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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국부 유출"vs "돈가뭄 풀어줬더니" 터질게 터진 '중국판 우버'

입력 2021-07-08 10:02 수정 2021-07-08 13:18

중국판우버 '디디추싱' 美상장 후폭풍
테크기업의 빅데이터 유출 차단이냐
중국 증시 우선 방침 어긴 괘씸죄냐
표면상 편법 해외자금유치 철퇴 모양새
지분구조 새롭게 짜라는 압박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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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우버 '디디추싱' 美상장 후폭풍
테크기업의 빅데이터 유출 차단이냐
중국 증시 우선 방침 어긴 괘씸죄냐
표면상 편법 해외자금유치 철퇴 모양새
지분구조 새롭게 짜라는 압박 관측도

디디추싱 베이징 본사 전경 〈사진=즈쉰닷컴 캡처〉디디추싱 베이징 본사 전경 〈사진=즈쉰닷컴 캡처〉
터질 게 터진 거 같습니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며 중국 최대 승차 공유 서비스 '디디추싱' 얘깁니다.

디디추싱은 어떤 기업인가요. 몇 년 전 여름 상하이 출장 때였습니다. 상하이 주재 정부부처 산하 연구기관장을 만나는 약속 장소에 갔습니다. 초로의 신사가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습니다.

“러시 아워 시간인데 멀리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구글 맵으로 시간을 찍어보니 1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40분 만에 왔는데요. 별로 멀지 않아요.”

“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오신 건데요.”

“차 불러서 지하철로 이동하고 지하철 내려서 출구 앞에 대기 중인 차를 타고 왔더니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주재원이 차를 두 대 굴리나' 생각하게 했던 설명이었습니다.

실상을 알고 보니 디디추싱이었습니다. 우리도 잠깐 도입됐다 택시 업계 반대로 무산된 중국판 우버 얘기입니다. 그때 주재원이 굴린다고 의심했던 두 대의 차량은 디디추싱이었습니다.

디디추싱은 하루 이용 건수 4100만건, 연 이용객 5억명에 달하는 업체로 중국 시장 점유율이 무려 80%를 넘는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기업입니다. 2012년 첫 투자를 유치한 이래 출혈 경쟁을 거듭하며 경쟁자들을 시장에서 모두 밀어내거나 흡수해버린 공룡 기업입니다.

2016년 우버의 중국 사업을 인수했었죠. 또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ㆍ텐센트ㆍ애플ㆍ도요타 등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치킨 게임 끝에 시장을 장악했고 올 1분기 흑자 전환했습니다.

 
디디추싱 베이징 본사 전경 〈사진=즈쉰닷컴 캡처〉디디추싱 베이징 본사 전경 〈사진=즈쉰닷컴 캡처〉

사건은 6월 30일(현지 시각) 미 뉴욕 증시에 상장해 44억달러(약 5조원)를 조달하면서 터졌습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장사하는 기업에 신규 앱 다운로드 서비스를 막아버린 겁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4일 “디디추싱 앱의 개인 정보 수집과 활용에 심각한 위법 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앱 마켓 운용사들에 “모든 앱 장터에서 디디추싱 앱을 삭제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왜 이러는 걸까요.

중국 당국의 발표를 보겠습니다. 앞서 지난 2일 “국가안전법과국가사이버안전법을 근거로 디디추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사한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초강력 제재에 나선 겁니다.

국가안전법과국가사이버안전법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디디추싱이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 유출 리스크 관련 중국 당국이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물론 기존 중국 내 앱 이용자들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셔터를 내리게 한 건 아닙니다.

다른 가능성은 상장한 곳이 뉴욕 증시였다는 점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당초 중국 당국이 3개월 전부터 디디추싱에 미국 증시 IPO(시장 공개)를 연기하라고 요청해왔다”며 “이를 거부하고 상장하자 국가안보 문제를 이유로 규제에 들어간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일종의 괘씸죄라는 거죠.

중국은 자국 내 자본시장을 키우기 위해 커촹반(중국판 나스닥)을 열었는데 이를 거들떠보지 않고 뉴욕을 선택했으니 당에 맞서는 행위로 보고 철퇴를 가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중국 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일어나는 사건의 내막은 대체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같습니다. 여러 해석과 관측이 나오지만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한참 지나서 보면 맞을 때도 있고 전혀 다른 사실관계가 드러나기도 하니깐요.

