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을 하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사진=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코로나19 사태 1년 반 동안 매일같이 언론에 모습이 나오고 이름이 언급되는 우리나라의 이른바 '방역 수장'입니다. 이분들, 평소엔 식사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는지 업무추진비가 공개되자 큰 화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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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이 도넛 5000원어치 결제 내역도 정은경 청장은 지난달 업무 추진비로 399만5400원을 썼습니다. 언뜻 많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같이 먹은 사람을 세보니 251명입니다. 1인당 1만6000원이 쓰인 셈입니다. 식사를 32회 했으니 한 번에 7명 정도씩같이 먹은 것인데요. 대부분이 업무 회의를 전후해서 함께 먹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6월 16일엔 국회 출석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정 청장이 서울역 안의 제과점에서 도넛 5000원어치를 구매한 내역이 나옵니다. 함께 한 사람이 5명. 인당 1000원짜리 1개씩만 사 먹은 겁니다.
정은경 청장의 6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질별관리청 제공〉 물론 매끼를 도시락으로 해결한 것은 아닙니다. 한정식집이나 초밥집도 갔습니다. 그런데 이 때도 3만 원은 넘기지 않았습니다. 1인당 가장 비싸게 먹은 음식은 6월 18일, 회의 후 11명이 한정식집에서 28만5000원을 쓴 겁니다. 1인당 2만5900원꼴입니다.
이른바 '김영란법'이 정한 한도의 절반밖에 쓰지 않은 것도 그렇지만 모든 식사를 '포장'해서 먹었다는 것도 눈길을 끕니다. '본도시락', '한솥도시락', '김밥타운' 등 이름만 들어도 메뉴가 떠오르는 익숙한 식당들도 보입니다. 정 청장이 이렇게 음식을 포장해서 먹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몸에 밴 습관입니다. 포장을 해와서도 식사는 따로 한다고 합니다. 한순간 방심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는 '방역 수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입니다.
혹시나 6월만 조금 쓴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3개월 치를 봤습니다. 4월과 5월 역시 모든 메뉴는 포장이었습니다. 5월은 25차례 362만 원, 회의가 많았던 4월엔 40차례 580만 원을 썼습니다. 내역은 모두 비슷비슷합니다.
브리핑을 하고 있는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 〈사진=연합뉴스〉 ■ 권준욱, 6월 업무추진비 15만9000원 사용 혹시 정은경 청장이 '특별 케이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권준욱 국립보건원장의 내역도 살펴봤습니다. 이름은 생소할 수 있지만, 방대본 브리핑을 통해 자주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에 얼굴은 익숙하실 겁니다.
그런데 권 원장은 6월에 쓴 업무추진비가 다 합쳐서 15만9000원입니다. 그나마도 고속도로 휴게소와 KTX 오송역에서 썼습니다.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따스한 봄날에'라는 카페에서 무려(?) 8만 7000원을 쏜 게 가장 큰 액수였습니다.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방역 수장'만 공개되는 것도 아니고 또 특정한 달에만 알려지는 것도 아닙니다. 각 부처 홈페이지에 매달 사용내역이 올라옵니다. 4차 대유행이 절정으로 치닫는, 모두가 힘든 시점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방역 수장'의 '짠 내 나는' 업무 추진비. 여준성 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방역 당국에 힘내라는 격려 한마디씩 부탁드린다. 최선을 다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