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년부터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죽거나 크게 다쳤을 때 사업주가 처벌받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떨 때 이 법이 적용되는지를 정부가 오늘(9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과로로 인한 질병이나 건설 철거현장은 빠진 걸 놓고 당장 비판이 나왔습니다.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 '과로 질병' 빠진 중대재해처벌법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스물 네 가지 질병을 정했습니다.
화학물질로 인한 질병, 열사병, 피부, 호흡기 질환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뇌출혈이나 심근경색처럼 과로로 인한 병은 빠졌습니다.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택배노동자 21명이 과로로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 60시간 이상을 일하는 택배노동자 김도균 씨, 가끔 목 뒤가 아픕니다.
[김도균/택배노동자 : 목덜미 자체가 우끈우끈 대는 느낌이 있어요. 뇌 쪽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혈관 쪽에 있는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김씨는 뇌나 심장 혈관 관련 질병이 빠진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김도균/택배노동자 : (노동자들이 과로 질병으로) 병상에 누워서 아직까지 못 일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배제했다는 건 사실 용납하기가 힘드네요.]
■ 건설·철거 현장 빠져공중이용시설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중대 시민재해로 인정됩니다.
면적 2000㎡ 이상인 주유소, 지어진지 10년이 넘은 도로와 철도가 추가됐습니다.
하지만 건설, 철거 현장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17명이 죽거나 다친 광주 철거 붕괴 사고 같은 일이 발생해도 원청 사업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겁니다.
■ 2인1조 작업도 제외발전소에서 일했던 고 김용균 씨와 평택항에서 일했던 고 이선호 씨는 모두 혼자서 작업을 하다가 숨졌습니다.
노동계는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2인 1조 작업을 시행령에 명시해달라고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태성/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 : 2인 1조뿐만이 아니라 신호수라든지 이런 분들 배치를 하지 않아 가지고, 실제로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들이 좀 많거든요.]
한편 경제단체들도 정부 시행령에 대해 불만을 표현했습니다.
전경련은 "중대재해의 적용범위가 넓어져 과잉처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오은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