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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질', 황정민이 납치됐다고?…픽션과 다큐 사이

입력 2021-08-17 15:36 수정 2021-08-1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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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질' 포스터. 영화 '인질' 포스터.


출연: 황정민
감독: 필감성
장르: 액션 스릴러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4분
한줄평: 괴롭지만 쫄깃한 과몰입
팝콘지수: ●●●◐○
개봉: 8월 18일
줄거리: 어느 날 새벽,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배우 황정민의 고군분투
 
영화 '인질' 스틸. 영화 '인질' 스틸.

독특한 콘셉트 한 줄로 시선을 끄는 영화가 8월 극장가 마지막 주자로 나선다. 황정민이 배우 황정민으로 등장하는 '인질'이다.

영화 제작발표회 후 집으로 귀가하던 '천만 배우' 황정민은 납치된다. 목숨을 위협하며 돈을 요구하는 다섯 명의 인질범과 꼬박 하루 동안의 사생결단 대결을 벌인다. '인질'은 현실에 발을 디딘 독특한 픽션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유덕화 주연의 중국 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를 원작으로 한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황정민을 중심으로 신예 필감성 감독과 신인 배우들이 뭉친 작품이다. '방법: 재차의'·'모가디슈'·'싱크홀'에 이어 여름 극장가에 도전장을 냈다.
 
영화 '인질' 스틸. 영화 '인질' 스틸.

여름엔 황정민
2015년 여름 '베테랑', 2018년 여름 '공작', 2020년 여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극장가 여름 성수기에 흥행작을 여럿 내놓은 황정민. 2년 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코로나19 팬데믹 한가운데 개봉해 435만 명의 관객을 모았듯, 이번 '인질'로 다시 한번 팬데믹과 대결한다. 특히 유아인·이성민·이정재 등 동료들과 함께했던 이전의 여름과는 달리 신예들을 이끄는 4번 타자로 나선다.

어깨가 무겁다. '천만 배우' 황정민의 존재 자체가 영화에 남다른 리얼리티를 불어넣는다. 여러 배우들이 함께 등장하는 경쟁작 포스터와는 달리 황정민만 담긴 '인질'의 포스터처럼, 예비 관객의 시선은 오직 황정민에게 쏠린다. 초반 흥행이 그의 티켓 파워에 달렸다.

영화에서 황정민은 전천후 활약을 펼친다. 황정민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밥상 소감'으로 시작해 고군분투하며 리얼리티를 살린다. 영화 말미 등장하는 서툰 액션까지 콘셉트에 맞게 계산했다. 비교적 서사가 단순하고 황정민 이외에 관객에게 익숙한 스타가 등장하지 않지만, 베테랑 배우 황정민의 내공으로 한 시간 반 동안 루즈한 부분 없이 쫄깃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영화 '인질' 스틸. 영화 '인질' 스틸.

"'드루와' 한 번만 해주면 안 돼요?"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보다 무서운 리얼리티에 있다. 실제 황정민이 납치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처럼, 관객을 과몰입하게 만든다.

세심하게 설계한 콘셉트와 이에 걸맞은 캐스팅이 있기에 가능했다. 영화 속 황정민은 관객이 익히 봐왔던 그 황정민 그대로이고, 인질범들은 모두 낯선 얼굴 투성이다. 바로 어젯밤 일어난 일을 스크린에 옮겨놓은 것만 같다. 황정민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때마다 더 가슴 졸이게 한다. 영화이니 당연한 엔딩을 예상하면서도, 온 힘을 다해 황정민을 응원하게 한다. 황정민의 절친한 동료로 박성웅이 깜짝 등장하거나, 인질범들이 황정민에게 "'드루와' 한 번만 해주면 안 돼요?"라고 물으면 현실과 영화의 경계가 무너져 내린다.

필감성 감독의 사실적인 연출도 이 리얼리티에 큰 몫을 했다. 익숙한 강남대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카체이싱 장면은 오가는 차량을 다 막아서고 촬영한 다른 영화들의 카체이싱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에 대해 필감성 감독은 "황정민이 실명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날것 그대로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영화 '인질' 스틸. 영화 '인질' 스틸.

베테랑 배우에 대적하는 빌런들
황정민의 원맨쇼에 그쳤다면 '인질'의 긴장감은 잘 전달되기 어려웠을 터다. 황정민과 대적할 만한, 황정민의 아우라에 지지 않을 빌런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밀고 당기는 긴장감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 빌런들은 모두 신인이다. 인질범 무리의 리더 김재범을 필두로 류경수·정재원·이규원·이호정으로 구성된 빌런 5인방이다. 이들은 대 선배 황정민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기'를 보여주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인질극을 벌인다.

5명이나 등장하지만 각기 다른 특징을 지녀 존재감이 확실하다. 차갑고 잔인한 김재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류경수, 무서운 몰입을 보여주는 정재원, 묵직하게 뒤를 받쳐주는 이규원, 몸 사리지 않고 열연한 이호정까지. 아직 스크린이 낯선 신인들이지만 각기 자신이 맡은 바를 훌륭히 해낸다.

콤팩트하게 압축된 인질극
'인질'의 단점은 단조로운 서사다. '배우 황정민이 납치됐다'는 로그 라인 한 줄 이외엔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때문에 94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이 매우 적절하게 작용한다. 94분 안에 콤팩트 하게 압축해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길고 복잡하기만 한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요즘 관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제작비도 많지 않다. '인질'의 총제작비는 약 80억 원. 255억 원의 '모가디슈', 140억 원의 '싱크홀' 등 경쟁작과 비교하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돈을 들여 제작됐다. 제작비가 적다고 해서 영화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많지 않은 제작비로 가능한 최고의 콘텐트를 만들어냈다. 현재 극장가와 관객에 잘 어울리는, 지혜로운 영화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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