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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자체 '황당 실수'에 열흘 이상 밀린 '희망회복자금'

입력 2021-08-23 16:16 수정 2021-08-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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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부터 5차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인 희망회복자금 신청·접수가 시작됐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에겐 단비 같은 지원금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4차까지 지원금을 받아서 17일 당일 바로 희망회복자금을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데 억울하게 돈을 못 받게 됐다는 신모 씨와 23일 연락이 닿았습니다.
신모 씨와 신 씨의 어머니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영상취재=신동환]신모 씨와 신 씨의 어머니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영상취재=신동환]

인천 연수구에서 어머니가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신 씨의 얘기는 이렇습니다.

신 씨 어머니는 지난 6월 말 저녁 등산객 2명이 몰래 배낭에 술을 가지고 와 마시다가 경찰 단속에 걸렸습니다.

방역수칙에 따르면 노래연습장에서는 무알콜 음료수를 뺀 나머지 음식을 먹으면 단속 대상입니다.

신 씨 어머니는 방역수칙위반 과태료 150만원과 주류반입묵인에 따른 과징금 50만원까지 모두 200만원을 냈습니다.

그런데 이번 5차 희망회복자금 때 대략 900만원을 받는 걸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신청 대상자에게 오는 문자가 안 오더라는 겁니다.

신 씨는 "구청과 시청에 알아보니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해 과태료를 받은 모든 사업장 목록을 달라'고 했다더라"고 억울해 했습니다.

중기부 공고에 적힌 지원 제외 대상에는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 위반시 지원 제외'라고만 써 있었기 때문이죠.
중소벤처기업부에서 희망회복자금에 대해 공고한 내용.중소벤처기업부에서 희망회복자금에 대해 공고한 내용.
중소벤처기업부에서 희망회복자금에 대해 공고한 내용.중소벤처기업부에서 희망회복자금에 대해 공고한 내용.

신 씨는 "우리는 시간을 어기면서 영업한 것도 아니고, 손님을 3명 이상 받아서 걸린 것도 아니다"라며 "손님이 몰래 들여온 음식 때문에 이미 행정처벌로는 충분한 과태료를 150만원 냈는데 지원금까지 못 받으면 모두 1050만원의 행정제재 당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고에 써 있지 않은데 기준이 임의로 바뀌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인천시청에 먼저 물었습니다.

중기부에서 내려온 공문에 '방역수칙 위반'이라고만 해서 과태료를 낸 사업장 모두를 취합했다고 했습니다.

목록을 정리할 때 마스크 안 써서 과태료 문 사업장 등은 빼고 취식 등 애매한 행정처벌은 과태료 이유를 써서 중기부에 올렸다는 겁니다.

지자체에 요구한 지원금 지원 대상 제외 기준이 정확히 뭐였는지 중기부에 물었습니다.

JTBC가 확보한 중기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공문을 보면 '방역수칙 위반: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를 위반하여 경찰고발, 과태료 부과 등 후속조치가 이루어진 경우로 단순 방역수칙 위반은 제외됨'이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기부에서 지자체에 보낸 공문. [자료=인천시청]중기부에서 지자체에 보낸 공문. [자료=인천시청]

이에 대해 구청에서는 "'단순 방역수칙'이 어디까지인지 기준이 정확하게 명시돼있지 않아서 애매한 수위까지 지원 제외 대상 명단에 포함해서 보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기부는 "오류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지자체에 다시 명단을 요청했고, 30일 전에 추가로 지급해야 할 명단을 받으면 누락된 사업자들이 30일부터 2차 신속지급대상자로 구제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까지 인천 연수구에서 실수로 누락돼 지원금을 열흘 이상 늦게 받게 된 노래연습장은 18곳입니다.
신 씨가 "지적하지 않았으면 못 받고 넘어갔을 수 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영상취재=신동환]신 씨가 "지적하지 않았으면 못 받고 넘어갔을 수 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영상취재=신동환]

신 씨의 어머니는 "이번 지원금을 받으면 넉 달이나 밀린 월세를 갚으려고 했는데 과태료 낸 것 때문에 못 받는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하루하루가 힘든데 돈을 안 준다고 하니 억울해서 눈물이 나더라"라고 말했습니다.

신 씨 역시 "아무런 안내 없이 바로 돈을 못 타게 된 사람 많을 텐데 단순 실수라지만 제대로 안내도 없으니 너무 답답했다"며 "지적하지 않았으면 영영 못 받고 넘어갔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부족한 행정처리를 지적했습니다.

구제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아무런 안내 없이 지원 대상자가 아니라는 말만 들었을 때 당황하고 억울했을 자영업자들을 생각하면 부족했던 행정처리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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