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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싱크홀' 차승원 "절절한 부성애 연기, 진짜 내 모습과 닮았죠"

입력 2021-08-19 15:12 수정 2021-08-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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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승원.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차승원.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희극지왕' 배우 차승원(51)이 신작 '싱크홀'로 돌아왔다. 주특기인 코미디에 재난과 부성애를 담아 여름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을 그린다. 전작 '타워'를 통해 재난 영화를 연출한 바 있는 김지훈 감독의 신작으로, 140억 원 대의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다. 차승원을 필두로 김성균·이광수·김혜준·권소현·남다름 등이 출연한 작품. 지난 11일 개봉한 '싱크홀'은 18일까지 128만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6일 만에 100만 돌파에 성공하며,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최단 기록을 세우는 데에 성공했다.

차승원은 극 중 생존 본능이 강한 401호 주민 만수 역을 맡았다. 악착같이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 역할이다. 실제 자신과 참 많이 닮은 인물을 연기하면서, 진짜 차승원을 만수에 녹였다. 특히 뜨거운 부성애를 가진 만수는 아들 바보 혹은 딸 바보인 그와 80% 이상 같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이젠 인생의 철학을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표현한다는 차승원. '싱크홀'에 희극지왕 차승원 그 이상의 것을 담아냈다.

 
영화 '싱크홀' 스틸. 영화 '싱크홀' 스틸.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개봉했다.
"힘든 시기인데, 코로나19 4단계 방역 지침이 내려와서 극장이 더 쪼그라들었다. 언제까지 시장이 안 좋을지 걱정이다."

-그럼에도 개봉 6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100만의 의미가 크다. '100만 안 넘는 영화도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한국 영화 중 100만 넘는 영화가 알고 보면 몇 편 안 된다. 100만을 기점으로 주변에 영화를 봤다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거다. 100만이라는 숫자가 그래서 의미 있다. 정말 감사드린다. 기분이 좋다."

-흙더미에 파묻힌 장면이나 물 아래에서 잠수하는 장면 등 촬영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수중 5m 밑으로 들어가는 데에 대한 공포가 있다. 수압 때문에 귀가 아프다. 하루 이틀 (그런 장면 연기를) 계속 하다 보니 트라우마가 생겼다. '싱크홀' 촬영 전에는 훈련을 하고 들어갔는데도 그 트라우마가 시작되더라. 흙더미에 있을 때는 나름 스태프들이 '이 흙은 먹어도 되는 흙'이라고 설득했다.(웃음) 배우들은 찍을 때 잘 모른다. 몸이 부서져 나가도 잘 모른다. 스태프들이 준비를 많이 해줘서, 힘은 들었지만 잘 넘어갈 수 있었다. 사실 물이나 흙더미보다는 짐볼 위에서 움직일 때가 힘들었다."

-육체적으로 힘들었는데도, 유독 '싱크홀' 촬영 현장을 좋아했다던데.
"함께한 (배우) 친구들의 심성이 정말 곱다. 인간미가 넘치고 굉장히 성실하다. '저 친구들과 함께하면 든든하고 배울 것도 많겠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이 끝난 후 매번 소소하게 뒤풀이를 할 기회가 많았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유독 배우들끼리 호흡이 좋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작품을 했지만, (다른 배우들과) 어느 정도의 거리가 늘 있었다. 그 거리가 어떤 배우들과는 넓었다. 촬영이 끝날 때까지 서로의 진심을 잘 모를 때도 있다. 근데 이번 영화와 함께한 후배들과는 사소한 것도 공유했다. 작품 외에 일상적인 것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눴다."

-만수를 연기하며 연기적으로 고민이 됐던 순간이 있나.
"나는 될 수 있으면 내가 설득될 수 있는 연기를 해보려고 한다. 연기는 기술이다. 어떤 캐릭터를 맡고 그 인물에 근접하게 따라 하는 거다. 내가 하는 것이니까, 내 감정이 나를 설득할 수 있느냐를 중요시 여긴다. 이전에는 인위적으로 만들기도 했었는데, 요즘엔 그런 것들을 많이 거둬내려고 노력한다. 만수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에도 그런 마음으로 임했다."

