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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남 피살 다큐 '암살자들' 감독 "두렵고 힘들어…韓반응 궁금"(종합)

입력 2021-07-29 10:04 수정 2021-07-2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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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남 피살 다큐 '암살자들' 감독 "두렵고 힘들어…韓반응 궁금"(종합)

미국인의 시각에서 북한 '김정남 암살사건'을 추적한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한다.

영화 '암살자들(Assassins·라이언 화이트 감독)이 우여곡절 끝 국내 관객과 만난다. '암살자들'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두 여성에 의해 피살당한 사건을 재구성한 다큐멘터리다.

제30회 선댄스영화제(2014)에서 '더 케이스 어게인스트 8'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라이언 화이트 감독의 네번째 영화로, '암살자들'이 최초 공개된 자리도 지난해 치러진 36회 선댄스영화제였다.

'암살자들'은 12월 미국에서 소규모로 개봉해 로튼토마토 신선도 98%, 팝콘지수 94%를 획득하기도 했다. 이후 국내 개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술영화 불인정'을 통보해 반박을 받았고, 재심을 통해 6월 30일 예술영화 인정이 최종 결정됐다.

당시 수입·배급사 더쿱·왓챠를 비롯해 제공사 kth 측은 '암살자들'에 대해 "김정은 암살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암살에 연루된 두 여성의 관점에서 제작된 영화다"며 "인권이라는 본연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달 12일 개봉을 앞두고 국내에서도 28일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암살자들' 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직접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국 개봉에 감회가 남다른 모습이었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게 돼 기쁘다"고 인사한 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한국 분들은 미국 사람들에 비해 해당 내용에 대해 더 많이 접하고 익숙할 것 같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3개 국가를 넘나들며, 총 3년간의 취재와 2년이 넘는 긴 재판의 과정을 지켜봤다. 암살사건이 일어난 곳이자 재판이 진행된 말레이시아와 용의자로 지목된 두 여성의 국적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났다.

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암살자들' 기획 계기에 대해 "사건이 일어났던 2017년 2월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 있었다. 피살과 두 여성의 연루 등 큰 사건이었지만 짧은 기간 주목받고 사라졌다"고 언급했다.
 
北김정남 피살 다큐 '암살자들' 감독 "두렵고 힘들어…韓반응 궁금"(종합)

北김정남 피살 다큐 '암살자들' 감독 "두렵고 힘들어…韓반응 궁금"(종합)
'암살자들'은 김정남 피살이라는 결과를 토대로 두 여성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의 삶을 주목한다. 이들은 대낮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대범한 암살을 벌여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문제는 정작 본인들은 "몰래카메라 쇼의 일부라 생각했다"는 것. 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영화의 궁극적 질문은 '그 여성들은 대체 누구인지, 암살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어떻게 사건의 일부가 됐는지' 여부다"고 설명했다.

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일단 여성들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다루는 것 부터 다큐멘터리로서 이야기 할 거리가 된다고 생각했다. 명확한 답은 내리지 못해도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매력적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엔 당연히 북한 체제에 공조한 공작원이라 생각했다. 그들도 손으로 얼굴을 만진 행동으로 김정남이 죽은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후 과정은 미스터리다. 이 사람들의 본질에 대해서 더 주목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두 여성들의 변호를 맡은 다섯 명의 인물들은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기나긴 재판을 함께한다. 감독은 2년간 매달 한번씩 진행된 말레이시아 재판에 꾸준히 참여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북한 출신 용의자 여덟 명이 있었다'는 충격적인 내막이 드러나게 된다.

암살 당일까지 철저하게 여성들을 조종하며 리허설까지 감행한 여덟 명의 용의자들은 김정남의 사망 이후 실체를 감췄다. '암살자들'은 '김정남 암살사건'이 그야말로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완벽한 시나리오와 연기, 연출에 의해 완수된 프로젝트임을 강조한다.
 
北김정남 피살 다큐 '암살자들' 감독 "두렵고 힘들어…韓반응 궁금"(종합)

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처음 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는 여성들이 '유죄'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몇 년간 취재를 하며 '무죄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감독은 페이퍼 자료, CCTV, DVD 영상 등도 세밀하게 분석했다.

또 "당시 말레이시아에서는 (두 여성이) 교수형에 처할 수도 있었던 분위기라 우리도 난처했다. 근데 시티가 석방됐고 비슷한 시기 도안도 석방됐다. 내 인에서 가장 놀랐던 순간이다. 아무도 예상 못했고 터닝 포인트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그들이 정말 사형 됐다면 영화가 개봉이나 할 수 있었을까 싶다"며 미소지은 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북한의 반응이나 답변은 없었다. 그러나 이전 패턴들을 봤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충분히 이 영화를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나는 이후로 절대 북한 관련 후속작을 만들 생각이 없다"고 단언하며 "영화를 제작하면서 가장 두렵고 힘들었던 순간을 겪었고 미국 개봉도 굉장히 어렵게 진행됐다.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누군가 김정남 아들에 대한 다큐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며 "난 이 영화를 만들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까지 지정학적으로 정치적인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에서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 김정은이라는 존재도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관객들은 두 여성의 삶에 조금 더 집중해 주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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