진 캡처〉〈사진=바이두 사진 캡처〉
지난해 2분기에는 8억9900만위안(약 1620억원)의 손실을 냈고요. 올해 2분기에는 24억위안(약 4326억원)의 이익을 냈다고 합니다. 이런 회사가 일정 시간 안에 100억위안을 짜내겠다고 공식 발표한 겁니다.

'바람이 불기 전에 먼저 눕는' 이런 방식의 기부로 공동 부유라는 높은 산을 넘을 수 있을 지 의문이 듭니다.


경제지 차이신은 “2분기 이익을 냈지만, 지속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버는 족족 기부를 해야 하니 그렇잖아도 제살깎기로 유명한 중국의 출혈경쟁 시장에서 생존 자체가 위협받지 않을까 싶은 거죠.

시티뱅크는 핀둬둬의 목표 주가를 168달러에서 140달러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경쟁 심화로 수익 기반이 악화될 것으로 본거죠.

일단 핀둬둬의 100억 위안 카드는 시장에서 긍정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가가 22.2% 급등했습니다. 다이와 증권은 "회원들의 높은 활동성과 100억 위안 기부로 수익성 향상을 위한 길을 닦았다"고 FT에 전했습니다.

■ 농촌 시장 점유한 핀둬둬, 당국 관심 큰 농업생산에 기부


눈치 빠르게 당국의 정책 흐름에 올라탔다는 점에서 이번 규제와 단속 소나기에서 탈출구를 찾았을 지 모른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있습니다. 핀둬둬가 베팅한 대상이 농업생산입니다. 식량 안보 측면에서 당국의 규제 칼날을 피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농촌 지역에 광범위한 판매망을 구축한 핀둬둬가 노려볼만한 영역인거죠.
 
〈사진=바이두 사진 캡처〉〈사진=바이두 사진 캡처〉

빅테크를 향해 당국의 짙은 그림자가 덮치기 시작하자 중국 주식을 대량 매도했던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가 핀둬둬를 다시 사들이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돈 냄새 하난 기가 막히게 낚아채는 캐쉬 우드가 중국 경제의 속성에 꽂힌 걸까요?

핀둬둬의 '목 내놓고 올인 기부' 는 '조롱경제(鳥籠經濟)' 의 틀로 읽으면 실체가 잘 보입니다. 거대한 새 장을 만들어 새(기업)들을 그 속에 가두어 키운다는 게 조롱 경제의 핵심이죠.

개혁·개방 초기 당 경제 전문가이자 8대 원로로 탄탄한 권력 기반을 구축한 천윈(陳云)이 제기한 용어입니다. 시진핑은 새 장 속에 새를 가두어 키우듯, 민영 기업들도 국가의 큰 틀 안에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새를 위해 하는 일이 있다면, 그건 새장을 더 넓히는 일 뿐이죠.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사진=바이두 사진 캡처〉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사진=바이두 사진 캡처〉
주인이 원하는 새가 아니거나 주인 비위를 못 맞추는 새가 있다면 새장에서 빼내고 새를 바꾸는 겁니다. '조롱환조(鳥籠換鳥)'인거죠. 캐시 우드의 베팅은 핀둬둬가 화끈한 100억 위안 카드로 새장 잔류를 확정지은 걸로 판단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분수에 안 맞는 100억 위안 베팅이 수익성 악화로 기업 몰락을 추동할 지 아니면 반전의 포인트가 될 지, 시장이 말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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