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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백종원의 국민음식' 종영…'푸드 도슨트' 백종원이 들려준 음식 인문학

입력 2021-08-21 12:04 수정 2021-08-2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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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방송된 JTBC 예능 '백종원의 국민음식' 캡처 화면20일 방송된 JTBC 예능 '백종원의 국민음식' 캡처 화면
'백종원의 국민음식'의 라면 편을 끝으로 음식 인문학 여행을 마무리했다.

20일 종영한 JTBC '백종원의 국민음식-글로벌 푸드 편'(이하 '국민음식')의 마지막 주제는 라면이었다. 그간 햄버거, 피자, 카레, 소시지, 돈가스, 만두 등 다양한 인기 메뉴에 대해 심도 깊은 방송을 해 온 '국민음식'은 이번 라면 편에서도 유익한 인문학적 지식과 함께 보고 듣는 재미를 놓치지 않으며 방송을 풍성하게 꾸몄다.

이날 규현은 한껏 들뜬 표정으로 백종원에게 "선생님의 라면 비법을 전수받고 싶다"며 기대했다. 그런데 백종원은 "사실 라면은 봉지 뒤에 써 있는 메뉴얼 대로 끓이는 게 제일 맛있다"고 답했다. 이어 백종원은 "재밌는 건 우리가 설명서를 거의 안 본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라면이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이기 때문"이라며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설명을 덧붙였다.

규현은 "수프 먼저냐, 면 먼저냐, 아니면 건더기 수프 먼저냐"며 난제를 던졌다. 이에 백종원은 "뭐든 상관 없다. 다 자기 최면 같은 거다. 맛있게 먹으려고 자기최면을 거는 사람한테 너무 뭐라고만 하지 말자"라며 재치있게 답했다. 그러면서도 "난 수프를 먼저 넣는다. 나 혼자만의 믿음이다"라고 밝혔다.

백종원이 바로 시범에 나섰다. 물 500ml를 넣더니 한 국자 만큼 덜어냈다. 규현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백종원은 "왜 그러냐"며 웃었다. 규현은 '짜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더듬거리며 "선생님만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규현은 라면의 맛에 감탄했다. 백종원은 "나트륨이 많이 섭취되긴 한다. 시청자 분들도 감안하고 드시라"고 조언했다. 이어 둘은 연신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웃음을 유발했다.

이날 방송에선 라면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도 공개했다. 세계대전에 패하고 식량이 부족했던 일본의 거리 포장마차에서는 싸고 간편하게 먹는 중화국수가 인기였다. 이를 본 한 일본 남성이 중화국수보다 조리가 더 간편한 면 요리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는 연구실을 짓고 라면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최대 관건은 '어떻게 면을 건조할 것인가'였다. 그는 우연히 아내가 튀김하는 모습에 영감을 받아 아이디어를 얻었다. 식재를 고온의 기름에 튀기면 순식간에 수분이 날아가면서 무수한 구멍이 생기는데, 그 구멍에 수분이 보급되기 때문에 면이 부드러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이 탄생했다.

백종원은 한국 라면의 역사에 대해 얘기했다. 6.25 전쟁 이후 쌀 부족 문제는 정부의 가장 큰 숙제였다. 이에 정부는 '혼분식 장려운동'이라는 정책으로 하루 한 끼는 꼭 밀가루 음식을 먹을 것을 권장했다. 단조로운 밀가루 음식에 대한 해법을 1966년 박정희 대통령이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인은 칼칼한 맛을 좋아하니 매운 맛 라면을 출시하는 게 어떠냐"고 아이디어를 냈고, 그 이후부터 오늘날 먹는 매운 맛 라면이 본격적으로 출식되기 시작했다.

라면 제조 과정도 소개했다. 밀가루와 원료를 반죽하는 '배합'을 시작으로, 반죽을 얇게 피는 '압연', 면을 자르는 '제면', 스팀으로 면을 찌는 '증숙', 모양을 만드는 '납형', 기름에 튀기는 '유탕', 다시 식히는 '냉각', 수프를 첨가하는 '포장'까지 무수히 많은 과정을 거쳐 하나의 라면이 완성됐다.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놓치지 않기 위해 라면 연구원들의 펼치는 치열한 개발 과정도 눈길을 끌었다.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수개월에 걸쳐 하나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사실들로 라면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백종원은 '국민음식'을 통해 먹방의 또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단순히 맛있는 레시피를 공유하고 맛집을 소개한다는 차원을 넘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글로벌 푸드의 인기비결과 글로벌 푸드가 어떻게 한국으로 들어와 국민 음식이 되었는지 역사적 배경과 유래를 파악하고 미처 알지 못하고 있던 사실들까지 폭넓게 다뤘다. 백종원은 푸드 도슨트로 활약하며 음식 인문학 방송, 푸드 교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다루면서 유익한 정보를 맛깔나게 전달한 게 특장점이었다. 백종원이기에 가능한 콘셉트였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는 걸 알려주며 알찬 8부작을 마무리했다.

박상우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woo1@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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