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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재판 증인 사전 면담 공방…檢 "입맛 맞는 증언 패턴 반복"

입력 2021-08-13 15:22 수정 2021-08-13 15:32

삼성 불법승계 의혹 재판 두 번째 증인 신문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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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법승계 의혹 재판 두 번째 증인 신문 마무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해 강남구 서초사옥을 찾았다.      이날 오전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해 강남구 서초사옥을 찾았다. 이날 오전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심리하는 재판. 두 번째 증인의 첫 신문을 앞둔 지난달 8일, 검찰이 의견 진술 기회를 요청했습니다. "삼성 측 변호인이 검찰 측 증인을 사전에 만나 증언이 오염될 우려가 있으니 조심해달라"는 것입니다.


변호인은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가 변호인과 증인 사이 사전 면담을 허용하고 있다"고 맞섰습니다. 이미 검찰 시각에서 조사된 조서와 증거 안에서만 변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검찰은 이 사건의 특수성을 거론합니다. 증인 중에는 삼성 측 관계자가 많은 만큼, 변호인단이 오해할 만한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재판에 나오는 증인들 역시 이번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현재 이재용 부회장 등 피고인들을 변호하는 김앤장에서 당시 증인들의 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변호인단이 이미 증거관계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만큼, 재판 쟁점에 따라 증언을 유도할 수 있어 단순한 사전 면담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변호인단은 윤리규정에 반한 것이 없다고 다시 반박했습니다. 또 검찰이 짜놓은 시각과 관점을 벗어나 사건의 실체에 가깝게 가고자 하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증인신문을 하기 전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공방이 한 차례 있고 나서 이 사건을 심리하는 중앙지법 형사25-2부가 어제(12일)저녁 재판을 마무리하기 전 한 차례 교통정리를 했습니다.

변호인과 증인의 사전면담은 형사소송법상 보장도, 제한도 되어있지 않으니 '변호인이 적절히 할 일'이라면서도 이 사건의 특수성을 언급했습니다. 사건 자체가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고 삼성 관계자들이 증언대에 오르는 만큼 검찰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특정 증언을 유도하거나, 증언이 맞춰진다거나 하지 않도록 조심해달라고 했습니다. 만약 재판 과정에서 그런 정황이 밝혀진다면 피고인 측 증인의 증언도 못 믿는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두 번째 증인도 "문제 없는 합병…웨딩플래너 역할만"
어제는 이 사건의 두 번째 증인의 신문이 세 기일에 걸쳐 마무리됐습니다. 합병 당시 삼성증권에서 부장으로 일했던 이모 씨입니다. 앞서 전해드린 첫 증인 한 모 팀장의 증언과 같이 이 전 부장 역시 합병 비율이나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관련 기사: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14749)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이해관계가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채 삼성증권이 미래전략실 뜻대로 양 사 합병 실무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증인은 '웨딩플래너'에 비유했습니다. 신랑과 신부가 웨딩플래너를 각각 두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실사도 제대로 이뤄져 있지 않았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상장사는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간소화될 수 있다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어제 재판 말미에 재판부는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합병 비율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당시 합병에 앞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각각 자신들이 의뢰한 회계법인에 기업 가치와 합병 비율 검토를 의뢰했는데, 검찰은 양사 보고서에 제일모직에 유리한 비율이 쓰일 수 있도록 미전실의 조율 내지 압박이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증인인 이 전 부장이 제일모직 측 회계법인의 결과를 알려주며 삼성물산 측 회계법인 보고서에 관여했다는 것입니다.

반면 증인과 변호인은 삼성물산 측 회계법인이 먼저 제일모직 측 회계법인의 결과치를 궁금해했고, 그다음에는 회계법인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삼성물산 측 회계법인 담당 회계사의 업무 스타일까지 언급했습니다. 증인은 "해당 회계사가 자신의 업무를 확인받고 싶어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했습니다.

◇검찰 "이렇게 증언이 어처구니 없을 줄은"

검찰은 지난 2012년 삼성증권에서 작성한 '프로젝트 G' 라는 문건을 그룹 차원의 승계 검토 문건으로 보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해당 팀에서 근무했던 이 부장이 이 문건에 대해 아예 모른다는 증언을 했고, 검찰은 어제 새 이메일 증거를 내밀었습니다. 변호인단이 추가 증거 신청에 이의를 제기하자, 검찰은 "솔직히 (증인이 문건을) 모른다고 할지는 몰랐다, (증언이) 이렇게 어처구니없을지 몰랐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다시 반박하기 위한 증거를 찾아 신청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증인은 해당 문건이 작성된 것을 모른다는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해당 문건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된 정황을 묻는 검사의 질문에도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삼성물산 주주들의 합병 의결권을 위해 삼성증권 PB들이 동원된 의혹에 대해서도 추가 증거가 제시됐습니다. 지난 기일 증인은 삼성물산이 직접 한 일이라는 취지로 답변했지만, 어제 검찰이 PB들의 활동이 정리된 이메일을 제시하자 "중립적인 입장에서 연결해준 것뿐"이라고 답했습니다.

결국 검찰은 "증인이 변호인의 질문에 맞춰가는 듯한 답변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잘 모르지만 ~했을 것 같다'는 답변으로 위증 위험은 피해 가면서도 변호인의 뜻에 맞는 증언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다음 주 목요일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출석합니다. 삼성증권과 소통한 당시 미래전략실 차장 최 모 씨에 대해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최 전 차장은 삼성증권에서 근무한 뒤 미래전략실로 옮겨간 인물로, 미전실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양측 공방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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