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는 것도 중요한데요. 그만큼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한 시기죠. 노숙자들은 위생에 신경 쓸 수 없는 만큼 코로나에 취약한데요. 서울역에서 한 명 한 명 설득해 코로나 검사를 받게 해서 이제까지 100명 넘는 노숙인 확진자를 찾아낸 경찰관이 있습니다.
서준석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서울역파출소 박아론 경위의 하루 일과는 잔소리로 시작합니다.
[박아론/경위 : OO 아저씨 하지 마세요. 왜 누님한테 이렇게 하세요. 친한 건 좋은데 이렇게 괴롭히면 어떻게 해.]
밤사이 별 일은 없었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노숙인들의 잠자리 정리까지 그의 몫입니다.
[박아론/경위 : OO아, 뒤쪽으로 밀어내고…길거리에 있지 말고. (사람들이) 통행은 해야지.]
서울역에 상주하는 노숙인은 약 200명.
매일 마주치다 보니, 자연스레 이름을 모두 외웠습니다.
노숙인들도 박 경위가 자신들을 한 명의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동료 경찰관 : 박아론 경위를 칭찬하는 노숙인들이 상당히 많고요. 노숙인들을 무시하고 깔보고 이런 사람들이 많잖아요. 근데 박아론 경위는 인간적으로 대우해주다 보니깐…]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그의 잔소리는 하나 더 늘었습니다.
[박아론/경위 : 담배 피우지 말고…OO 아저씨도 마스크, 마스크. 마스크 쓰시라고. OO이 아저씨 마스크 쓰시고…어르신, 드시고 마스크 쓰세요.]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역, 이 곳에서 먹고자는 노숙인들은 코로나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 경위는 한 명 한 명 설득해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했고, 현재까지 확진자 106명을 찾아냈습니다.
가끔은 저항이 심한 노숙인들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박아론/경위 : (팔에 난 상처는 왜 생겼나요?) 술 드신 분이 행패 부리다가 완강하게 거부하는 과정에서…그때 긁혔던 거 (어디에 긁힌 거예요?) 손톱으로…]
하지만,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한 노숙인들을 만날 때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8일에는 10년간 실종상태였던 한 노숙인을 가족의 품으로 보냈습니다.
[박아론/경위 : (실종자 지금까지 몇 분 정도 찾으셨어요?) 실종 아동 같은 경우에는 작년부터 지금까지 한 30명 정도 (찾았습니다.)]
모두가 꺼리는 노숙인 전담 경찰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는지 물었습니다.
[박아론/경위 : 경찰관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해야 할 대원칙이 있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노숙인분들은 국민의 한 일부라고 생각해요. 국민이 길에서 아프시고 쓰러져 계시면 당연히 도와드려야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