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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니즈 타이페이에 금메달 뺏겼다"…불붙은 '양안 갈등'

입력 2021-08-03 17:22 수정 2021-08-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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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배드민턴 남성복식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대만 리양-왕지린 선수. 〈사진=연합뉴스〉지난달 31일 배드민턴 남성복식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대만 리양-왕지린 선수.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금메달이 중국과 대만 사이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현지시간 1일, 뉴욕타임스)
“금메달이 중국과 대만의 수십 년 된 타협안에 다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현지시간 2일, 가디언)

외신들은 도쿄올림픽에서 일어난 중국과 대만의 갈등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올림픽에서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 대만 승리에 중국 “그래봐야 대만 메달은 중국의 것”


 
 금메달을 딴 뒤 "메달을 조국에 바친다"고 한 대만의 리량 배드민턴 선수. 〈사진=연합뉴스〉 금메달을 딴 뒤 "메달을 조국에 바친다"고 한 대만의 리량 배드민턴 선수. 〈사진=연합뉴스〉

시작은 지난달 31일 배드민턴 남자복식 결승전이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대만의 리양과 왕지린이 중국의 류이천과 리준쥔후를 2대 0으로 꺾고 금메달을 땄습니다. 금메달을 딴 뒤 리량 선수는 페이스북에 “메달을 나의 조국에 바친다”고 소감을 밝혔는데요.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우리나라의 첫 번째 배드민턴 금메달”이라며 추켜세웠습니다.

그런데 중국 네티즌들이 반발했습니다. “우리의 금메달을 빼앗아 갔다”고 말이죠. 일부 중국인들은 “대만 선수들의 옷에 '차이니즈 타이페이'라고 적혀 있다”며 “그러니 실제로 저 금메달은 중국의 메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대만이 중국의 속국이나 다름 없으니, 대만의 메달도 곧 중국의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이를 두고 미국 폭스뉴스는 현지시간 2일 “금메달 딴 대만 선수들은 배신자라는 비난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 민족주의가 주변국의 메달을 빼앗는 무기로 쓰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대만 선수 응원한 연예인도 수모…"중국 광고 하차"


 
대만 선수를 응원한 뒤 4개 광고 브랜드로부터 하차 통보를 받은 쉬시디. 〈사진=쉬시디 인스타그램〉대만 선수를 응원한 뒤 4개 광고 브랜드로부터 하차 통보를 받은 쉬시디. 〈사진=쉬시디 인스타그램〉

경기에 나선 선수들만 수모를 겪고 있는 게 아닙니다. 대만 선수를 응원한 연예인에게도 불똥이 튀었는데요. 대만 연예인 쉬시디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중국과 결승전에서 맞붙은 대만 배드민턴 선수 다이쯔잉을 응원했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을 전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쉬시디는 광고 모델을 맡고 있던 4개 중국 브랜드에서 순식간에 잘렸다”고 보도했습니다.

패션잡지 엘르(ELLE) 역시 중국 네티즌에게 '테러'를 당했습니다. 배드민턴 남자복식 결승전 얘기로 돌아가 대만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자 엘르는 페이스북을 통해 “리양과 왕치린이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서 대만에 영광을 안겼다. 국가적으로 축하할 만하다”고 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전했습니다. 그러자 중국 네티즌들은 엘르가 대만을 '국가'로 인정했다며 반발했습니다. 결국 엘르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 1981년부터 '차이니즈 타이페이'…다음 올림픽에선?

 
 올림픽 경기마다 대만이 국기 대신 사용하고 있는 오륜기(가운데).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경기마다 대만이 국기 대신 사용하고 있는 오륜기(가운데).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대만은 왜 올림픽에서 '타이완(Taiwan)'이 아닌 중화민국, 즉 '차이니즈 타이페이(Chinese Taipei)'라는 명칭을 쓰고 있을까요? 여러 경기를 지켜보면서 눈치 채신 분도 있겠지만, 대만 선수들의 옷에도 '차이니즈 타이페이'의 줄임말인 'TPE'라고 적혀 있습니다. 대만은 1981년부터 이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이 대만을 독립적인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대만 선수들이 올림픽을 나가려고 만든 일종의 타협안입니다. 이런 이유로 대만은 올림픽에서 국기는 물론 국가도 쓸 수 없습니다.

외신들도 이번 양안 갈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ABC뉴스는 현지시간 2일 중국 네티즌의 반응을 놓고 “대만을 고립시키려는 중국의 캠페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같은 날 영국 텔레그래프는 “왜 서방 국가들은 대만 말살에 공조하고 있냐”고 꼬집기도 했는데요. 논평을 통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롯해 BBC 등 일부 언론에서는 여전히 '차이니즈 타이페이' 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가디언은 “대만 안에서 '차이니즈 타이페이'라는 명칭을 바꾸자는 기고문과 게시물, 여론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과연 2024년 파리올림픽에선 '타이완'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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