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의료진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돼 결국은 환자가 피해를 본다"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계속 흘러나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한 민간 외과병원이 최근 수술실에 CCTV를 달아 운영해봤는데, 의사단체의 주장과는 사뭇 달랐다고 합니다.
정용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의사협회는 '환자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수현/대한의사협회 대변인 : 극도로 긴장감이 있고, 돌발상황이 굉장히 많은 수술들에서의 방어적인 진료나 소극적인 진료가 이뤄질 수 있고요.]
그런데 의료 현장에서 사뭇 다른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관절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수도권의 한 외과병원입니다.
지난 6월부터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수술실 내부에는 이렇게 CCTV가 설치돼 있습니다.
수술대는 물론 수술실 내부 전체가 모두 촬영되는 방식으로 녹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병원 3곳의 CCTV가 달린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총 147명입니다.
CCTV가 수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들에게 물었더니 75% 넘는 의료진이 긍정적인 대답을 내놨습니다.
의료진 39.5%는 "환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36.1%는 "처음엔 CCTV가 의식돼 위축됐지만 차츰 괜찮아졌다"고 했습니다.
[신동협/정형외과 전문의 : 우려했던 불안감이나 우려감보다는, 실제로 해보니 그렇게 심하지 않더라…환자가 믿음을 갖고 수술에 임하게 되면 오히려 수술 결과도 더 좋을 수가 있고.]
경기도의료원은 지난 2018년부터 전국 공공의료원 가운데 처음으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했습니다.
지금까지 5000건가량 수술을 했지만 환자 측의 CCTV 녹화본 요청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정일용/경기도의료원장 : (환자는) 수술이 잘 끝나면 거기에 대해서 굳이 이의 제기를 하거나 보자고 이야길 하지 않습니다. 그거는 단지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하는 거니까 신뢰도도 생기고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이달 안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다시 심사할 계획입니다.
(영상디자인 : 배윤주 / 영상그래픽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