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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싸움'에 끼인 캐나다…미·중 '협상카드'의 운명은?

입력 2021-08-12 12:26 수정 2021-08-1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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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체포된 멍완저우 부회장(왼쪽)과 캐나다 대북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오른쪽). 둘은 미국과 중국의 '협상 카드'가 돼버렸다. 〈사진=연합 로이터〉 캐나다에서 체포된 멍완저우 부회장(왼쪽)과 캐나다 대북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오른쪽). 둘은 미국과 중국의 '협상 카드'가 돼버렸다. 〈사진=연합 로이터〉
"인간이 협상 카드로 절대 쓰여선 안 된다. 그를 석방하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현지시간 11일)

"임의적인 구금은 국제관계에서 용납될 수 없다. 그를 석방하라"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 현지시간 11일)

미국과 유럽연합이 한 목소리로 석방을 요구하는 '그'는 누구일까요? 중국에 구금된 캐나다 대북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입니다. 2013년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을 받아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 동행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당시 캐나다의 대북교류단체 '백두문화교류사' 대표로 활동하던 그는 북한의 고위 인사들과 접촉하며 로드먼의 방북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2018년 12월 그는 중국 단둥에서 ”중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그리고 2년 반 만인 11일 중국 단둥시 중급 인민법원은 그를 해외 정탐, 국가 기밀 불법 제공 등의 죄목으로 유기징역 11년 형과 개인 재산 5만 위안(약 890만원) 몰수 판결과 추방 처분을 내렸습니다.


◇ 미·중 '고래 싸움'에 끼인 캐나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협상 카드'라고 말한 건, 이 판결의 배경에 중국이 원하는 카드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스페이버의 체포와 판결 선고는 중국의 '대기업 부회장' 일과 맞물려 있습니다. 멍완저우(孟晩舟), 중국의 손꼽히는 통신 기업 화웨이(華爲)의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입니다.


미·중 간의 '무역 전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인 2018년 말, 멍완저우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체포됩니다. 미국 검찰이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 법무부에 멍 부회장의 신병 확보 공조 요청을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화웨이가 유령회사를 동원해 이란 통신업체와 거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스페이버가 중국에서 체포됩니다. 캐나다 트뤼도 총리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양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싸움에 들어가면서 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속담인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 된 겁니다.

◇ 럭셔리한 피고인, 캐나다 '분노' 커져

캐나다 트뤼도 총리는 스페이버에 대한 판결에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부당한 판결”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판결은 2년 반 동안의 임의구금 끝에 나왔다. 법적 절차에 투명성이 없고 국제법상 최소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캐나다 현지언론은 캐나다 국민이 멍완저우와 스페이버의 상황이 다른 데 더욱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스페이버는 가족조차 만나지 못한 채 2년 넘게 격리 수감돼 있습니다. 반면 멍완저우는 1000만 캐나다달러(약 92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체포된 지 일주일 만에 풀려났습니다. 지금은 밴쿠버의 값비싼 개인 별장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전자발찌를 차긴 했지만 밴쿠버 내에서 이동이 가능합니다.
 
멍완저우가 재판의 최종 변론에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현지시간 4일, 5일, 9일, 10일의 모습. 다리에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멍완저우가 재판의 최종 변론에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현지시간 4일, 5일, 9일, 10일의 모습. 다리에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멍완저우 풀려날까…미국의 선택은?

멍완저우의 최종 변론은 오는 20일쯤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심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캐나다 법무부가 인도를 거부한 사례는 극히 적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자진 철회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립니다. 지난해 말, 트럼프 행정부 임기 말의 일이긴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 언론은 ”미 법무부가 멍완저우의 중국 귀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멍 부회장이 혐의 일부를 인정하고, 미 검찰은 기소유예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이런 시나리오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여전히 유효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올해 2월 캐나다 트뤼도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간은 협상 칩이 아니다“라면서도 ”캐나다인들이 안전하게 돌아올 때까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미국이 멍 부회장을 놔준다면 중국도 스페이버에게 다른 결과를 안겨줄 수 있겠죠. 아마 스페이버가 항소하고, 중국이 판결을 번복하는 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뉴욕타임스는 스페이버의 운명이 “베이징, 오타와, 워싱턴 간의 거래에 달려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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