 
배우 차승원.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차승원.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라디오 생방송에 출연해 경쟁작인 '모가디슈'를 보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박스(오피스)가 커져야 (경쟁작과) 나눠 먹는데, 박스가 작아진 상황에서 나눠 가져야 해 좀 아쉽긴 하다. 시장 상황이 80%라도 올라와야 한다. 그래야 (경쟁작과 관객을) 나눠 먹어도 기분이 좋다. 2등, 3등을 하더라도 서로 손해 보지 않고 잘 갔으면 좋겠다."

-재난과 코미디가 섞여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언밸런스한 장르가 서로 부딪치면서 생기는 재미를 정말 좋아한다. 재난을 위한 재난 영화가 아니라, 재난 안에서 의외의 아이러니가 생겨나는 것이 좋다. 코미디 영화를 많이 했지만, 연기는 연기다. 코미디 장르나 다른 장르나 똑같은 연기다."

-'싱크홀'이 해외 영화제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K-컬처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거기에 편승해 우리 영화도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항상 할리우드 재난 영화를 접하지 않았나. 한국이라는 크지 않은 나라에서 이런 재난 영화를 만들면 어떨지에 대한 호기심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나오니까.(웃음)"

-진한 부성애 연기가 인상 깊었다.
"이전에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 나를 떼어놓고 했었다. 근데 나이가 드니 (캐릭터와 나의 모습이) 혼재된다. 지금까지의 삶, 삶에 대한 철학이 연기에 담긴다. 그런 걸 연기에 반영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남다름과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부성애 연기에 이입을 쉽게 할 수 있었다."

-극 중 만수와 차승원은 닮았나.
"80% 이상 닮았다. 만수가 하는 행동, 만수가 아들을 대하는 모습이 나와 비슷하다. 만수와 나의 다른 점을 찾기가 힘들다. 김성균도 자기 아이 또래의 배우와 연기해서 감정이 더 나왔을 거다."
 
배우 차승원.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차승원.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속 만수처럼 실제로 연예계 대표 아들 바보, 딸 바보로 소문이 났는데.
"부모들은 다 그럴 거다.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 부모와 자식의 연은 빚의 연이라고 하지 않나. 나도 우리 부모님에게 빚을 진 것이고, 빚을 진 만큼 자식에게 하는 거다. 남들 하는 만큼 한다. 특별하지 않다. 흉흉한 뉴스가 너무 많은데, 그건 단편적인 거다. 모든 부모는 자식을 사랑한다. 나도 그만큼 (사랑)하는 것이고."

-대중이 바라는 나의 모습, 또 내가 연기로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어떻게 잘 조화롭게 보여줄 수 있었나.
"차승원이라는 배우의 카테고리 안에 코미디를 빼놓을 수 없을 거다. (관객분들이) 그걸 좋아해 주시니까. '낙원의 밤' 같은 (누아르) 영화도 하지만, 코미디 영화를 개인적으로 사랑한다. 그런데 관객분들이 원하시는 것만 마냥 할 순 없다. 나도 발전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드려야 한다. 그 접점을 찾기 어렵다. 오늘 했던 코미디가 내일 하면 안 웃길 수 있다. 코미디라는 장르가 그렇다. 그래서 힘들다. 해결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싱크홀'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확장성이다. 전 연령층이 볼 수 있다. 가족이 다 같이 본다는 말이 SNS에 올라오더라. 주택 문제 등에도 공감할 수도 있다. 전 연령대가 볼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싱크홀'은 돈을 많이 들인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는데, 어떤 장면에서 자본의 느낌을 많이 받았나.
"CG다. 다 돈이다. 우리가 나오지 않는 부분은 다 돈이라고 보면 된다. 마을 자체도 세트를 다 지은 거다. 그것도 다 돈이다."

-매 촬영 후 회식을 하며 선배로서 조언을 하기도 했나.
"조언은 잘 안 한다.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니까. 그냥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몸을 조심해서 촬영해야 하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회식을 매일 주도하진 않았다. 감독님과 PD도 같이 있었다."

-선배의 역할에 대해 생각한 적 있나.
"선배는 현장에서 드러나면 안 되는 존재다. 선배는 선배인데, 어렵지 않은 선배여야 한다. 물론 선배는 늘 어렵다. 그래서 내 경험을 후배들에게 이야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 경험이 올바른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이런 경험을 했으니 너네도 이랬으면 좋겠어'라는 말은 별로다. 나는 단지 이 친구들보다 좀 오래 연기를 한 것뿐이다."
 
