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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규제 드라이브 거는 中…손정의, 투자 브레이크 걸었다

입력 2021-08-12 07:02 수정 2021-08-12 17:36

소프트뱅크 "리스크 높다" 추가투자 보류
中 당국 압박, 일회성 아니라고 판단한 듯

산업 전반 손보는 이유는 경제 외적 요인?
시진핑 3연임 결정하는 당대회 1년 앞으로

사교육·게임 규제해 학부모 지지 확보하고
플랫폼 노동자 처우 개선으로 민심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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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리스크 높다" 추가투자 보류
中 당국 압박, 일회성 아니라고 판단한 듯

산업 전반 손보는 이유는 경제 외적 요인?
시진핑 3연임 결정하는 당대회 1년 앞으로

사교육·게임 규제해 학부모 지지 확보하고
플랫폼 노동자 처우 개선으로 민심 공략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둬웨이 캡처〉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둬웨이 캡처〉
”시진핑이 왜 저러는 거 같아? “

요즘 중국과 홍콩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분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중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도 관심이 큰 사안이기도 합니다.

마침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은 중국 시장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시켰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손 회장은 11일 2분기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중국 당국의 최근 규제를 종잡을 수 없다면서 리스크가 가라앉을 때까지 중국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를 보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사진=둬웨이 캡처〉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사진=둬웨이 캡처〉

알리바바에서 시작돼 차량 공유 플랫폼 디디추싱과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자 세계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 사교육기업들,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당국으로부터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 등 이유로 최대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죠.

〈사진=둬웨이 캡처〉〈사진=둬웨이 캡처〉

■ 알리바바 핀테크 상장 제동디디추싱, 신규 가입도 금지


지난해(2020년) 10월 금융 차르 급 인사들 앞에서 중국의 금융 정책을 공격한 마윈. 괘씸죄였을까요.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 앤트 파이낸셜의 350억달러(약 40조원) 기업공개(IPO)가 돌연 불발됐습니다.

이때만 해도 개인 금융 정보 등 빅데이터를 둘러싼 중국공산당과 인터넷 기업의 물밑 기싸움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든가 권력층 입맛에 맞는 지배구조의 재조정을 위한 시간벌기 등 다양한 해석이 뒤따랐습니다.


이어 중국 금융당국이 연기를 사실상 명령했음에도 디디추싱이 뉴욕 증시에 상장을 강행해 불거진 갈등이 있었죠. 당국은 디디추싱을 '사이버 안보 조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고강도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신규 가입자 확보도 금지시켰습니다. 회사 관계자나 투자자들로서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섬뜩한 조치입니다.

디디추싱 사태가 워낙 세간의 주목을 받다 보니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온라인 채용·운수 플랫폼도 당국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공통점은 지리 정보와 개인 정보에 대한 빅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입니다.

■ ”게임은 인민의 아편“ 텐센트 난타…교육 플랫폼도 철퇴
중국 교육 당국도 가세했습니다. 인터넷 교육 시장 자체를 없애는 핵폭탄급 규제로 관련 인터넷 교육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 대폭락 사태가 터졌습니다. 앞으로 신규 IPO도 못하게 했고 사실상 비영리 기업화하겠다는 조치입니다. 이 사태의 후폭풍이 이어지던 와중에 또 다른 대형 규제가 발표됩니다.


메이퇀 같은 배달앱 종사자들에게 최저 시급과 4대 보험을 적용하라는 지침입니다. 사실상 정직원으로 채용하라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대륙 시장의 95%를 장악한 메이퇀과 알리바바의 얼러머는 배달 계약직 1300만명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최저시급은 현행 배달 수수료의 10배에 달하고 4대 보험까지 포함시켜 늘어나는 비용 규모를 따져보면 이건 사업 접으라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중국 최대 게임·소셜미디어 회사 텐센트는 관영 매체로부터 “온라인 게임은 정신적 아편”이라는 공격을 받았습니다.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인 경제참고보는 '정신적 아편이 수천억 가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청소년의 게임 중독 문제를 지적하면서 텐센트의 대표 모바일게임인 '왕자영요'를 특정했습니다.

