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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범' 발언에 감정싸움 격화…합당은 산으로?

입력 2021-08-0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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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간 신경전이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오늘(5일)은 일본군 전범 이야기까지 나왔는데요. 관련내용을 '줌 인'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4일 동안 18개, 무슨 숫자냐고요. 누군가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 수입니다. 하루 평균 4.5개인데요. 진정한 헤비유저라고 할 수 있겠죠.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JTBC '정치부회의' 알쓸인잡 / 지난달 12일) : 저는 인스타 페이스북은 살면서 한번도 남이 해준 적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번에 전당대회 연설 같은 것도 제가 다 썼고 지금 제가 하여간 메세지는 전부 다 제가 쓴 거죠.]

그렇습니다. 줌 인이 선정한 오늘의 첫번째 인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인데요. 저 18개의 게시물 가운데 절반인 9개는 다 동일인 1명을 겨냥한 글이었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어제 / 화면출처: 유튜브 '중앙일보'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 서로 존중하면서 이 (합당) 과정이 잘 마무리가 돼야지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야권 지지층이 넓혀져서 정권교체의 확률이 높아가는 것인데, 지금 제가 제일 큰 우려가 지금 그러고 있지 않아서요.]

줌 인이 선정한 두번째 인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입니다. 양측의 합당 줄다리기가 이제는 당 대표간 감정싸움으로 흐르는 양상인데요. 지난 며칠 간의 언쟁을 한 번 쭉 풀어볼까 합니다. 싸움의 출발점은 이 대표의 휴가였습니다.

[안혜진/국민의당 대변인 (음성대역) : 합당 시한을 일방적으로 정하여, 그것도 자신의 휴가 일정을 이유로 통보하는 모습에서 합당의 진정성을 찾기 어렵습니다. 제1야당 진정성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볍고 포용성의 크기는 벼룩의 간만큼 작아 보이는 것은 비단 국민의당 당원들만의 느낌이나 시각은 아닐 것입니다.]

이 대표가 자신의 휴가 일정을 언급하며 그 이후에는 협상의 문이 사실상 닫힐 수 있다고 예고했었죠. 합당 협상을 할 거면 내가 휴가를 떠나기 전에 하라고 압박한 게 도화선이 됐습니다. 국민의당은 제1야당 대표가 고압적인 자세로 갑질을 한다고 반발했는데요. 이 대표는 그래도 휴가는 간다고 못 박았죠.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지난 2일) : 저는 휴가는 예정대로 갈 것이고요. 제가 반문했던 것처럼 휴가 안 가면 합당하겠단 얘기라면 언제든지 받아들이겠습니다. 만약에 이준석이 휴가 때문에 또 합당을 안 하는 것이라고 하면 그것도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입니까. 이번 주에 하기 싫은 합당이 다음 주에 하고 싶어지는 것도 무슨 논리이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도 아니고 휴가가 먼저냐 합당이 먼저냐 논쟁인데요. 신경전에 불을 지핀 건 이 대표지만 사실 기름을 부은 건 국민의당이었습니다. 합당 실무협상단인 김윤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이 SNS에 적은 한 마디 때문인데요.

"국운이 걸린 정권교체를 앞에 두고 제 분수를 모르고 제멋대로 장난질하는 철부지 애송이를 제압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철부지 애송이', 이준석 대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대표도 이때부터는 감정 조절이 어려워졌나 봅니다. 유명한 미드의 한 장면으로 맞받아쳤는데요.

[JTBC '정치부회의' (어제) : '이준석을 당대표가 아닌 철부지 애송이로 보니까, 정상적인 답변이 안 나오는 것 아니겠냐' 이렇게 응수했습니다. 명작으로 꼽히는 미국 드라마죠.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한 장면을 인용해서 'We salute the rank, not the man' 그러니까 우리는 계급에 경례하지,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까지 했습니다.]

저도 상당히 감명 깊게 봤던 드라마인데요. 경례를 요구한 윈터스 소령, 원래는 소블 대위의 부하였습니다. 하지만 윈터스 소령이 여러 차례 전공을 세우면서 특진을 거듭하죠. 그러면서 상관이었던 소블 대위보다 먼저 소령 계급장을 달게 된 겁니다. 이 대표가 이 영상을 언급한 이유, 자신은 더 이상 애송이가 아니라 이제는 윈터스 소령같은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 재차 합당에 응할지 말지를 'Yes or No'로 답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어제) : 언제까지 이런 예스, 노 답변을 회피하면서 갈 것인지, 그 와중에 또 상대당 대표에 대해서 철부지라 그러지 않나 뭐 이런 비하적인 발언들 참 안타깝습니다. (안철수 대표의 독자 출마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그건 국민의당의 사정입니다. 전혀 협박으로 느껴지지도 않고 저는 뭐 본인들 하고 싶은 대로 하시고요. 계속 반복해서 묻습니다. 예스입니까 노입니까.]

