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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일자리' 안전요원…자격증 없어도 3시간 교육 뒤 배치

입력 2021-08-09 20:17 수정 2021-08-0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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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도 보셨지만, 위험한 물놀이 장소에는 그래서 '안전 요원'이 배치됩니다. 그런데 JTBC 취재결과, 계곡과 하천에 있는 '안전요원' 상당수는 '수상 인명구조 자격증'이 없습니다. 자격증 없이 3시간짜리 교육만 받으면 된다는 건데, 이게 두 달만 일하는 거라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잘 지원하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추적보도 훅, 배승주 기자입니다.

[기자]

남자아이가 들것에 의해 구조됩니다.

또 다른 아이는 바닥에 쓰러져 있습니다.

[괜찮아? 물 많이 먹은 거 같아?]

지난달 12일 경남 함안군 광려천에서 초등학생 3명이 물에 빠졌습니다.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던 이동근 씨가 물에 뛰어들었습니다.

물은 생각보다 깊었습니다. 장마 때 내린 비의 영향으로 수심 2m까지 불어난 겁니다.

수영 경력 12년차인 이씨 조차 아이 3명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이동근/구조자 (수영 경력 12년) : 3명째 구할 때는 체력이 떨어져서 많이 힘들다, 이러다 나도 잘못되는 거 아닌가…]

광려천은 아이들이 즐겨찾는 물놀이 장소입니다.

[여기 다이빙도 할 수 있고 좋아요.]

올해 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안전요원이 배치됐습니다.

그런데 안전 요원은 마을 주민 64살 A씨입니다.

[A씨/64세 (물놀이 안전요원) : 읍에서 (저를) 추천했나 봅니다. 읍에서 공공근로를 한 2년 하다가 일자리가 없어서…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도 다 투입돼 있고…]

사고 당시 500m 하류 다른 물놀이 장소에 있었다고 말합니다.

[A씨/64세 (물놀이 안전요원) : 여기 순간적으로 사고 일어나거든요. 그러니까 알 수가 없죠.]

그런데 A씨는 수상인명구조 자격증도 없습니다.

소방서에서 심폐소생술 등 3시간 교육을 받고 배치됐습니다.

[A씨/64세 (물놀이 안전요원) : 자격증 없지만 위급하면 나름대로 처신해야지 어떡하겠습니까. 로프가 있으니까 로프 던져서 꺼내야죠.]

시민들이 즐겨 찾는 김해시 한 계곡입니다.

이곳에도 물놀이 안전요원이 2명 있는데 2명 모두 수상인명구조 자격증이 없습니다.

그 가운데 1명은 나이가 78살인 B씨입니다.

[B씨/78세 (물놀이 안전요원) : (자격증) 없지만 오랫동안 여기 공원 일을 많이 했거든요. 또 이것도 3년 차거든…]

B씨 역시 소방서에서 3시간 안전 교육을 받고 현장에 배치됐다고 말합니다.

[B씨/78세 (물놀이 안전요원) : (심폐소생술) 실습할 때 소방관이 직접 실습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곳 뿐만이 아닙니다.

함안군 여항면 한 계곡에도 78살 주민이 물놀이 안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창원과 창녕에선 비슷한 나이대인 75살 주민이 안전요원으로 배치됐습니다.

물놀이 안전요원은 7월과 8월 두 달만 일하는 단기 일자리입니다.

자격을 갖춘 사람이 지원을 하지 않는 겁니다.

[함안군 관계자 : 솔직히 군 단위에서 두 달간 근무를 하다 보니까 보통 저희가 공고 채용을 내도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사실 이장님이나 아시는 분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죠.]

임시 방편으로 주민을 배치하다 보니 제대로 된 자격자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경남의 경우 안전요원 313명 중 31명만 수상인명구조 자격증을 갖고 있습니다.

10명 가운데 1명만 있는 겁니다.

전국의 다른 하천이나 계곡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지난달 부산 도심 계곡에선 고교생이, 지난해 창원 진전천에선 초등생이 안전요원이 배치됐는데도 물에 빠져 숨졌습니다.

최근 5년간 물놀이를 하다 숨진 사람은 158명입니다.

이 중 하천과 계곡 등 내수면 사고가 가장 많습니다.

안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화면제공 : 경남소방본부)
(영상디자인 : 최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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