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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방법:재차의' 수동적 여성상 깨부순 것 만으로도…

입력 2021-07-25 09:02 수정 2021-07-2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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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방법:재차의' 수동적 여성상 깨부순 것 만으로도…
| 드라마에서 영화로 '방법:재차의' 리뷰
| tvN '방법' 세계관 영화화…연상호 작가·엄지원·정지소 재회
| 독특한 발상·신선한 소재 흥미 vs 1차원적 단순 전개 아쉬움

출연: 엄지원·정지소·정문성·김인권·권해효·오윤아·이설
감독: 김용완
장르: 미스터리·스릴러
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9분
한줄평: 이제 그만 죽여줘
팝콘지수: ●●◐○○
개봉: 7월 28일
줄거리: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미스터리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

 
[리뷰] '방법:재차의' 수동적 여성상 깨부순 것 만으로도…

세계관 확장에 맛들였다.

연상호 감독의 좀비 세계관을 일컫는 '연니버스'의 한 축이 된 '방법' 세계관이 스크린까지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2월 tvN에서 방영돼 브라운관 속 새 장르물을 개척하며 각광받은 '방법'이 영화 '방법: 재차의'로 이야기를 잇는다.

애초 스크린에서 소개된 연상호 감독의 전작 '부산행' '반도'와 달리 '방법'은 연상호 감독이 작가로 참여한 작품. 드라마 '방법'을 선보이기 전부터 '방법' 세계관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연상호 감독은 매체를 넘나들며 판을 키우고 있다.

'방법' 세계관은 한자 이름·소지품·사진 세 가지로 상대방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 방법과 이를 지휘하는 방법사를 주요 소재로 흥미를 높였다. 영화는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在此矣)'라는 새 캐릭터를 등장시켜 차별화를 꾀했다.
 
[리뷰] '방법:재차의' 수동적 여성상 깨부순 것 만으로도…

드라마를 이끈 엄지원과 정지소는 그대로 자리를 옮겼다. 엄지원은 신문사를 그만두고 현재 독립뉴스 채널 도시탐정을 운영하는 전직 사회부 기자 임진희. 정지소는 3년 전 자신의 몸에 악귀를 가두고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백소진으로 등장한다.

'방법: 재차의'는 다양한 이유로 세계관의 중간다리,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정체성을 예비 관객들에게 명확히 각인시킬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스토리는 100% 이해할 수 있지만,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단독 영화로의 가치는 아쉽게도 물음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운명을 함께 하게 된 여름시장에 충무로에서 보기 힘든 여성 캐릭터 중심의 작품으로 출사표를 던지게 됐다는 점은 '방법' 세계관의 존재 이유를 응원하게 한다.

'재차의' 재롱잔치


 
[리뷰] '방법:재차의' 수동적 여성상 깨부순 것 만으로도…
[리뷰] '방법:재차의' 수동적 여성상 깨부순 것 만으로도…

결과적으로 재차의라는 소재를 탄생시킨 것이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스크린이라는 큰 화면에서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 한눈에 보인다. 다채로운 콘텐트로 인해 한국형 좀비마저 익숙해진 상황에서 기존 좀비와 차별성을 꾀하는 재차의는 분명 흥미롭다.

재차의는 조선 중기의 고서 '용재총화'에 등장하는 존재로, 손과 발이 검은색이고 움직임은 부자연스럽지만 사람의 말을 그대로 할 줄 안다고 전해지는 한국 전통 설화 속 요괴의 일종이다.

'방법: 재차의'에서는 누군가의 저주나 조종으로 움직이는 되살아난 시체로 활용됐다. 재차의를 관리하는 누군가는 '두꾼'으로 설명되며, 이로 인해 한국 토속 신앙을 다뤘던 드라마에서 동아시아까지 범위를 확대시키는 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영화의 궁극적인 주인공이 재차의다 보니 방법과 방법사보다 재차의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두꾼이 더 눈에 뛸 수 밖에 없다. "방법사 백소진 귀환 프로젝트"라는 주 목적을 위한 과정이자 발판을 촘촘히 쌓은 것에 비해 클라이맥스는 힘이 덜하다.

