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중정 시절 사건까지 거슬러…고개 숙인 국정원

입력 2021-07-07 17:5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국가정보원이 오늘(7일) 과거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공개사과를 했습니다.

1960~80년대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지난 과오에 대해 머리를 숙인 건데요, 박정희 정권 시절 간첩 조작 사건들인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 등 27개 사건 피해자와 유족이 그 대상입니다.

인혁당 사건에서 중앙정보부는 1974년 유신에 반대해온 인물들에 대해 '국가전복활동을 지휘하려 했다'고 몰아세워 이듬해 8명을 사형시켰습니다. 1969년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에서도 역시 단순 재야 모임을 갖던 12명에게 반국가단체 구성 죄목을 씌우고 1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정보기관과 사법기관이 결탁해 국가 살인을 저지른 대표적 사례들입니다.

국정원이 지난 6월 4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라는 새 원훈을 공개했다. 〈사진=국정원〉국정원이 지난 6월 4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라는 새 원훈을 공개했다. 〈사진=국정원〉
박지원 국정원장은 사과 서한에서 “과거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피해자와 가족분들이 큰 피해를 당하신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그동안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을 생각하면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고인과 소재 파악 안되는 피해자 고려해 공개사과"

국정원은 이날 공개사과가 1기 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국가 사과를 권고받은 사건에 대해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활동한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이들 27개 사건에 국정원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국정원은 “당초 2021년 계획됐던 정부 차원의 일괄 사과가 관련 시설 건립 등이 지연됨에 따라 각 기관별로 우선 사과를 드리게 됐다”는 입장입니다.

국정원뿐 아니라 법무부, 국방부, 경찰 등이 1기 진실화해위원회 권고 내용을 토대로 한번에 정부 명의로 사과를 하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기관 개별 사과를 우선 진행했다는 의미입니다. 국정원 관계자는 “대전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 건립이 2024년으로 미뤄지자 행정안전부가 지난 5월 말 이 같은 방안을 구상했다”며 “이후 생존 피해자와 유족의 소재 파악 등 실무 작업을 거치는 데 한 달 이상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국정원은 생존과 주소가 확인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직접 사과 서한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날 공개사과 사실을 알린 건 이미 사망했거나 주소가 파악되지 않는 피해자들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국정원의 설명입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들에게는 서한을 발송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언론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사에도 고개 숙이는 국정원"

과거와 달리 최근 국정원은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박 원장은 지난 6월 23일 예전 '합동신문센터'로 불리던 '북한이탈주민 보호센터'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과거 일이라고 지금 국정원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6월 4일 국정원에서 열린 개혁성과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6월 4일 국정원에서 열린 개혁성과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탈북민에 대한 인권 침해는 앞으로 있을 수도 없고,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일어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곳에서 벌어진 간첩 조작 사건과 탈북민 인권침해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습니다. 탈북민이 한국에 오면 가장 먼저 조사를 받는 이곳에선 지난 2013년 '유우성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유 씨의 동생에게 강압과 폭행을 가해 오빠 유 씨가 간첩이라는 허위자백을 받아낸 사건입니다.

지난해 11월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관련 사건에 대해서도 사과를 했습니다. '댓글공작' 지시 국정원 전 심리전 단장 대법원 실형 선고 등 4가지 사안에 대해 법원 판결이 이뤄진 직후였습니다. 당시 국정원은 공개 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 여러분과 국민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국정원의 어두운 과거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