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칸영화제' 봉준호 "'살인의 추억' 진범 이춘재, 만나볼까 생각도…"

입력 2021-07-08 16:5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제74회 칸 영화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공. 제74회 칸 영화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공.

봉준호 감독이 "감옥에 있는 '살인의 추억' 진범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도 했다"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7일(현지 시간) 제74회 칸 영화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 행사에 참석해 '살인의 추억' 등의 전작과 심해어를 소재로 한 차기작에 관해 밝혔다. '랑데부 아베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계 인사를 초청해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행사다. 봉 감독은 조디 포스터·맷 데이먼·이자벨 위페르·스티브 매퀸·마르코 벨로치오와 함께 참석했다.
제74회 칸 영화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공. 제74회 칸 영화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공.

'살인의 추억'과 실제 사건의 묘한 연관성
2003년 개봉된 '살인의 추억'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은 봉준호 감독.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2019년,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밝혀져 더욱 화제를 모았다. 이런 까닭에 이번 행사에서 '살인의 추억'에 대한 질문이 어김없이 나왔다.

봉 감독은 "1986년에 첫 사건이 터졌고, 2003년에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17년의 텀이 있다. 2003년 개봉하고 2019년에 범인이 잡혔는데, 또 한 16년 정도의 텀이 있었다. 기묘하다. (이춘재가)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기사가 나온 날, 나도 마음이 심적으로 복잡했다"고 밝혔다. '살인의 추억' 각본을 쓰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진범이 꿈에 나오기까지 했다고 말하며 "시나리오를 쓸 때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도대체 사람은 도대체 어떤 눈과 어떤 눈빛을 가진 사람일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에도 범인의 얼굴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그 얼굴을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해에 보게 됐다"고 했다. 이어 "진범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만일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해야 할 질문 리스트를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면서 "진범이 지금 한국 감옥에 있다. 만나보고 싶은 생각도 잠깐 했는데, 만나보고 싶진 않더라"고 덧붙였다.
제74회 칸 영화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공. 제74회 칸 영화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공.

"OTT는 극장을 이기지 못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인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세력 확장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스트리밍도 영화를 보는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면서도 "우리가 극장 안에 있지만, 극장의 위력을 당할 수는 없다. 파워풀한 사운드와 화면의 크기 영향도 있지만, 집단으로 본다는 점도 있지만, 제일 강력한 지점은 보는 사람이 멈추거나 이탈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스트리밍은) 중간에 멈출 수 있고, 보며 딴짓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극장 안에서는 2시간의 리듬이 존재하고, 그것을 존중하며 보게 된다. 감독이 만든 리듬과 시간의 덩어리를 존중하고 본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 극장은 소중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제74회 칸 영화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공. 제74회 칸 영화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공.

차기작은 애니메이션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에 전 세계 영화계와 팬들의 이목이 쏠려 있다. 원래 계획했던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호러 영화를 준비 중이었으나 연기됐다. 현재 해외 영화 한 편과 한국 영화 한 편을 준비 중이다. 특히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 영화를 연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올 1월에 (애니메이션 영화의) 시나리오와 스크립트는 완성해놓고, 지금 비주얼 이펙트 팀들이 열심히 디자인을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나도 관여하고 있다"면서 "아마 2025년이나 2026년 즈음에, 늦어도 그때는 완성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심해 과학 서적에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며 "아내가 서점에 가서 사진이 아름답다고 이 책을 사 왔다. 심해 생물체가 나와 있고 컬러도 너무 아름다웠다. 그래서 이 책 때문에 시작하게 된 것이고, 이미 준비한 지는 2~3년이 돼가고 있다"고 했다.
제74회 칸 영화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공. 제74회 칸 영화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공.

한국 영화의 미래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서 한국 영화계의 성장과 함께해온 봉준호 감독은 한국 영화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자신뿐 아니라 거장들과 새롭게 꿈을 펼쳐나가는 필름 메이커들을 향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

"하나하나의 감독들이 소중하다고 본다"며 "잘 아는 박찬욱 감독님도 그렇고, 이창동 감독님도 그렇다. 이번에 칸에서도 (새 영화를) 상영하는 홍상수 감독님도 있다. 정말 뛰어나고 또 제각각 다르다. 나와도 다른, 하나하나 나름의 유니버스를 가진 감독님들이 소중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도 젊은 세대의 뛰어난 감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특히 인디펜던트 영화 쪽에서 (뛰어나고 젊은 감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최근 윤단비라는 젊은 여자 감독님인데, '남매의 여름밤'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로테르담에서 상도 받았다. 한국 영화가 굳이 카테고리로 묶이기 전에 하나하나의 소중한 필름 메이커들이 계속 나와주니까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