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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장마', '최장 장마' 이어 '소나기 장마'…강한 소나기 주의

입력 2021-07-15 10:28 수정 2021-07-1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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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2일 대구에 쏟아진 시간당 50mm 이상 강도의 소나기 〈제보= 이성민〉지난 7월 12일 대구에 쏟아진 시간당 50mm 이상 강도의 소나기 〈제보= 이성민〉
장마철이지만 주룩주룩 내리는 일반적인 장맛비를 좀처럼 보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곳곳에 강한 소나기가 쏟아지고 그치는 날만 이어지고 있는데요. 예년에 비해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장마가 오긴 온 건가 싶은데, 곧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8년 '마른장마'와 2020년 '최장 장마'에 이어 올해 장마도 일반적이지가 않습니다. 잦은 소나기와 이어지는 폭염, 그리고 열대야까지. 보통 장마가 끝나고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우리나라를 뒤덮으면 찾아오는 현상들이 장마 기간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최근 나타나고 있는 폭염과 열대야 현상을 보면, 장마가 끝난 거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장마가 끝나지 않았는데 끝난 것과 같다는 것이 말장난 같지만, 매우 이례적인 저기압의 접근이 이런 현상을 만들었습니다. 아래 일기도에서 저기압이 티베트 고원 쪽에서 점차 중국 베이징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기상청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분석하는 저기압의 이러한 이동은, 마치 우리나라를 북태평양 고기압이 뒤덮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쪽으로 덥고 습한 공기를 아주 강하게 끌어 올렸기 때문입니다.

7월 11일~13일 상층 일기도. 붉게 표시한 부분은 덥고 습한 공기의 영역으로 13일 우리나라를 완전히 덮은 것을 볼 수 있다. 〈출처=기상청〉7월 11일~13일 상층 일기도. 붉게 표시한 부분은 덥고 습한 공기의 영역으로 13일 우리나라를 완전히 덮은 것을 볼 수 있다. 〈출처=기상청〉


하지만 이 '가짜' 북태평양고기압은 저기압이 약해지면서 함께 사라지고, 다음 주 초에 '진짜'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로 확장하면서 장마가 끝날 전망입니다. 이러한 이례적인 현상 때문에 장마가 끝난 후의 날씨에서 장마 끝날 무렵의 날씨, 그리고 다시 장마가 끝난 후의 날씨로 순서가 뒤틀려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올해 장마는 시작부터 특이했습니다. 평년 장마 시작일이 제주는 6월 19일, 남부는 6월 23일, 중부는 6월 25일인데 올해는 이보다 8~14일 뒤인 7월 3일에 전국에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전국이 7월에 장마가 시작된 건 1973년 이후 39년 만이고, 7월에 '동시에' 시작한 건 역대 처음입니다.

7월 3일~14일 일별 누적 강수량 〈출처: 기상청〉7월 3일~14일 일별 누적 강수량 〈출처: 기상청〉
7월 3일 장마 시작부터 어제까지의 총 누적 강수량 〈자료: 기상청〉7월 3일 장마 시작부터 어제까지의 총 누적 강수량 〈자료: 기상청〉


장마가 시작한 7월 3일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이후에는 주로 남부지역에 폭우가 내렸는데요. 하지만 7월 9일 이후에는 전국 곳곳 좁은 지역에 비가 내렸습니다. 강한 소나기가 전국 곳곳에 내린 겁니다. 아래 그림은 장마 시작부터 어제까지의 총 누적 강수량입니다. 보라색은 110~180mm, 붉은색은 180~700mm의 비가 내린 것을 의미합니다.

초반에 내린 폭우 탓인지 남부 지역, 그중에서도 전남과 경남 지역에 짙은 붉은색으로 400mm가 넘게 내린 지역이 많습니다. 반면 수도권은 대부분 90mm 내외로 상대적으로 적게 내렸고, 이 때문에 수도권에 사는 분들은 장마철이라고 느끼기 더욱 어려웠을 듯합니다. 최근 기상청이 낸 통계를 보면, 7월 3일부터 12일까지 중부에는 131.9mm, 남부에는 268.9mm, 제주에는 110.7mm가 내렸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남부지역에 2배 넘는 비가 쏟아진 겁니다. 장마 기간 동안 실제 소나기가 많이 내리기도 했지만, 장맛비의 모습도 마치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리고 그치는 소나기 같았습니다.

올해 장마철에는 유독 소나기가 자주 내렸습니다. 상층의 차고 건조한 공기의 영향 때문인데요. 일반적으로 장맛비는 '장마전선 상에서 내리는 비'로 정의됩니다. 하지만 올해처럼 소나기와 국지성 호우 같은 다른 형태의 비가 주로 내리거나, 장맛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등 장마의 형태가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기상청 브리핑에서 우진규 예보분석관은 “장마의 형태가 예전 고전적인 형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앞으로는 더욱더 이상한 형태로 또는 우리가 알고 있지 않은 형태로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정체전선 (장마전선)에 의해 내리는 비가 장마철에 내리는 비'다 이 정의는 거의 사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과학적으로라도, 또 장마라는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도 장마철과 장맛비의 정의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한 겁니다.


7월 13일~14일 위성영상. 상층의 차고 건조한 영역을 나타내는 검은색 영역이 동쪽에서 우리나라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출처: 기상청〉7월 13일~14일 위성영상. 상층의 차고 건조한 영역을 나타내는 검은색 영역이 동쪽에서 우리나라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출처: 기상청〉

다음 주 초중반쯤 장마가 끝날 거로 보이는데, 그 전에 또 막바지 매우 강한 소나기가 쏟아질 전망입니다. 우리나라 동쪽으로 내려오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동쪽으로의 흐름이 막혀 다시 우리나라 쪽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과 내일, 대기 불안정이 더욱 심해지며 매우 강한 소나기가 예상됩니다. 오늘 낮부터 밤사이에는 동쪽 내륙을 중심으로, 내일 새벽과 낮 동안에는 서쪽 내륙을 중심으로 시간당 50mm 이상의 매우 강한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소나기와 함께 순간적으로 초속 20m의 강한 돌풍도 예상되고, 우박이 떨어지는 곳도 있겠습니다. 곳에 따라서는 주말까지도 이어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여, 장마철 막바지 비 피해 없도록 대비와 주의를 하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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