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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취향 저격?…여야 대선주자들 웃픈 표심 잡기

입력 2021-08-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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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야 대선주자들이 MZ세대 표심을 잡기 위한 SNS 활동이 한창이지요. 청년층이 선호하는 코드에 맞춘 흥미 위주의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는가 하면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글도 적극적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매년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곤 하지요. 선정된 인물은 그럴싸한 포즈와 표정으로 타임의 표지를 장식하는데요. 매번 특정 인물만 콕 집는 건 아닙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료진들처럼 복수의 인물이나 아예 'You', 당신이라며 불특정 다수를 지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은 불특정 다수를 오늘의 인물로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줌 인이 선정한 오늘의 인물, 바로 MZ세대입니다.

여야할 것 없이 대선 주자들의 MZ세대 따라잡기 행보가 이어지고 있죠. 유튜브부터 인스타그램, 틱톡, 제페토 등 각종 플랫폼을 넘나들며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MZ세대가 정치권에서 화두로 떠오르면서 표심 잡기 경쟁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제가 임의로 유형을 나눠서 설명드리려고 하는데요. 먼저 #부캐형입니다.

[원희룡/전 제주지사 (화면출처 : 유튜브 '희드래곤 H-Dragon') : 댓글에 비정상적으로 좋아요가 순식간에 늘어나고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셨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론 공작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원희봉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부캐', 부캐릭터의 줄임말이죠. 이 부캐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주자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입니다. 원 전 지사는 자신의 부캐로 '원희봉'이란 기자를 택했는데요. 드루킹 사건을 풍자하는 내용의 영상을 원 기자가 보도하는 형식으로 올렸습니다.

[원희룡/전 제주지사 (화면출처 : 유튜브 '희드래곤 H-Dragon') : 저도 킹크랩을 사용해 여론조작,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이제부터 청와대는 제껍니다. 제 마음대로 킹크랩으로 여론조작을 한겁니다.]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 과거 한 방송기자의 유명한 스탠드업 멘트입니다. 소위 '밈(MEME)'을 패러디한 건데요. 타 방송사 영상이라 직접 보여드릴 순 없고 제가 몸소 재연을 해봤습니다.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겁니다.]

바로 이 장면을 따라한 거죠. 차량 담보 대출의 위험성을 알리는 보도였는데요. 원 전 지사의 패러디 영상에선 대상이 차가 아니라 청와대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여론 조작으로 청와대를 훔쳤다는 비판의 메시지를 담은 걸 텐데요. 원 전 지사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매드몬스터'를 패러디하기도 했습니다. 매드몬스터는 두 명의 개그맨이 '부캐'로 만든 아이돌 그룹인데요. 셀카앱으로 얼굴을 과다하게 보정해 웃음을 주는 콘셉트입니다. 복국장처럼 모르시는 정회원 분들은 유튜브에서 영상 한 번 찾아보시길 바라고요. 아무튼 원 전 지사는 매드몬스터를 벤치마킹해 '희드래곤 (H-Dragon)'이란 가수를 부캐로 삼았는데요. 잠시 희드래곤의 영상, 보고 오시죠.

[원희룡/전 제주지사 (화면출처 : 유튜브 '희드래곤 H-Dragon') : 희야~ 안녕 여러분, 오늘 저는 오디션을 보러 왔어요. 아까 보니까 홍이랑 유도 왔더라고요.]

[원희룡/전 제주지사 (화면출처 : 유튜브 '희드래곤 H-Dragon') : 파이팅!!!!! (연습생 스타 선수권 대회 연습생 희드래곤, 이번엔 양궁에 도전합니다. 마지막 결승전만을 남겨놓았습니다. 시간 7,6,5 끝.)]

