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형 쿠오모 물러난다는데 사라진 앵커 동생…"직접 사퇴 권고"

입력 2021-08-11 17:26 수정 2021-08-11 20:5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성추문에 휩싸였던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끝내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나는 뉴욕을 사랑하고, 뉴욕에 방해되고 싶지 않다"며 사퇴할 뜻을 밝힌 기자회견은 현지시간 10일 모든 미국 언론을 뜨겁게 장식했습니다.

이날 가장 이목이 쏠린 방송사는 아마 CNN이었을 겁니다. CNN도 쿠오모 주지사의 사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쿠오모는 화면에서 사라졌습니다. 여기에서 쿠오모는 쿠오모 주지사의 13살 어린 막냇동생, 크리스 쿠오모를 말합니다. 크리스는 시청률이 가장 높다는 저녁 시간에 '쿠오모 프라임 타임'이라는 뉴스 쇼를 진행하고 있는 CNN 간판 앵커입니다.

■만담 형제의 추락…형 사퇴 발표하는데 사라진 동생


동생 크리스 쿠오모가 주중에 진행하는 CNN 저녁 뉴스 '쿠오모 프라임 타임'에 지난해 여러 차례 등장한 형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사진=CNN 캡처〉동생 크리스 쿠오모가 주중에 진행하는 CNN 저녁 뉴스 '쿠오모 프라임 타임'에 지난해 여러 차례 등장한 형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사진=CNN 캡처〉

"코로나19로 열심히 일하는 주지사님, 자랑스럽습니다. 그런데 바빠도 엄마한테 전화 좀 해, 형."
"여기 나오기 직전에 전화했는데 내가 엄마한테 최고래. 넌 그 다음이래." (지난해 3월 CNN 출연)

"형, (코로나19 검사할 때 쓴 면봉이) 이만 했어? 아니면 이만 해? 더 커?"
"작은 면봉을 콧속에 넣으면 돼. 콧구멍 작은 나도 문제없더라." (지난해 5월 CNN 출연)

올해 들어 성추문이 비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쿠오모 형제는 CNN에 나란히 자주 등장했습니다. 동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형이 곧잘 나왔는데요. 형이 책임지는 뉴욕주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인터뷰로 많이 다뤘습니다. 농담으로 웃음을 참다가 결국엔 따라 웃는 형제의 인터뷰는 개그 쇼 같았습니다. 당시 코로나19로 지친 미국인들에겐 이런 만담이 신선하게 다가갔습니다. 사실 방송을 통해 형의 업적을 톡톡히 홍보해주기도 했고요. 그 덕분에 쿠오모 주지사는 한때 대권 주자로까지 몸집을 키우는 듯했습니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형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가 진행하는 뉴욕주 코로나19 일일 브리핑에 모습을 드러낸 동생 크리스 쿠오모 앵커 〈사진=뉴욕주 홈페이지 캡처〉지난해 4월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형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가 진행하는 뉴욕주 코로나19 일일 브리핑에 모습을 드러낸 동생 크리스 쿠오모 앵커 〈사진=뉴욕주 홈페이지 캡처〉

■CNN 간판, 방송 내려놓고 휴가? "형과 통화는 했다"

화면상 이렇게 우애 좋던 형제였는데 형이 사퇴한다는 날 사라진 동생을 미국 언론은 집요하게 쫓았습니다. CNN과는 사이가 썩 좋지 않은 보수 언론 폭스뉴스가 먼저 그를 찾아냈습니다. 이날 폭스뉴스는 "형의 사퇴 기자회견 동안 동생은 네댓 시간을 고속 모터보트를 타고 있었다"며 크리스 쿠오모 앵커의 모습을 단독 포착했습니다.

자신의 뉴스 쇼에서 사라진 뒤 미국 뉴욕시 인근의 휴양지 햄프턴에서 쾌속정을 타며 휴가 중인 모습이 포착된 크리스 쿠오모 앵커 〈사진=폭스뉴스〉자신의 뉴스 쇼에서 사라진 뒤 미국 뉴욕시 인근의 휴양지 햄프턴에서 쾌속정을 타며 휴가 중인 모습이 포착된 크리스 쿠오모 앵커 〈사진=폭스뉴스〉

동생 쿠오모 앵커는 뉴욕시 동쪽의 휴양지인 햄프턴에서 사진에 찍혔습니다. 장기 휴가 중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주중에 매일 하던 방송을 당분간 쉰다는 뜻입니다.
"오늘 형과 통화했느냐"는 폭스뉴스 질문에 그는 "물론"이라고 답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퇴하라고 충고했느냐"는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형에게 계속 충고할 것인지, CNN에서 본인도 조사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직접 사퇴 권고"…성추문 관여 말라는 지침 어겼나

같은 날 뉴욕타임스는 "크리스 쿠오모 앵커가 형에게 직접 사퇴를 권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주 그가 쿠오모 주지사와 주기적으로 통화했다"며 "형의 오랜 우호세력이 등 돌렸고, 소속된 민주당 안에서도 지지가 크게 줄어 형이 정치적 혼란 속에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쿠오모 앵커는 이미 특검 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받은 179명 중 한 명입니다. 그 과정에 형의 성추문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형 본인과 성추문 대응팀에 혐의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조언했다는 것입니다. 언론 발표문도 같이 썼다고 합니다.

아무리 CNN 간판이라지만 쿠오모 앵커도 불안한 상황입니다. CNN은 아직 징계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첫째, 방송에서 형을 언급하거나 이번 스캔들을 직접 취재하지 말 것. 둘째, 형의 성추문 대책회의에 참여하지 말 것", 이 두 가지 사항을 CNN이 그에게 요구했다고 합니다.
지난 5월 형의 비위에 대해 조언한 게 언론 보도로 드러났을 때만 해도 CNN은 쿠오모 앵커를 감쌌습니다. 쿠오모 앵커는 당시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면서 "내 충성심은 가족이 첫째, 직장은 둘째"라고 했습니다. 만약 뉴욕타임스 보도대로 형에게 사퇴를 권한 게 사실이라면, 그의 입지는 좀 더 위태로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언론인으로서 그는 지금 이해 충돌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