영화 '싱크홀' 스틸. 영화 '싱크홀' 스틸.

-김성균과 티키타카 연기가 돋보인다.
"(김성균은) 잘하는 친구다. 욕심도 많다. 특별히 호흡을 맞추지 않아도 됐다. 김성균이 과도하게 날 보고 놀라는 장면도 많다.(웃음) 그걸 정말 잘해줘서 무게 중심이 확 쏠릴 수 있었다. 장면이 덕분에 잘 살았다."

-'싱크홀' 같은 영화를 찍기에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나.
"운동도 하고 술도 거의 안 먹는다. 담배도 끊었다. 체력이 괜찮은 것 같다.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은 잘 안 든다."

-작품을 선택하며 조금 더 마음이 가는 캐릭터나 이야기는 무엇인가.
"('싱크홀' 만수와 같이) 이런 보편적인 캐릭터를 할 일은 앞으로 잘 없지 않을까. 새로운 캐릭터, 보편적이지 않고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 일반적인 드라마에서 하는 이야기를 영화에서 굳이 연기하는 것이, 하는 입장에서는 재미없다. 이런 보편적 캐릭터를 당분간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코미디 연기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나.
"코미디 연기는 없다. 똑같은 연기다. 코미디 연기를 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다. 에러다. 나는 그냥 (모든 장르 연기가)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걸 만드는 감독에 따라 달라지는 거다. 물론 장르에 맞는, 기본적인 '톤 앤드 매너'는 있겠다. 그러나 근본적인 연기는 똑같다."

-머리와 수염을 길렀다.
"차기작에서 괴짜 변호사 역을 맡았기 때문에 기르고 있다. 곧 촬영이 끝난다.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라서 이렇게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 있는데, 머리와 수염만 자르면 바로 32살이 된다. 뒷모습을 보면 이십 대다. 십 대 후반부터 오십 대까지 가능하다.(웃음)"

-코미디를 왜 좋아하나.
"현장이 재미있다. 현장 자체가 코미디 영화는 재미있다. 그리고 나를 많이 사랑해주셨던 영화들이 대부분 코미디다. 한동안 코미디 장르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아주 좋다."
 
영화 '싱크홀' 스틸. 영화 '싱크홀' 스틸.

-희극지왕이라는 타이틀이 있을 정도인데, 관객의 기대가 부담스럽지 않나.
"그런 부담은 없다. 안 웃으면 말고. 그것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웃음) '내가 계속 매체에 나가야 하냐'는 고민도 했다. 광고 나오고 예능 나오고 하면 벽이 다 허물어져 버린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300만 번째 관객에게 김성균·이광수와 100만 원씩 모아서 300만 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갔더니 현금을 주더라. (애장품을 상품으로 준다면) 나에게만 애장품이지 다른 사람에겐 쓰레기일 수 있다. '내가 (애장품을) 주는 게 성은이 망극이고' 이런 게 싫다. '지금 시점에 받았을 때 가장 기뻐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을 때 현금인 것 같다. 갹출해서 100만 원씩 준다는 의미도 있다. 우리는 나눠주지 않는다. 한 분에게만 드린다.(웃음)"

-영화배우 최초로 '아침마당'에 출연했다.
"내가 처음이 아니다. 리차드 기어도 나왔었다. 데뷔했을 때도 아침 프로그램엔 잘 안 나갔다. 하하하. 굉장히 좋았다. 전원주 선생님도 계셨고,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양식화된, 완벽히 짜 맞춰져 있는 프로그램에 나갔는데 그게 새롭더라. 이광수한테 '우리 잘 되면 '여섯시 내고향'도 나가자'고 했다. 홍보를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는 배우의 색깔이다. 나만의 방식이 있다. 이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홍보 중이다."

-차기작 '어느 날'에서는 김수현과 호흡을 맞춘다.
"김수현은 자기 것이 있다. 휘둘리지 않는다. '어느 날'은 잘 찍고 있다. '싱크홀'과는 다른 분위기다. 법정 드라마이다 보니 암기해야 할 것도 많고 감정을 조절해야 할 일도 많다. 그럼에도 즐겁게 찍고 있다. 나름의 매력이 있다. 9월쯤 촬영이 끝나고 11월쯤에는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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