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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정세 "만족도 88% 배우의 삶, 후회 없다"

입력 2021-08-20 17:04 수정 2021-08-2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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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오정세
배우 오정세(44)가 2년 연속 백상의 주인공이 됐다.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문상태로 인생 캐릭터를 완성한 그는 과반수 넘는 심사위원의 지지를 얻었다. 그 결과 지난해 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KBS 2TV '동백꽃 필 무렵'으로 TV부문 남자 조연상을 수상해 올해 시상자로 참석한 그는 수상자로 직접 자신의 이름을 호명했다. '셀프 수상'을 하며 어쩔 줄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은 두고두고 백상에서 회자될 장면이었다.

최근 만난 오정세는 수상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진짜 민망해서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백상 수상의 순간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자며 영상을 켜자 오정세는 "이거 벌칙 아니냐?"며 부끄러워하며 땀을 뻘뻘 흘렸다. 얼굴이 발그레해진 모습은 연기 경력 25년 차의 베테랑 배우보다는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신인 같이 풋풋했다.

-2년 연속 수상 축하드린다.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를 다시 보니 감사하고 고맙고 여전히 뻘쭘하고 그렇다. 2년 연속이라고 해도 익숙해지지 않고 여전히 뻘쭘한 것 같다."

-올해는 시상자이자 수상자였다.

"기본적으로 시상식 같은 자리에 가는 걸 불편해하는 사람인데 시상자로 가니 긴장감이 좀 덜하긴 했다. 근데 직접 봉투를 열고 수상자로 내 이름이 적힌 걸 확인하니 뻘쭘함이 있었다. 유쾌하게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 마음보다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게 더 컸다."

-시상식에 갈 때마다 수상소감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2년 연속 수상을 기대했나.

"주니까 감사하긴 한데 상에 대한 욕심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상을 받은 안 받든 시상식에 초대가 되면 무대를 불편해하는 배우이기도 하고 준비가 안 되면 블랙아웃이 되는 배우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내가 무대에 올라가서 멍하니 있게 되면 시청자들이 전파 낭비를 하는 것이지 않나. 전파 낭비를 막기 위해 항상 준비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백상에서 수상자 투샷으로 '동백꽃 필 무렵' 규태·자영(염혜란 배우) 부부를 보니 반가웠다.

"시상자로 (김)선영 배우까지 같이 있으니 '동백꽃 필 무렵' 연장선상 느낌이 들었다. 특히 여자 조연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상을 전달할 때 셋이서 무대에 있었는데 기분 좋은 묘함이 있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팀도 그날 시상식 자리에서 만났다.

"코로나19 때문에 더 조심하기도 해야 했고 시상식이라 개인적인 얘기는 못 나누고 간단한 축하 인사만 나눴다. 이후 서로 전화 통화를 하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드라마가 종영한 지 1년이 지났다. 상태란 친구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나.

"처음엔 상태란 친구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배우로서도 도전하는 의미가 컸다. 다만 시청자들에게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끝나고 길에서 문상태란 사람을 만나면 도와주고 싶다가 아니라 함께하고 싶다는 정서는 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은 가지고 있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한 방법은 사실 잘 몰랐다. 감독님과 작가님, 그리고 상대 배우의 도움으로 조금씩 내가 그렸던 상태라는 인물에 많이 접근을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오정세오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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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어떤 신기한 경험을 했는지 궁금하다.

"세상을 보는 시점이나 관점이 넓은 사람은 아닌데 조금 더 넓어졌다. 초반에 상태란 인물이 잘 잡히지 않아 되게 힘들었다. 이후 구체적으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상태란 인물이 내게 들어왔다. 배우로서 우는 것에 서툰 배우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선 마음만 먹으면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났다. 고문영 작가, 강태의 얼굴과 눈만 봐도 가슴이 뜨거워졌다. 배우로서 현장에 갈 때 핵무기 같은 걸 두 개 정도 주머니에 가지고 가는 느낌이었다. '이 역할을 못 하면 어떻게 하지?' 걱정하는 느낌이 아니라 '내 무기를 언제든 꺼내서 써야지!'였다. 작가님이 대본을 잘 써주기도 했고 어떤 신에서는 감독님이 내가 해석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감정을 지도해주며 좀 더 끌어올려 줬다. 주변 많은 사람 덕에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작년 인터뷰 때 임상춘 작가의 차기작에서 47번째 역할도 괜찮다고 했는데 이후 연락은 없었나.

