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가 검찰의 피의사실공표 관행을 바꾸겠다며 일선 검찰청에서 내사에 착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지만, 기준이 모호해 조사권이 남용되고 권력형 비리 사건 등에 대한 언론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법무부는 지난달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 정보를 유출했단 의심이 들면 각 검찰청 인권보호관이 내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법무부 훈령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대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오는 9일까지 이같은 내용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 개정안에 대한 일선 청의 의견을 모아달라고 했습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각 검찰청의 인권보호관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수사 정보 유출에 대한 내사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공보관이 아닌 사람이 언론에 의도적으로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검사 또는 수사관이 담당 사건과 관련해 본질적인 내용에 해당하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출했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입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14일 "공식적 공보범위를 확대하고 밀행적 유출행위 조사해 알 권리와 인권 보호의 조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선에선 적지 않은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의도적으로 정보를 유출했다'는 기준이 모호해 조사권이 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 지방검찰청의 부장검사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유출했다는 기준은 추상적"이라며 "조사권이 남용되면 수사팀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검사들이 조사 업무에 응하느라 수사에 소홀해질 수 있고, 자의적 판단에 따라 내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여기에 수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공보 업무 경험이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내사 착수 기준이 모호해 오히려 제도의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며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다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공보 업무를 하는 인권보호관 역시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어 모순"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이같은 일선의 우려에도 법무부는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의견 수렴이 끝나면 절차대로 개정을 진행할 것"이라며 "8월 중으로 개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