자, '휴가'에서 시작된 신경전은 '애송이'를 거쳐 이제 'Yes or No'까지 왔습니다. 진화에 나설 줄 알았던 안철수 대표는 오히려 확전을 택했습니다. 이 대표는 '윈터스 소령'이 아니라 '야마시타 중장'이라고 되받은 겁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어제 / 화면출처: 유튜브 '중앙일보'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 2차 대전 때 일본이 싱가포르를 침략했잖아요. 그때 싱가포르는 영국이 점령하고 있었거든요. 양쪽의 장군들끼리 이제 담판을 벌였습니다. 그게 아마 야마시타 중장이었을 겁니다. 근데 그때 이 야마시타 중장이 했던 말이 '예스까 노까' 항복할래 말래?]

이 대표의 'Yes or No' 공세가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장군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입니다. 윈터스 소령은 미군의 영웅이지만 야마시타 중장은 전범인데요. 이 대표, 정말 열이 올랐나 봅니다. 공개석상에서 안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 상대를 일본 전범으로 연상했다는 것은 정상인의 범주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답변입니다. 제발 좀 정상적인 대화를 당 대표 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준석에게서 일본군 전범이 연상된다고 하면은 국민의힘은 그렇다면 2차 대전 때 일본군 정도 된다고 인식하는 것입니까? 상식을 벗어나는 발언입니다. 사과하십시오.]

안 대표가 비정상이라는 걸까요? 사실 이 대표, 과거 안 대표에게 더 심한 말을 했던 적도 있지요.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6월 1일) : 제가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 했던 발언은 사석에서의 발언이었고, 안철수 대표가 그렇게 하면은 'ㅂㅅ' 되는 거지, 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안 대표를 향해 김종인, 이준석류는 다른 사람처럼 시간끌기 전략에 넘어갈 정도로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는 취지의 말도 했는데요. 이 대표가 갑자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소환한 이유는 뭘까요? 저는 문뜩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 야권 단일화 국면에서 벌였던 안철수·김종인의 기싸움이 떠올랐는데요. 박 마커의 '슬기로운 과거탐구생활' 시작합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3월 17일) : 김종인 위원장님의 사모님이 제 아내와 이름이 같습니다. 그리고 또 정치적인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도 여의도에 많이 퍼져 있습니다. 혹시 그분과 착각해서 그러신 거 아닌가. 그런 해석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혹시 그 말을 한 사람이 자기 당의 위원장을 디스 한 거 아닌가…]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그 사람(안철수 후보)은 내가 보기엔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같아.]
 그래서 혹시 그 말을 한 사람이 자기 당의 위원장을 디스 한 거 아닌가…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그 말씀 하셨잖아요.) 그러면 안 되죠. 잘리겠네요 곧.]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3월 18일) : 그 사람(안철수 후보)은 내가 보기엔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 같아.]

안철수 후보와 오세훈 후보 측이 단일화 방식을 놓고 협상을 벌이던 시기였습니다. 협상이 잘 안 풀리니 안 대표가 오 후보 뒤에 상왕 김종인이 있다고 지적하며 불만을 토로했죠. 당시 오세훈 캠프 뉴미디어본부장이었던 이 대표는 안 대표의 뒤에는 아내인 김미경 교수가 상황제처럼 버티고 있다고 맞불을 놨었고요. 안 대표는 동명이인인 김 전 위원장의 아내를 말하는 거 아니냐고 맞섰는데요. 그러다 김 전 위원장에게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란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이번 합당 협상도 지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협상 시즌2가 되는 느낌이죠. 감정 싸움이 격화되면서 대표끼리 난타전을 벌이는 형국입니다. 이제 슬슬 수습해야 8월말 경선 시작 전 합당을 마무리할 수 있을 텐데요.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어제 / 화면출처: 유튜브 '중앙일보'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 (국민의당은) 보통 지지율이 7~8% 정도 나오는 3위 정당이고요. 7~8% 국민들에, 지지층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지층이 마음을 상해버리면 이게 전혀 시너지가 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지지층의 마음을 걱정하기 전에 이미 자신들의 마음부터 상해버린 상황인데요.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는 게 우선일 듯하군요. 두 사람의 갈등, 어떻게든 봉합될지 아니면 이대로 합당은 유야무야가 될지 결말이 궁금해집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 정리합니다. <안철수-이준석 감정 싸움 격화…합당은 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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