〈사진=바이두백과 캡처〉〈사진=바이두백과 캡처〉


정말 왜 이러는 걸까요. 메가톤급 규제와 단속이라는 점에서 저간에 흐르는 메시지가 있을 겁니다. 필자가 언론에 입문해 중국 관찰을 시작한 지 25년 째입니다만 메시지에 숨겨진 패턴이 분명히 있을 것이란 압박이 느껴질 정도로 이런 소나기식 규제가 쏟아진 적이 없습니다.

표면상 인터넷+ 정책, 그러니까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산업 정책의 근본부터 뒤집겠다는 건지 시그널이 잘 안보입니다. 이게 다라면 시장경제를 안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니면 '새장보다 큰 새'로 비대해진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길들이기 또는 군기 잡기 차원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본보기만 확실히 보여주면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굳이 산업계 전반을 두드릴 이유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경제적 이유가 아닌 경제 외적 요인 때문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내년 당대회가 아니냐는 거지요.

정치 일정을 볼까요. 내년은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3연임을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해입니다. 이를 위해 내년 가을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를 1년여 남겨둔 시점에서 일종의 포퓰리즘 드라이브를 건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대중적 지지를 공고하게 다져 3연임을 위한 분위기를 확실히 닦겠다는 행보로 보는 거지요.

■ 3연임 노리는 시진핑, 포퓰리즘 드라이브 관측
〈사진=바이두백과 캡처〉〈사진=바이두백과 캡처〉

그간 벌어놓은 게 많으니 기업 사정이야 어찌 됐든 최저임금 적용하고 4대 보험 보장하라는 당국의 명령은 노동시장에 어떤 예상치 못한 변화를 몰고 올지 모르겠으나 일단 배달직 노동자들은 반색할 정책입니다.

사교육 시장에 철퇴를 가해 보편화된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구조를 손보겠다는 것도 대중적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극소수 계층은 더욱 극대화된 사교육을 은밀하게 받겠지만 큰 흐름은 공교육 강화로 이어져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복원됐다고 평가받는 모양입니다.

게임도 같은 분위기입니다. 우리나 중국이나 게임에 빠진 청소년기 학생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걱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임 때문에 성장기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사회생활을 위한 덕목을 키울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당국이 게임 업체를 압박해 학생들의 게임 시간을 제한하도록 한 조치는 학부모들로부터 크게 환영받고 있습니다.

홍콩 투자업계의 관계자는 11일 “당이 인민을 책임진다는 메시지를 통해 대중 지지를 단단하게 다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며 "큰 정치 프로젝트 차원에서 보는 시각이 많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는“내년 당대회까지 이런 좌클릭 드라이브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내년 당대회까지 좌클릭 이어질 것"
다시 손정의 회장의 결정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알리바바→디디추싱→온라인 채용ㆍ운수 플랫폼→온라인 교육 플랫폼→텐센트의 온라인 게임 플랫폼 등 당국의 인터넷+ 정책적 수혜를 입고 조성된 인터넷 플랫폼 산업 생태계가 난타당하고 있습니다.

손정의는 지난 20년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유망 빅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로 막대한 돈을 벌었습니다. 지난 3월 기준 소프트뱅크의 전체 투자 중 44% 가량이 중국 기업이었다고 합니다.

〈사진=바이두백과 캡처〉〈사진=바이두백과 캡처〉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은 전형적인 내수용 기업들입니다. 유통과 소매금융, 교육, 식음료, 게임 등 인민의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따라서 내수 시장의 팽창·수축 전망에 따라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조정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투자 자체를 중단하는 일은 시장 철수 못지않게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중국 경제를 특정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손정의 결정은 현시점을 시장 요인보다 중국+사회주의라는 국가주의적 요소가 부상하는 국면으로 보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중국공산당의 좌클릭 드라이브와 '큰손' 손정의의 투자 브레이크. 올가을 중국 경제의 부침을 관찰하는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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