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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강서구 일가족은 기초수급자…"월세 20만원 깎아달라" 요청도

입력 2021-07-07 16:42 수정 2021-07-07 17:35

1차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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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 없어"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3명에 대해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습니다. 숨진 이는 59살 어머니 A씨와 34살 큰아들 B씨, 그리고 B씨의 사촌 누나인 40대 여성 C씨입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오늘(7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실시한 결과, 일가족에게 타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B씨에 대한 혈액 간이검사 결과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지만, 나머지 2명의 경우 시신이 많이 부패해 검사 결과가 분명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이들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약독물 검사와 같은 추가 조사를 할 예정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가족이 지난 1일부터 3일 사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경찰은 현장에서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나 범행에 쓰인 것으로 볼 만한 흉기 등을 찾지 못했고, 유서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은 A씨의 작은 아들이 신고했습니다. "어머니와 형이 지난 1일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다"라며 경찰에 연락했고, 경찰은 지난 5일 오후 2시 30분쯤 A씨 가족이 사는 다세대주택에서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A씨는 광주광역시에서 살다가 10여 년 전 남편과 이혼하며 큰아들 B씨만을 데리고 서울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광주에 남은 두 아들은 종종 서울을 오가며 A씨 가족을 돌봤다고 알려졌습니다.

어머니와 아들은 2014년부터 맞춤형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됐습니다. A씨는 우울증을, B씨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각각 겪었고, 특별한 직업이 없었습니다. 특히 B씨는 민방위 훈련을 참가하기가 어렵다고 동 주민센터에 연락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다고 호소했습니다. A씨도 지난해 어깨 수술을 받았습니다. 화곡동으로는 2015년쯤 이사를 왔습니다. 이들에게 한 달에 주어진 지원금은 약 127만 원이었습니다. C씨는 최근 서울로 이사 왔지만, 따로 살았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A씨 일가족은 평소 주변과 활발하게 교류하지는 않았다고 말합니다. 한 주민은 "분기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쓰레기봉투를 갖다 주려고 찾아갔더니, '그냥 놓고 가라'고만 대답하고 얼굴을 비치지 않아서 문고리에 봉투를 걸어둔 적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주민들도 '은둔 생활을 했다.'라며 거의 얼굴을 못 봤다고 말했습니다.

A씨 일가족은 지난달 집주인에게 월세를 깎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경제적 부담을 겪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처음에는 전세보증금 8000만 원을 내고 계약했습니다. 이 가운데 400만 원을 제외한 돈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빌려서 냈습니다. 2년 전 월세 20만 원을 내기로 집주인과 재계약했고, 이후 사실상 '반전세'로 살아왔습니다. 전세보증금으로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비슷한 집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월세, 대출 이자 부담까지 겹친 것으로 보입니다. 집주인은 A씨 일가족 요청에 따라 절반인 10만 원으로 줄여줬고, 수도세도 내지 않게끔 조치했다고 말했습니다.

담당 지자체에서는 A씨 일가족을 만난 것은 올해 4월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 보통 1년에 1번 이상 상담을 받습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공과금이 3개월 이상 체납됐다면 구청 시스템을 통해 이상을 감지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라며, 상반기에는 담당 직원이 찾아갔지만 특별한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A씨 일가족에 대해서는 오는 9월에도 방문 상담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비극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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