3개월 전 사망한 인물이 바로 어제 발생한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희귀 상황으로 포문을 여는 '방법: 재차의'는 라디오에 출연한 임진희 기자가 방송 도중 걸려온 전화를 통해 "내가 살인사건 범인이고,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요청을 매개체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경찰의 삼엄한 경비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생방송 인터뷰에 나선 인물은 "앞으로 세 번의 살인이 더 발생할 것이다"는 예고와 함께 시간과 살해되는 인물의 실명까지 정확하게 언급한다. 이는 조회수에 집착하는 도시탐정 온라인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의심은 가지만 무조건적으로 믿을 수도 없다. 경찰은 온갖 방법을 총동원해 살인을 막으려 하지만 오로지 목표 하나만 노리는 재차의는 안하무인 그 자체다. 이 과정에서 좀비와 다른 재차의만의 성질이 힘있게 보여지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재차의는 좀비처럼 빛이 무서워 밤에만 움직이지도 않고, 흐느적거리며 생명이 붙어있는 온갖 생물체에 무작정 달려들지도 않는다. 운전도 할 줄 알고 100여 명이 한꺼번에 나타나 훈련된 군인처럼 일사분란한 공격도 마다하지 않는다. '조종' 당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리뷰] '방법:재차의' 수동적 여성상 깨부순 것 만으로도…
[리뷰] '방법:재차의' 수동적 여성상 깨부순 것 만으로도…
[리뷰] '방법:재차의' 수동적 여성상 깨부순 것 만으로도…

영화는 재차의가 왜,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상세하게 전달해 관객들을 설득시키려 한다. 문제는 원인과 이유가 공개될 수록 특이점이 사라진다는 것. 사연도, 빌런도, 반전도 재차의 만큼의 임팩트는 없다. 재차의의 비슷한 움직임도 점점 지루하다.

기존의 좀비물과 확연하게 다른 것은 맞지만, 다름이 재미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방법: 재차의'는 여러 갈래로 뻗어있는 연니버스 가지에 또 하나의 열매가 달렸다 정도의 싱거움이 크다. 영화적으로는 '부산행' 보다 약한 '반도' 보다도 단순하다.

재차의의 공격을 받는 '제약회사' 빌런들은 한국 영화의 전형성에서 한톨도 벗어나지 못한다. 세대교체를 추진해 더 못되고 더 인정머리 없이 관객들을 울화통 터지게 만든다는 것 정도가 끝이다. 기승전결의 흐름은 1차원적이다.

그러나 단순 포맷을 넘어 재차의를 조종하는 두꾼, 이발 빠진 호랑이를 조종하는 신흥 빌런의 기싸움은 현실에서의 있는 자와 없는 자를 대변하며 연상호 감독 작품 특유의 메시지를 엿보이게 한다.

진심어린 사과 한 번이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어렵다. 허상이 될 수도 있었던 재차의를 결국 누가 만들어낸 것인지, 그들의 반란, 복수, 시위가 총질 한방에 무너질 수 없는 이유를 바라봐야 하는 시선은 꽤 씁쓸하다.

또한 '방법: 재차의'는 그간 남성 중심으로 많이 그려졌던 장르물과 좀비물을 여성 캐릭터들에게 맡겼다. 조직을 떠난 기자 임진희는 훨씬 주체적이고 진취적이며, 방법사 백소진은 다크한 매력의 걸크러시를 뽐낸다. 빌런의 자리까지 영리한 여성에게 넘겼다.

재차의 군단에 기존 캐릭터와 새 캐릭터 등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어수선한 것은 단점이지만, 그 중 엄지원·정지소·오윤아·이설 등 배우들의 존재감은 뚜렷한 빛을 발해 흡족하다. 캐릭터 설정 덕도 있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노력이 스크린을 뚫고 나온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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