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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사이 말라죽은 수령 40년 가로수, 대체 무슨 일?

입력 2021-08-23 17:37 수정 2021-08-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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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가좌동의 쭉 뻗은 플라타너스길.

최근 한 달 사이 황당한 일이 생겼습니다.

[버스기사 :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에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푸르른 나무였습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잎이 갈색으로 말라붙어 죽기 직전의 나무가 됐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건의 시작은 6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곳에 가로수가 있었는데 나무를 뽑아내고 한 커피전문점의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뽑혀진 나무는 통행로를 위한 것이라 구청에 미리 승인을 받아 제거됐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바로 옆 나무 세 그루가 점점 말라죽기 시작했습니다.

[김종철/서대문구청 푸른도시과 과장 : 6월 말에서 7월 초에 현상이 나타났겠죠.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식물도 하루 이틀 만에 죽는 건 아니고. 서서히 안쪽 부분이나 겉에서부터 말라서 올라간다든가.]

주민 민원을 받은 구청은 나무를 해친 사람을 찾아달라며 경찰에 도시숲 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나무 성분 일부를 채취해 나무전문병원과 농촌진흥청 산하 기관에 분석도 의뢰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사라진 두 가로수에선 일반적인 토양에서 검출될 수 있는 기준치보다 1만 8000배 가량 많은 농약이 나왔고, 죽어가는 가로수에선 기준치보다 700배 많은 농약이 검출됐습니다.

결국, 누군가가 나무 뿌리에 농약을 부은 걸로 보이는 상황, 성분 분석 결과 또 다른 사실도 밝혀졌는데 허가를 받아 제거된 나무 두 그루와 서서히 말라죽은 나무 세 그루에서 발견된 농약이 같았습니다.

[김종철/서대문구청 푸른도시과 과장 : 승인이 나간 가로수 2주에 사용한 농약 성분하고 승인이 나가지 않은 3주에도 같은 성분이 나온 거죠.]

근사미라는 농약입니다.

[농약 도매상 : 차근차근 마르지, 바로 그날 죽는 게 아니고. 천천히 말라 죽는 거야.]

주로 칡덩쿨 등 뿌리 식물을 없앨 때 쓰입니다.

[정호성/한솔나무병원 원장 : 이렇게 밀집된 공간에 제초제가 들어가게 되면 뿌리에 닿게 되는 경우가 생겨서 영향을 받게 되죠.]

두 가로수를 먼저 제거한 건물주는 자신이 나무를 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오히려 건물에 그늘을 드리우게 하려면 나무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로선 누가 농약을 뿌렸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

주변에 설치된 CCTV 수가 적을 뿐더러 있는 것에서도 아직 별다른 게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인근 노래방 주인 : (녹화된 건 없어요?) 없어요. 녹화.]

환경단체는 단순히 새 가로수로 바꿔 심으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호소했습니다.

[최진우/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대표 : 세 그루를 무단 훼손시킨 것은 사실 탐욕이죠. 나무가 있어서의 이로움은 생각하지 않고 엄청난 탐욕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성토와 환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은 탐문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농약에 뿌리가 모두 썩어 이 나무를 살리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구청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이같은 일을 저지른 사람을 찾기 전까지는 죽어가는 나무를 그대로 둘 계획입니다.

(VJ : 최효일 , 영상그래픽 : 김지혜, 인턴기자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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