두번째 유형은 #콜라보입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인데요. 자신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배우 김수미씨와 콜라보로 만든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정 전 총리가 김씨에게 욕쟁이 특별 과외를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유튜브 '정세균TV' : (저한테 욕을 배우세요~) 한 수 배웁시다. (욕으로 가야돼~)]

앞선 영상에서는 김씨가 정 전 총리에게 "털어서 먼지가 안 나오니 사람들이 너무 약오른다고 한다"며 "욕도 좀 하라"고 조언을 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자신의 바른 이미지를 역설적인 방법으로 어필하려는 전략인 듯한데요. 비슷한 연배의 후보들 가운데 유일하게 틱톡을 활용한 주자이기도 하죠. 이런 모습을 적극적이라며 좋게 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애처롭게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홍준표/국민의힘 의원 (6월 3일) : 요즘 내가 참 딱하게 보는 게, 그 정세균 선배 하는 거 쳐다보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되냐.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가 없어요. 어떻게 그걸 내가 딱하게 봤는지…]

사실 홍준표 의원, 말은 이렇게 했지만요. 과거에 앵그리버드와 콜라보 작업을 한 적 있지 않았던가요?

[유튜브 '오른소리' : 제가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국민들이 즐겁다면 더 망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요새 홍 의원은 이런 류의 영상은 자제하고 '엄근진 모드'로 가고 있습니다. 반면 엄근진의 대명사, 이낙연 전 대표는 노선을 갈아탔습니다. 최근 개그우먼 강유미씨와 콜라보 작업을 했는데요. 강씨의 유튜브 채널에는 이 전 대표가 강씨와 함께 전통시장을 찾아 ASMR 먹방을 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시장 먹거리를 함께 먹으면서 이 전 대표가 감상을 덧붙이는 내용인데요. 뻥튀기를 먹으며 "뻥튀기는 맛있지만 정치인의 말은 뻥튀기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정치적 멘트를 가미하는 구성입니다.

자, 이제 세번째 유형으로 넘어겠습니다. #댕냥이입니다. 댕냥이는 개를 뜻하는 '댕댕이'와 고양이를 뜻하는 '냥이'의 합성어입니다. 댕냥이를 키우는 국내 반려인 인구는 15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하죠. 특히 MZ세대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유대감을 SNS에 적극적으로 드러내는데요. 윤석열 전 총장도 이런 MZ세대의 대열에 올라탔습니다. 윤 전 총장은 개 4마리와 고양이 3마리를 키우고 있죠. 반려견 '토리'와 '마리' 등을 주인공으로 한 '토리스타그램'에 반려동물들의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에는 반려견 토리와 침대에 누워있는 이른바 '남친짤'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바로 가수 박진영씨의 셀카를 따라한 겁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고양이 집사인데요. 2002년부터 터키쉬 앙고라 종인 고양이 '민들레'를 키워오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딸의 인스타 계정을 통해 자신의 소소한 일상 뿐만 아니라 반려묘 '민들레'의 사진과 프로필 등도 공개했습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모습은 단지 반려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친근한 느낌을 줄 수 있을 텐데요. 판·검사가 갖고 있는 강경한 이미지를 벗고 소탈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제 대망의 마지막 유형입니다. #애처가인데요.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애처가의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내 김혜경씨의 사진과 함께 스윗한 글을 SNS에 올렸는데요.

[이재명/경기지사 (음성대역) : 사실 아내에게는 말로 다 못할 미안함이 있지요. 꿈 많던 음대생이 온갖 모진 일 마주해야 하는 정치인의 아내로 살기까지 무수히 많은 감내의 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늘 느끼지만 김혜경이라는 사람은 저보다 훨씬 단단하고 결이 고운 사람입니다. (방금까지 배 나왔다고 구박받다가 이런 글 쓰려니 무척 간지럽군요)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아내 없이 국민 삶을 바꾸겠다는 큰 도전에 나설 수 없었을 것"이라는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 이런 로맨틱한 감성글은 MZ세대의 여심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있지만요. 혜경궁 김씨 논란·여배우 스캔들 등 여러 감점 요인을 가족적인 이미지를 통해 만회해보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자, 오늘은 MZ 코드에 맞추려는 정치인들의 SNS 활동을 살펴봤는데요. 정치판에 그만큼 청년층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겠지요. 다만 청년들이 바라는 건 지나치게 유행만 좇는 이미지 정치가 아닐 텐데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정책이나 공약을 청년 세대의 기호에 맞춰 쉽고 재치있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인 듯합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 정리합니다. < 대선 주자들의 웃픈 MZ 표심 잡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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