"이제 백상에서 상을 두 번 탔으니까 46번째 정도 역할로 얘기해보려고 한다.(웃음) 계속 차기작을 준비 중인 것 같은데 아직 수면 위로 작품이 올라오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다. 중간 투입이 됐든 카메오가 됐든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크다."

-tvN '바퀴 달린 집2'에 게스트로 나왔더라.

"여전히 카메라는 적응이 안 됐고 불편했다.(웃음) 형들과의 잔잔한 여행은 재밌었는데 기본적으로 카메라에 대한 불편함이 날 막고 있었다. 동일이 형, 희원이 형, (임)시완 씨랑 같이 여행하고 겸사겸사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를 (공)효진이랑 같이 여행 가는 느낌으로 가서 여행을 다닐 땐 편했는데 마지막 인사할 때까지 카메라가 낯설었다."

-오랜만에 촬영지에 가서 더 반가웠을 것 같다.

"촬영 한 달 전쯤 개인적으로 또 갔었다. 근데 마스크를 써서 그런지 주변에서 많이 알아보지는 않았다. 내게 사진 찍어 달라는 분이 있었는데 나와 같이 찍어달라는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자기 일행들을 찍어달란 거였다."
오정세오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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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지리산' 촬영은 잘 마쳤나.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게 잘 찍은 것 같다. 촬영장이 아니라 휴식처에 다녀온 느낌이다. 촬영 중 비는 시간이 있으면 차에서 대기하는 게 아니라 산 주변을 한 바퀴씩 돌고 그랬다. 지리산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 오정세 배우와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나.

"열심히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작품 자체는 기대가 된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현재 TV조선 '엉클'이란 작품을 촬영 중이다. 첫 타이틀롤이다.

"타이틀롤이기 때문에 가지는 부담감이 생기기 마련인데 최대한 안 가지려고 하면서 연기하고 있다. 그 부담감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준비는 많이 하되 부담감에 끌려다니지 않으려고 한다."

-요즘 고민은.

"작품 외적인 고민은 많이 없다. 지금은 작품을 하고 있으니 작품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떻게 준비하면 좀 더 유쾌하고 의미 있는 작품이 나올까에 대한 고민들이 많다."

-올해 데뷔 25년 차가 됐다.

"숫자에 대한 개념이 일반 사람들보다 덜한 것 같다. '벌써 40대 중반이야? 25년이나 됐어?'가 아니라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된 것 같다. 앞으로도 그만큼 더 해야 하니까.(웃음)"

-배우로서의 목표는.

"처음 가졌던 마음가짐과 같은 것 같다. 지금처럼, 오랫동안 배우라는 직업을 건강하고 즐겁게 하고 싶다. 그 안에서 실패를 하기도 하고 못해서 손가락질받기도 하고, 선물 같은 작품이 오기도 하고, 창피한 작품을 만나기도 할 텐데 다 내 작품이지 않나. 주변 환경이나 다른 것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처럼 살아갔으면 좋겠다."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88%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배우 활동을 하다 보면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여행을 다니거나 개인적인 일상을 다 누릴 수는 없다. 배우로서 어쩔 수 없이 잃어하는 것들 때문에 아쉬움이 있어 100%는 못 될 것 같다. 하지만 굉장히 만족한다."

-배우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물리치료사분들이 환자들을 치료해줄 때 환자들이 '아 시원해'라고 하면 그 부분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지 않나 생각했다. 그걸 보며 배우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유쾌한 인물을 그렸을 때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이 함께 좋아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봤을 때 같이 슬퍼하고. 그런 모습을 보며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지 않나 싶다. '이런 작품을 만들어줘 고마워요' 혹은 함께 울고 웃는 것에서 배우로서 보람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끝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다른 작품으로 또 인사를 드리겠다. 다음 작품도 많이 기대해주시고, 요즘 건강이 정말 최고인 것 같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계셨으면 좋겠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박세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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