 
디디추싱의 홍보 사진〈사진=시나닷컴 캡처〉디디추싱의 홍보 사진〈사진=시나닷컴 캡처〉

이번 사태의 본질을 가늠하기 위해 사안을 단순화시켜 보겠습니다.

디디추싱 상장 추진-당국 반대-강행-상장 성공-당국 철퇴 순입니다. 중국처럼 관의 절대 우위 사회에서 디디추싱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걸까요. 어떻게 규제 당국에 맞설 수 있을까요. 아니 겉으로 보이는 맞섰다는 해석이 맞는 걸까요.

IPO가 대주주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목적이라는 점에서 돈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사태는 디디추싱의 지배구조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VIE(Variable Interest Entity, 계약통제모델 또는 가변이익실체)라는 지배구조인데 시나닷컴이 깃발을 꽂자 알리바바ㆍ텐센트ㆍ징둥닷컴 모두 이 모델로 미 증시를 뚫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해외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만든 건데 중국 당국은 이를 묵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A라는 중국 시장에서 잘나가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있습니다. 이 기업은 벤처 자금을 워낙 많이 끌어써서 창업자 지분은 얼마 안 됩니다. 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돈을 댔습니다.

당연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당국이 주무르는 중국 증시 상장을 원치 않습니다. 투명하지 않고 예측 가능하지도 않은 중국 증시의 흑역사 때문입니다.

자, 그럼 대주주들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해외상장을 노립니다. 창업자를 위시한 대주주들은 케이먼 군도 같은 조세 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B를 세웁니다.

중국에 투자하려면 홍콩에 자회사를 세우는 게 상식이죠. 홍콩에 100% 지분의 자회사 C를 세웁니다. C는 중국에 다시 100% 지분의 자회사 D를 세웁니다. 이 회사가 A의 지주회사(VIE)와 경영 계약을 맺고 대출 형식으로 투자금을 전달합니다.

알을 까고 또 까는 모양 같아 복잡하지만, 해외 상장은 A로부터 주주 권리 위임을 받은 B가 하는 겁니다.

이번에 상장된 디디추싱은 정확히 말하자면 '디디글로벌'입니다. 케이먼 군도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입니다. 소프트뱅크가 21.5%, 우버가 12.8%, 텐센트가 6.8%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김용준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장은 8일 통화에서 “디디글로벌은 주주들이 1표씩 행사하는 유한회사”라며 “경영권을 보장 받은 (중국 본토의) 창업자를 누른다고 엑시트를 원하는 해외 투자자들까지 압박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돈의 논리로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해외 투자자들을 압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중국 당국으로선 피땀 흘려 알토란처럼 잘 키운 황금오리를 외국인들에게 넘긴다는 점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해외 투자자들로선 치열한 경쟁 때문에 지옥 같은 시장에서 황금오리로 키운 게 누군데 이제 와서딴 소리 하느냐며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겠죠.

디디추싱에 대한 압박에서 보듯이 앞으로 중국 테크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은 물 건너간 얘기일까요.

김원장은 ”VIE의 효용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규제 당국이나 해외 투자자들이나 서로 균형점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방송 인터뷰 중인 디디추싱 창업자 청웨이 〈사진=시나닷컴 캡처〉방송 인터뷰 중인 디디추싱 창업자 청웨이 〈사진=시나닷컴 캡처〉

미국의 본격 견제로 해외 투자금 유치는 녹록지 않은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중국 증시는 자금 규모나 운용 투명성 차원에서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멉니다.

디디글로벌이 이번에 상장한 물량이 전체 지분의 일부분인 만큼 새롭게 지분 구조를 일신해 규제 리스크를 피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규제 당국을 주무르는 권력 실세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것이란 얘기죠. 지분 구조를 바꿔 새롭게 공간을 열어주느냐 여부에 달렸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중국 테크 공룡들의 뉴욕행에 대못이 박혔느냐 아니냐는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판단입니다. 뉴욕 증시 상장 강행으로 후폭풍이 일파만파 불고 있지만, 균형점을 찾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새롭게 짜여진 머니 게임의 윈윈 구조를 권력을 공고화하고 있는 실세들이 마다할 리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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