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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왜] 나토 新兵 리투아니아, 대만 카드 꺼내든 이유는?

입력 2021-08-13 07:02 수정 2021-08-13 11:30

리투아니아, 대만 무역대표부 설치 허용
'하나의 중국' 훼손에 강경 대응 나선 中
中 대사 소환…리투아니아도 소환 맞불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 소련 붕괴 후 독립
러시아 영향력 억지하기 위해 미국에 밀착
미국의 대중 압박 동참하며 대만 카드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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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대만 무역대표부 설치 허용
'하나의 중국' 훼손에 강경 대응 나선 中
中 대사 소환…리투아니아도 소환 맞불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 소련 붕괴 후 독립
러시아 영향력 억지하기 위해 미국에 밀착
미국의 대중 압박 동참하며 대만 카드 꺼내

〈사진=163닷컴 캡처〉〈사진=163닷컴 캡처〉
'소리 없는 전쟁'이 동서 6000㎞ 거리를 두고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와 중국의 외교전입니다. 리투아니아는 인구 280만명. 14억 인구의 중국과 사이즈만 놓고 봐도 다윗과 골리앗 대결입니다.

발트해에 인접한 리투아니아.〈사진=구글맵 캡처〉발트해에 인접한 리투아니아.〈사진=구글맵 캡처〉
AFP는 11일(현지시간) 중국의 주리투아니아 대사 소환 조치 하루 만에 리투아니아 정부도 자국 대사를 소환 결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디아나 미케베치에네 주중 리투아니아 대사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자국 대사 소환 하루 만에 귀국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는군요. 중국이 자국 대사를 소환하자 리투아니아가 맞불을 놓은 겁니다.


대사 소환 조치는 수교국 간 주고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의 외교 공방입니다. 그다음 수순은 단교일 테니깐요. 중국은 1995년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리덩후이 전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을 허용했을 때 미국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며 발끈했었습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소재 중국대사관.〈사진=163닷컴 캡처〉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소재 중국대사관.〈사진=163닷컴 캡처〉

양국의 쌍방 대사 소환 갈등은 지난달 대만이 올가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대만 무역대표부를 개소키로 하면서 촉발됐습니다. 리투아니아 정부가 '타이베이 대표부'가 아닌 '대만 대표부'로 명명한 대만 측 요청을 수용한 게 화근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수교한 많은 국가는 '타이베이 대표부'로 쓰고 있습니다. EU(유럽연합)의 많은 회원국도 타이베이로 쓰고 있습니다.

중국은 리투아니아의 이번 조치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하는 행위로 보고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리투아니아는 중국이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만 문제를 왜 건드렸을까요. 사실 올해 들어 리투아니아의 대중(對中)행보를 보면 심상치 않기는 합니다.

〈사진=중국 외교부 사이트 캡처〉〈사진=중국 외교부 사이트 캡처〉

리투아니아는 지난 5월 중국이 주도하는 동유럽 인프라 투자 논의 협의체인 '17+1 정상회의'를 탈퇴했습니다. 같은 달 리투아니아 의회는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 주민 탄압을 '인종 학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손톱 밑의 가시처럼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급기야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천명해 대외관계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대만 문제까지 발을 담궜습니다.

리투아니아는 2004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습니다. 루마니아·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들과 발트 3국이 모두 나토에 들어갔습니다.

리투아니아는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국가입니다.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발트 3국은 제정 러시아 때 합병된 상태에서 소련에 편입됐습니다. 이 바람에 강제로 공산주의 체제를 수용해야 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의 존재감을 강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난 나라입니다. 한반도가 지정학상 중국을 강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듯이 말입니다.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사진=HKET 캡처〉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사진=HKET 캡처〉

이런 안보상 고민을 미국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발트 3국의 반러 성향이 미국을 끌어당기는 자석 역할을 하는 거죠. 특히 리투아니아는 '최전선 국가'라는 자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습니다. 늘 러시아가 야기하는 안보 문제로 긴장할 수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유럽연구소 소장 추이훙젠(崔洪建)은 리투아니아와 미국의 이해가 상당히 부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리투아니아의 대중 행보 이면에는 미국과의 공감대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겁니다. 아래 홍콩경제일보와 인터뷰를 보실까요.

”리투아니아는 나토 회원국으로서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높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긴장감이 높아졌다. 미국은 이를 활용해 발트 해에서 나토 회원국들과 여러 차례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사진=위키피디아 캡처〉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리투아니아는 지난해 12월 미국과 1000만 달러 규모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시스템 추가 구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02년 미국은 재블린 미사일을 처음 해외 판매했습니다. 리투아니아였죠.

홍콩경제신문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기타나스 나우세다 대통령은 2019년 대선 운동 당시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을 갖기 위해 미국이 리투아니아에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쪽에 인접한 폴란드가 미군의 영구 주둔을 추진하자 이를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사진=163닷컴 캡처〉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사진=163닷컴 캡처〉

이번 리투아니아·중국의 대사 소환 갈등에 미국은 리투아니아 편을 들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의 리투아니아에 대한 보복을 비판했습니다. 그는 “유럽 파트너와 동맹국이 대만과 상호 유익한 관계를 발전시키고 중국의 강압적 행동에 저항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대중 포위 전략을 추진하는 미국은 유럽의 변방이지만 친미 성향이 두드러진 리투아니아를 필두로 반중 전선의 물꼬를 트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중국이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신장·위구르, 티벳, 대만, 남중국해는 잠재적인 화약고입니다. 미국은 이 레드라인을 전방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압박해 나가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사진=163닷컴 캡처〉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사진=163닷컴 캡처〉
중국도 벼랑 끝 승부를 벌어야 하는 처지입니다.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최후통첩까지 보냈습니다. 단교할 수 있다는 거지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유럽 내 도미노 효과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베이징연합대학 대만연구원 양안연구소 주쑹링(朱松嶺) 소장은 “리투아니아의 움직임은 중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 서방국들이 따라 할 것이고 이는 도미노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말입니다.
타이베이 시가지 전경. 〈사진=왕이닷컴 뉴스 캡처〉타이베이 시가지 전경. 〈사진=왕이닷컴 뉴스 캡처〉

이렇게 배수진을 쳤지만, 중국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닐 겁니다. 대만이 거둘 반사이익 때문입니다. 자칫 단교했다가 리투아니아가 대만과 수교를 한다면 리투아니아에 외교 승리를 거뒀다고 볼 수 없죠. 중국으로선 단교 카드를 둘러싼 비용과 수익 계산에 머리가 좀 아플 겁니다.

앞서 2월이었죠. 남미의 가이아나가 대표부에 대만 국호 사용을 허용했다가 중국의 압박을 받고 취소했습니다. 미국과 특수관계를 심화시켜가고 있는 리투아니아는 어떻게 나올까요. 미국이 얼마나 리투아니아를 받쳐주느냐에 따라 밀고 나갈지 아니면 가이아나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방향성이 나올 겁니다. '대만 대표부'냐 '타이베이 대표부'냐. 미국의 대중 포위 의지와 강도를 엿볼 수 있는 시금석입니다. 이어지는 뉴스를 함께 기다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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